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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

(밴드, 유랑하기)②찌질한 사랑의 종결판, 검정치마(2)

2017-04-14 16:31

조회수 :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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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유랑하기: 그동안 소외돼 왔거나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던 밴드와 그들의 음악을 소개하는 공간입니다. 음악 영상을 기반으로 그들이 걸어온 발자취를 더듬어 보는 시간을 마련해 볼 계획입니다. 유랑자의 마음으로 밴드들을 여기저기 살펴주셨으면. 부디 우리나라도 음악적 토양이 풍성해질 수 있길 바라며.)

 

1집 후 인터미션 때 나온 ‘5분 팝송’은 검정치마 2집의 결정적 힌트였다. “배신 같은 거 모르고 미련한 민들레 같은 사랑을 한다”던 그는 2집 전반에 걸쳐 자신의 충실한 사랑 방식을 내러티브로 삼는다.

그 충실함은 그야말로 간과 쓸개까지 다 빼줄 정도로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는 것이다. “나는 니가 잘 둘러댔던 거짓말도 다 들어줬”고 “니가 가질 수 없는 것도 쉽게 나눠줬”다(무임승차), “당신이 없을 땐 숨도 제대로 못쉬었고”, “당신이 꿈에 들어올 수 있도록 잠을 잔다.”(international love song)

하지만 그렇기에 이별 후 공허함과 잔인함의 크기는 무한대를 그린다. 감정은 셀 수 없는 괴물과 같은 것이어서 마치 자아분열증 식으로 표출된다. 슬픔에서 분노로 분노는 그리움으로 다시 체념과 덤덤함으로. 조휴일이 컨트리적 요소부터 팝과 록 등을 넘나드는 다채로운 장르를 선택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오 젊은 사랑 그것은/ 너무도 잔인한 것/ 어린 맘에 몸을 실었던/ 내가 더 잔인한가/ 모든게 잘못 돼서 죽어 버릴 듯/ 위태롭던 우리 일 년은/ 눈물과 거짓말이 배어나오던/ 수많은 상처들만 남겼다”(젊은 우리 사랑)

누구보다도 진실하고 절절했다. 모든 걸 다 퍼줬다. 그랬기에 이별의 아픔은 크다. 삶은 망신창이다. 뮤직비디오에는 그런 감정이 아주 찌질하게 담겨있다. 노숙자와 길거리에서 데굴데굴 구르기도 하고 여자친구와 가던 영화관을 혼자가서 팝콘만 쳐묵 쳐묵 한다. 급기야 다스리고 있던 눈물이 수돗물처럼 안경을 뚫고 나온다.



“I wanna be with you/oh I wanna be with you/ through the rain and snow I wanna be with you / oh I wanna be with you”(International love song)

“좋은 일만 있을 거라/ 굳게 믿고 싶었지만/ 배신으로 물든 갑판/ 닦아 줄 수 있는 믿을만한 선원도/ 하나 없이 홀로 물을 가르네 슬퍼라”(이별노래)




바다 위 난파된 배가 홀로 떠있다. 배 위엔 마치 어제 시련당한 사람 같은 조난자 조휴일이 있다. 자신의 아픔의 무게를 덤덤하게 읖조리는 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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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5분 팝송이 뭐냐고 물으시는 분들은 이걸 먼저 보세요. (밴드, 유랑하기)②한국 음악계에 던진 짱돌, 검정치마(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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