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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영

(현장에서)세월호 3년, 그리고 부활절

2017-04-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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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영 정경부 기자
기독교인 사이에서 가장 큰 축제일로 성탄절과 함께 부활절이 꼽힌다. 이 중 성탄절이 12월25일로 고정된 것과 달리 부활절은 매년 정해지는 날짜가 다르다. 부활절 지정 기준을 ‘춘분이 지난 첫 만월 직후의 일요일’로 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우연히도 4월16일, 3년 전 세월호가 침몰해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그 날이 부활절로 정해졌다. 예수 부활을 축하하는 날과 세월호 희생자들의 죽음을 애도해야 하는 날이 같은, 역설의 극치다.
 
지난 10~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단원고의 별들, 기억과 만나다’는 주제의 전시회가 열렸다.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아 단원고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261편의 육필시를 전시한 자리다. 전시회를 둘러보던 중, 기자의 고교시절 은사이기도 한 고(故) 박육근 선생님 추모시가 눈에 들어왔다. ‘편지’라는 제목의 시 마지막 연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그대여 늘 평안하시길 / 불안한 시절을 넉넉히 견디고 / 길고 긴 사랑의 길을 함께 걸어갈 그대들이여 / 부디 안녕하시길.” 참사 3년이 다 되도록 희생자들의 안녕을 빌어야하는 비극이 지속되는 중이다.
 
16일, 주요 정치인들이 ‘위로’에 초점을 맞춘 부활절·세월호 메시지를 내놨다. 각 당 주요 대선주자들은 오전 각 교회·성당을 찾은 후 오후 3시 경기 안산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3주기 기억식을 찾았다. 정치인들의 이같은 위로가 유가족들에게 위안이 되었을리는 사실 만무하다. 정치인들의 세월호 위로 메시지가 별로 진정성있게 다가오지 않는 이유는, 대선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오며 각 캠프 별로 주고 받는 네거티브 공방도 한 몫을 한다. 상대편 후보는 물론 부인과 자녀 등 가족에까지 공격이 가해지는 와중에 내놓은 한 줄 위로메시지가 희생자 가족들에게 얼마나 깊이 있게 인식될까.
 
이보다는 세월호 참사 다음 해인 2015년, 안산을 소재지로 한 프로배구팀 OK저축은행의 김세진 감독이 내놨던 우승 소감이 유가족·실종자들에게 다가가지 않았을까. “선수들 유니폼에 ‘We an’이라고 빨간 색깔로 강조했지만, 누가 누굴 위로하고 위안을 삼을 수 있겠나. (세월호) 희생자들과 그의 가족들이 겪은 아픔은 우리가 결코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어설픈 위로가 아니기에 김 감독의 메시지는 오히려 힘이 실린다.
 
기독교인들이 예수를 존경하는 이유는 말로만이 아닌, 목숨까지 던진 그의 희생에 기반한다. 최근 재개봉한 멜 깁슨 감독의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의 마지막 장면은 다음과 같다. 죽은지 3일 후 부활한, 손바닥에 못자국 선명한 예수가 잠깐의 묵상 후 세상으로 걸어나간다. 예수가 유대인들로부터 받았던 멸시를 뒤로 하고 그들을 구원하기 위해 나아가는 모습은 종교에 관계없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
 
인류 구원까지는 아니더라도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구하겠다고 나선 대선 주자들이다. 그들의 마음 속 어느 정도의 희생정신이 들어있는지가 그저 궁금한 부활절이다.
 
최한영 정경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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