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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영

김경수를 통해 문재인을 본다

2017-04-04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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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영 정경부 기자
두 달 전 기억을 다시 활자로 옮겨본다. 지난 2월16일 서울 을지로 페럼타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성평등’ 공약 발표는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문 전 대표가 발표를 시작하기 전부터 몇몇 성소수자 단체 관계자들이 무지개 깃발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이더니 급기야 발표 중간 큰 소리로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외치기 시작했다. 문 전 대표가 “나중에 하시면 안될까요”라는 말로 성소수자들을 달래고, 행사장 내의 다른 여성단체 회원들이 “나중에”를 외치는 와중에 문 전 대표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김경수 의원이 다가갔다.

그 장면을 유심히 살펴봤다. 강압적이라거나 윽박을 지르기 보다는 협조를 구하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행사장 내에서 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김 의원은 몇몇 성소수자 단체 회원들에게 둘러싸여 한 시간 가까이 ‘잡혀 있으면서’ 그들의 요구사항을 경청했다. 그 날 저녁, 김 의원에게 그렇게까지 했던 이유를 물었다. 그의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거기까지 와서 그렇게까지 외친 것이, 오죽하면 그랬겠나. 그 분들도 그 분들 나름의 요구가 있는 것이고. 우리와 생각이 안맞을 수는 있지만 한 사람의 국민 아니겠나. 요구가 있으면 수렴하고, 정책으로 반영할 수 있으면 반영하고, 안되면 설득하고 하는 것이 정치다. 정치의 소명이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가지 장면이 또 있다. 이날 행사장 한켠에서는 전기안전법(전안법) 시행에 반대하는 청년사업가들의 피켓시위도 있었다. 김 의원은 이들에게 먼저 다가가 자신의 명함을 건네고 대화를 주고 받았다. 김 의원이 말을 걸어오자 한 청년사업가가 처음에는 흠칫 놀라는 표정을 짓더니 마지막에는 “감사하다”며 웃음지었다. 이들과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도 궁금해, 김 의원에게 물었다. “전안법은 (자신의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사안이기도 하다. 그 분들이 억울한 것이 사실이다. 전안법 관련해 시행유예를 하더라도 핸드메이드 하거나 수입 대행하는 분들은 유예 해당이 안된다. 그부분에 대해 대책을 세워달라는 일리있는 요구였다…상임위에서 다루고 있는 사안이니 사실은 제가 직접 하면 되기도 하고. 캠프 내 관련된 분과 협의할 수 있도록 해드리겠다고 했다”.

어쩌면 두 사안 모두 그냥 지나치거나 무시하고 말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각 사안마다 관심을 나타내고, 억울한 이들의 마음을 달래려는 김 의원의 모습을 보며 문 전 대표가 그를 신뢰하는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리더의 모습이 궁금하면 그의 참모를 보면 된다는 말도 있지 않던가. 사람들은 김 의원을 보며 문 전 대표를 떠올리지 않을까.
 
지난 2월16일 오후 서울 을지로 페럼타워에서 '새로운 대한민국, 성평등으로 열겠습니다'를 주제로 열린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제7차 포럼 중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왼쪽 두번째)가 김경수 의원(오른쪽)과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정경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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