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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경제공약 탐구)⑥복지정책, '중부담 중복지'로 패러다임 전환…5명 중 4명 '증세' 동의

문·안 "세출 구조조정 후 증세"…유·심 "법인세·고소득자 증세"…홍준표만 "증세 불필요" 반대

2017-04-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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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한고은 기자] 400조5000억원 규모의 올해 예산 중 기초생활보장, 취약계층지원, 공적연금 등에 지출되는 복지재정은 129조5000억원으로 전체의 32.3%를 차지한다. 2013년부터 최근 5년간 복지재정 지출은 연평균 7.4%씩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정부 총지출 증가율은 연평균 4.0%였다. 정부 총지출 증가율을 압도하는 복지재정 지출에도 우리나라의 복지지출 비중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하위권에 머무른다.
 
2014년 기준 우리나라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지출 비중은 9.7%로 OECD 평균인 21.1%에 크게 못 미친다. 다만 저출산·고령화의 급격한 진행으로 최근 복지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복지지출 증가 속도는 OECD 평균을 상회하고 있다. 1990년(2.7%)과 비교한 우리나라의 복지지출 증가속도(2014년 기준)은 7.0%포인트였고, OECD 평균 복지지출 증가속도는 4.1%포인트였다.
 
'증세 없는 복지'를 내세웠던 박근혜 정부는 월 20만원의 '기초연금' 수혜대상을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서 '65세 이상 소득하위 70% 노인'으로 축소하면서 임기 초반부터 공약파기 논란에 시달렸다. 누리과정 무상보육 공약 역시 유보통합이 지연되고,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 간 갈등이 지속되면서 정상적인 추진이 어려웠다. 
 
박근혜 정부의 복지공약들이 줄줄이 후퇴한 이유로는 재원 마련에 대한 구체적 계획 없이 선심성으로 공약을 남발한 점이 꼽힌다. 이는 선거 과정에서 이미 지적된 것으로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기조는 당시 여당 원내대표로부터 재차 부정당하기도 했다.
 
원내5당 대선후보 중 4명이 '중부담 중복지' 사회로의 전환을 이야기하고 있다. 조금 더 내고, 조금 더 받자는 것이다. 재원마련을 위한 증세는 피할 수 없다는 주장도 공공연하게 나온다.
 
 
문재인 "어르신이 세운 대한민국"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집에서 복지분야로 분류된 공약은 전부 노인층을 겨냥하고 있다. ▲기초연금 확대 편성(65세 이상, 소득하위 70% 노인에게 월 30만원 지급) ▲노인일자리 2배 확충 및 수당 2배 인상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을 위한 중장기 방안 추진 ▲치매 의료비 90% 건강보험 적용 등 치매 국가책임제 실현 등이 대표적이다.
 
보육·교육 관련 복지공약으로는 ▲누리과정 예산 정부 부담 ▲고교 무상교육 실시 ▲아동수당 도입(0~5세 아동에게 월10만원부터 지급 시작, 단계적 인상) ▲대학생 반값등록금 실질적 실현 등이 있다.
 
문 후보는 중부담 중복지 구조로의 전환에 동의하는 만큼 세입확충의 필요성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증세 논의의 첫 번째 관문이라 할 수 있는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에 대해서는 먼저 실효세율을 높여 제도를 운용해 본 뒤에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동물복지 확대에도 관심이 많다. 문 후보는 ▲동물의료협동조합 등 민간동물 주치의 사업 활성화 지원 ▲반려견 놀이터 확대 ▲유기동물 재입양 활성화 추진 ▲반려동물 행동교육 전문인력 육성 및 지원센터 건립 ▲길고양이 급식소 및 중성화 사업 확대 등을 약속하고 있다.
 
안철수, '단설 유치원' 논란 홍역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복지공약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비용 부담, 교육서비스 수준 측면에서 학부모의 수요가 높은 대형 단설 유치원 신설을 자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것이다.
 
안 후보 역시 중부담 중복지 구조로의 전환에 동의한다. 재원마련 방법으로는 문 후보와 마찬가지로 세출 구조조정, 조세감면제도 정비 후 증세 논의를 지향한다.
 
복지공약의 기본방향은 '격차해소'와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사회안전망 완비'다. 기초연금의 경우 혜택을 강화한다는 전제하에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중이다.▲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사각지대 해소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 및 내실화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 및 공립 유치원 확충 ▲한국형 노후소득부장체계 구축 ▲장기요양 치매 대상자 확대 ▲경로당을 노인건강생활지원센터로 확대개편(독거 노인 지원 강화) 등을 공약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예산추계가 포함돼있지 않아 이에 따른 재정부담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할 수 없다.
 
홍준표, 복지 사각지대 해소 중점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서민 맞춤형 복지'를 주장한다. 필요한 곳에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65세 이상 소득하위 70%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월 30만원까지 지급하고, 독거노인의 노후생활을 지원한다. 독거노인의 공동생활 시설을 확대하고 '찾아가는 빨래방', 도배·장판 등 주거환경 개선사업, 경로당 연계 안부확인 서비스 등 실생활 밀착형 공약이 포진해있다.
 
▲가정양육수당 2배 인상, 누리과정 소득하위 20% 이하 지원액 2배 인상(영유아) ▲소득 하위 50% 이하 가구 초중고생 대상 미래양성바우처(아동수당) 월15만원 지급(초중고생) ▲미취업 청년 대상 취업성공패키지 대폭 확대 및 목돈마련 지원(청년) ▲EITC 강화로 저소득 근로자 집중 지원(취업 이후~중장년) 등 연령대에 맞는 복지공약을 마련했다.
 
홍 후보의 재원 마련 대책은 유사·중복사업 조정, 복지 전달체계 개편, 탈루소득 발굴, 지하경제양성화 등 세정강화다. 증세는 불필요하다는 게 홍 후보의 입장이다.
 
유승민, '중부담 중복지 합의'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를 공개적으로 부정한 당사자다. 박근혜 정부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지내면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임이 입증되고 있다. 이제 정치권은 국민 앞에 솔직하게 고백해야 한다. 세금과 복지의 문제점을 털어놓고, 국민과 함께 우리 모두가 미래의 선택지를 찾아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유 후보가 말하는 중부담 중복지의 수준은 장기적으로 국민부담률과 복지지출이 명목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OECD 회원국 평균 수준으로 달성하자는 것이다. 명목 GDP 대비 조세총액과 4대 공적연금 등 사회보장기여금의 비중을 의미하는 국민부담률은 국민들의 조세부담 수준을 보여준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국민부담률은 25.3%로 OECD 평균인 34.3%에 비해 약 10%포인트 낮다. 
 
유 후보는 이 간극을 법인세율,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율 인상 등으로 좁히고 추후에는 부가가치세 인상까지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2016년 기준 OECD 국가 중 우리나라보다 부가가치세율(표준세율)이 낮은 나라는 캐나다(5.0%), 일본(8.0%), 스위스(8.0%) 정도다.
 
▲소득하위 50% 노인 기초연금 차등적 인상 ▲국민연금 최저연금액 보장, 단계적으로 80만원까지 인상 ▲가정양육수당 2배 인상 ▲2022년까지 국공립, 법인, 직장, 공공형 등 공공 보육시설 이용 아동수 현재 28%에서 70%로 확대 ▲초등~고등학생 자녀 1인당 10만원 아동수당 도입 등을 공약하고 있다.
 
심상정 "사회복지세 신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복지분야 지출만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복지세 신설을 주장하고 있다. 사회복지세 주머니는 소득세, 법인세, 상속증여세, 종합부동산세 납부액의 일정 비율(10~20%)을 부가하는 방식으로 채워진다. 조세부담 여력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납세대상에게 보다 많은 부담을 지도록 한 것이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25%로 올리고, 사내유보금 중 이자·배당·임대·양도 소득 법인세에 10% 할증 과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과표기준에 따라 6·15·24·35·38·40%로 매겨진 소득세율 구조도 6·15·25·35·45%로 개편해 누진성을 강화한다. 심 후보는 이 3가지 증세안을 통해 연 46조원 규모의 재원이 마련될 것으로 추계했다. 부동산 관련 세제 개편 등 재원을 마련할 방법은 더 있다.
 
이렇게 마련된 재원은 ▲65세 이상 모든 노인 월 30만원 기초연금 지급 ▲국공립 어린이집·병설 유치원 확대·지역통합형 직장어린이집 확대 ▲어린이집 운영비 직접 교부를 통한 '진짜 무상보육' 실현 ▲건강보험 보장성 80% 달성(입원진료비 90%, 0~15세 100%) 및 연간 100만원 병원비상한제 ▲ 3대(생계·의료·주거) 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전면 폐지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아울러 심 후보는 복지 사각지대 해소와 생애주기별 사회서비스 보장을 위해 노동복지부를 신설하고, 노동복지부총리제 등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국민의당 안철수, 자유한국당 홍준표,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 사진/뉴시스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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