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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진

인터넷은행 만만하게 보다가 한방에 훅간다

2017-04-05 18:32

조회수 : 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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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 인터넷전문은행 2곳에 영업을 한다. 5일 카카오뱅크가 은행업 본인가를 받았으니 6개월 안에 영업을 시작해야 한다. 법이 그렇다. 예비인가 이후 1년반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어쨌든 IT기업이 은행이란 이름을 달고 영업을 할 수 있게 된 건 의미있는 사건이다. 우물 안 개구리같이 안주하고 있던 시중은행들을 자극할 계기도 될 것이다.
 
그런데 정작 내가 만난 은행원들은 인터넷은행의 등장에 별다른 위기감을 느끼지 않고 있는 듯하다. 천하태평이다. 그렇다고 딱히 믿는 구석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은행이 자신만만한 이유는 인터넷은행이 내놓은 서비스나 기존 은행 서비스나 거기서 거기라는 것이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중금리 대출,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모바일 금융거래, 간편송금과 외화이체 등 실제로 인터넷은행이 내놓은 신메뉴를 보면 딱히 새롭진 않다. 기존 은행에서도 그런건 다 한다. 한 블럭 안에 ATM이 몇십개가 있을 정도로, 금융 인프라가 잘 돼 있기 때문에 굳이 온라인에 특화된 인터넷은행을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 실제로 인터넷은행이 잘되는 미국이나 중국, 유럽을 보면 동네에서 ATM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은행이 한가지 간과한 것이 있다. 바로 인터넷은행의 구조다. 인테넛은행은 직원이 250여명 수준으로 몸이 가볍다. 국민은행은 2만명이나 된다. 이는 인터넷은행이 가격 경쟁력에서 한 참 앞서있음을 의미한다. 같은 서비스를 해도 은행은 값비싼? 은행원의 임금을 감안해 수수료를 매겨야 한다. 지점 유무도 큰 차이를 낳는다. 인터넷은행은 지점이 없어서 임대료, 전기세, 유지비용 같은 고정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국민은행의 지점은 800개가 넘는다. 이러한 격차는 당장 눈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시간이 갈수록 극대화돼 인터넷은행과 기존 은행의 격차를 키울 것이다. 
 
양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인터넷은행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흐름에 부합한다. 카카오뱅크의 직원 구성은 ICT 전문가 39%, 은행IT 18%, 금융권 19%, 은행권 22%로 이뤄져 있다. IT 스페셜리스트가 전 직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구조다. 반면, 기존 은행은 대부분의 직원이 여러 직무가 가능한 제네럴리스트다. 기존 은행들도 최근 IT인력을 영입하는 등 전문인력 육성에 나서고 있지만, 강경노조가 버티고 있어서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이뤄지긴 어렵다. 이런 사실을 기존 은행 윗분들이 모를리 없다. 신한이나 국민은행 수장들이 발벗고 나서서 IT 중심을 외치는 이유다. 그러나 거기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따라올 은행원들이 몇이나 될지 미지수다. 그렇게 안주하다가 한방에 훅 갈줄 모르고.
 
사진/카카오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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