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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

(화이트큐브)미술경매 역사 다시 쓴 김환기

2017-04-13 14:25

조회수 : 2,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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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옥션 4월 경매에사 김환기의 작품 'Tranquillity 5-IV-73 #310'이 65억5000만원에 낙찰, 국내 경매 최고가를 기록을 다시 한 번 경신했다. 사진/뉴시스


김환기(1913~1974) 화가의 '고요'가 한국 미술품 경매 역사를 새로 썼습니다. 경매가가 무려 65억원을 넘는다고 합니다. 


작품은 김환기 작가가 세상을 떠나기 1년 전 뉴욕에서 그린 푸른색 대형 전면 점화(통일된 단색조의 무수한 점으로 채워진 추상화)입니다. 가로 205㎝, 세로 261㎝ 크기로 밤하늘 은하수를 연상시키는 파란 점들과 화면 한복판을 분할한 사각의 흰색 띠가 그려져 있습니다.




김환기, Tranquillity(고요) 5-IV-73 #310,oil on cotton, 261×205cm, 1973


작가가 1973년4월10일 쓴 일기에는 그림 작업 도중의 일화도 나타나 있다고 합니다. 당시 김환기는 이 작품의 3분의 2정도를 완성하던 중 자신이 경외하던 피카소의 사망을 떠올리며 추모했다고 하는군요. 그렇게 보니 우울함과 공허감을 코발트블루로 마구 표현해내던 피카소의 '청색 시대' 작품들도 살짝 오버랩 됩니다.


관련기사: 65억짜리'고요'




김환기, <12-Ⅴ-70 #172>, Oil on cotton, 236x173cm, 1970년


고요 이외에도 김환기의 뉴욕 시절(1963~1974년) 작품들은 미술 시장에서 굉장히 인기가 높다고 합니다. 종전 최고 경매기록을 세웠던 작품 역시 김환기의 노란색 전면점화 '12-V-70 #172'였습니다. 이 작품은 가로173cm, 세로 236cm의 노란색 대형 전면 점화로 노란색 계열의 점들로 가득 차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노랑, 황토, 주황, 빨강의 이르는 미묘한 색채의 변화로 고국과 가족, 지인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 등을 담아냈다고 합니다. 김환기 작가의 대표 작품들 대부분이 파란색 계열이란 점을 고려해 볼 때 미술 시장에선 노란색의 희소성을 높게 여겼다고 하는군요.




이외에도 지난해 4월 홍콩에서 48억6750만원에 낙찰된 1970년작 '무제', 1971년작 '19-Ⅶ-71 #209'(47억2100만원)와 '무제 3-V-71 #203'(45억6240만원) 등 그의 뉴욕 시절 전면점화는 현재 국내외 경매에서 최고가 1~6위를 모두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김환기, 19-Ⅶ-71 #209, Oil on cotton, 253×202cm, 1971


김환기 작가는 1913년 남도 작은 섬마을에서 출생해 1930년대 일본 동경으로 유학가면서 추상미술을 시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시대별로 그의 그림 소재는 조금씩 달랐습니다. 1930~1950년대 초에는 산, 달, 매화, 달항아리 등 우리의 전통의 아름다움을 소재로 작품을 그려 냈습니다.




김환기 '항아리와 여인' 55×121㎝·1951




김환기 ‘정물’(39.5×39.5㎝, 1950년대 초)


1956년 프랑스 파리로 넘어가면서부터는 비슷한 소재를 주로 파란색을 이용해 그렸습니다. 이 때부터 조금씩 항아리 등의 그림도 점점 형태가 추상적으로 변모하기 시작합니다.




김환기 '항아리와 매화가지'(1958년, 캔버스에 유채, 개인 소장)


그리고 1963년 뉴욕시절부터는 아예 형식 파괴가 시작됩니다. 위에서 본 작품들처럼 점, 선, 면 만을 이용한 작품들을 많이 선보였습니다. 이런 추상화들이 가격이 더 높은 이유는 아마도 그림 속에 담겨 있는 수많은 상징과 아이디어, 그 속에 담긴 작가만의 독특한 시선이 있다고 여기기 때문일 겁니다. 피카소의 난해한 작품들이 현대 미술사에서 가치를 인정받는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닐까요.




최근에는 미술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김환기의 작품이 100억원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김환기의 '뉴욕 시절' 작품들의 경매가 기록 경신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궁금하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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