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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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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입니다.
국산 'K-9 자주포' 인도 수출…양국 국방협력 강화

2017-04-04 22:03

조회수 : 7,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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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의 최신형 주력 화포인 K-9 자주포가 인도에 수출된다.


2일 영국 군사전문지 'IHS 제인스'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지난 3월29일 한화테크윈의 K-9 자주포 개량형 '바지라'(천둥) 100문을 도입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이는 6억4600만달러(약 72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1999년 전력화된 K-9은 그간 터키(2001년), 폴란드(2014년), 핀란드(2017년 3월) 등에 수출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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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관련 기사를 읽다가 전직 육군 포병장교의 경험과 지식을 살려 포병 화포에 대해 소개한다.


현재 육군의 주력 화포는 105mm 견인곡사포(KM101A1), 155mm 견인곡사포(KH-179), 155mm 자주곡사포(K-55), 155mm자주곡사포(K-9) 등 4종류가 있다.


105mm 견인곡사포(KM101A1). 사진/육군 홈페이지


KM101A1은 우리 육군의 포병 화포 중 가장 맏형이다. 6·25 전쟁 때부터 사용된, 육군의 역사와 궤를 같이하는 화포다. 'M101A1'이라는 이름에 한국군을 뜻하는 'K'를 붙인 네이밍에서도 알 수 있듯, 미국이 2차 세계대전에서 사용한 견인포를 수입해 국내형으로 보급한 것이다. 사거리는 11.27km며, 사진에서 보듯 크기도 정말 작다. 그러나 6·25 전쟁때부터 따져도 60년 넘게 육군의 주력 화포로 사용되고 있으며, 가장 많이 배치되어 있는 장비다. 현재 KM101A1의 정확한 수는 국방부만 알겠지만, 현역 때 듣기로는 대강 2000문 정도라고 했다. 육군의 전체 화포 수가 5000문을 조금 넘는 데, 그중 절반이 KM101A1인 셈이다. 


KM101A1은 노후 장비인 데다 탄종이 다양하지 않고 최신형 고폭탄을 사용하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사거리가 짧다는 점이다. 가장 최신형 화포인 K-9의 기본 사거리가 40km(추진탄을 사용하면 53km)인 점을 고려하면 짧아도 너무 짧다. 포병을 운영하는 가장 큰 이유가 장거리 화력지원이라는 점에서 본다면, KM101A1의 짧은 사거리는 치명적이다. 특히 강원도 등 산악지형에서는 산을 넘겨서 쏴야 하므로 고각(포를 쏘는 각도)을 높여야 하는데, 그러면 사거리가 더 줄어든다. 내가 근무한 강원도 최전방 OO사단에서는 산악지형의 특성 탓에 KM101A1의 최대 사거리를 8km라고 설정하고 운용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도 육군에서 아직까지 KM101A1을 사용하는 이유는 크기가 작아서 적은 인원으로도, 산악지형에서도 쉽게 굴릴 수 있어서다. KM101A1은 헬기로도 운반할 수 있어서 차량이 가기 어려운 지형에도 화포를 갖다 놓고 쓸 수 있다. 작고 가볍다는 특성이 주는 가장 큰 장점은 방열에 있다. 방열은 화포가 표적을 지향하며 자리를 잡는 것을 뜻하는데, 포병운용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재빨리 자리를 잡아 표적을 향해 정확하게 포를 쏘는 것은 전장의 승패를 가른다. 이런 점에서 KM101A1은 육군 화포 중 방열시간이 가장 빠르다.


방열과 관련해 또 다른 장점은 이 화포가 사용된 이력이 반세기를 넘기 때문에 사격제원이 매우 많다는 점이다. 사격제원은 포병이 포를 쏘기 위해 필요한 계산 값과 데이터를 말한다. 저격수가 나오는 영화를 보면, 사격수는 총을 쏠 때 거리와 바람, 각도 등을 계산해서 사격한다. 수십km 멀리 떨어진 표적에 포를 쏠 때도 이런 제원을 계산해야 한다. 사거리가 매우 긴 만큼 필요한 제원도 굉장히 많다. 거리와 바람, 각도 등은 기본이고, 탄의 종류와 무게, 탄을 밀어주는 장약의 종류, 날씨, 심지어 지구의 자전운동까지 계산한다. 그런데 KM101A1은 매우 오랫동안 운용했기 때문에 장소와 상황별 데이터가 무진장 많을 수밖에 없다. 매우 오래됐지만 아직도 현역에서 사용되는 것은 그만큼 실전에서 유용하고 무기로서의 완성도가 높다는 증거다.


155mm 견인곡사포(KH-179). 사진/육군 홈페이지


KM101A1에 이어 두번째로 배치된 화포는 KH-179다. 1983년부터 양산에 들어갔고, 사거리는 18km(추진탄을 사용하면 30km)에 이른다. 사거리를 보면 알 수 있듯 사거리가 짧은 KM101A1의 단점을 보완했다. 그래서 포병연대(포병은 보병과 달리 연대가 4개 대대로 편성)에서는 직접지원 3개 대대는 KM101A1를 운용하고, 1개 대대는 KH-179를 운용해 일반지원 또는 화력증원 임무를 맡긴다. 현재 보병사단의 작전 종심이 15Km 내외인 것을 고려하면, KH-179 1개 대대가 사실상 사단 전체를 화력증원하는 셈이다.


포병연대에서 3개 대대는 KM101A1를 운용하고, 1개 대대는 KH-179를 쓴다는 것을 다시 말하면, 육군에서 KM101A1과 KH-179의 비율이 3:1 정도라는 뜻이다. KH-179가 갖는 사거리의 이점에도 불구하고 KM101A1보다 많이 쓰지 않고 있는 셈이다. 사거리가 늘어난 것 외에는 KH-179에 딱히 장점이 없어서다. 오히려 단점이 더 많다. 우선 크고 무겁다. KM101A1과 나란히 세워놓고 비교하면 KH-179의 어마무시한 크기에 놀란다. 탄을 발사할 때 소리 역시 훨씬 크다. 당연히 운반도 어렵고, 기동과 방열이 더 오래 걸린다. 특히 교육훈련이나 전투 때 화포를 잘못 다루면 용사들이 사상을 당하기도 한다. 포병학교에서 교관들이 늘상 강조했던 말도 "KM101A1에 깔리면 뼈가 부러지지만 KH-179에 깔리면 죽는다"는 것이었다.  


155mm자주곡사포(K-55). 사진/육군 홈페이지


세번째 화포는 1986년 도입된 K-55다. 이때부터 비로소 육군에도 자주포의 시대가 열렸다. 물론 이전에 8인치 자주포라는 장비가 있었지만 기동성과 방호력이라는 '자주포'만의 특성을 두루 갖춘 화포는 K-55가 처음이었다. K-55는 미국이 1960년대 양산한 자주포의 라이센스를 국내로 들여와 생산했다. K-55는 사거리가 35km다.(이 부분을 정확히 말하면, 최초로 나온 K-55 사거리는 24km다. 35km는 K-55를 개량한 K55A1의 사거리다.) KH-179에 비교하면 사거리가 두배 늘었다. 하지만 K-55의 장점은 사거리가 늘어난 것에만 있지 않다. 자동으로 방열하고 장갑을 통해 용사들을 방호해주는 운용상의 어마무시한 장점이 있다. 앞서 언급한 8인치 자주포가 진정한 의미에서 자주포로 꼽히지 못하는 것도 장갑을 통해 승무원을 보호하지 못해서다.


80년대 K-55 보급과 기계화보병사단의 도입에 따라 육군은 드디어 이론상으로만 이야기하던 '신축적 방어전투'를 실전적으로 구현할 기회를 갖게 됐다. 신축적 방어전투란 적군이 공격했을 때 마치 6·25 전쟁처럼 순식간에 수도를 내주고 한번에 쭉 밀려나는 게 아니라 장거리 포병이 화력지원을 하는 가운데 보병이 서서히 후퇴하면서 전열을 가다듬은 후 포병의 지원을 받아 다시 밀고 올라가는 개념이다. 이때 포병은 보병의 기동 속도에 맞춰서 함께 기동하며 화력지원을 해줘야 한다. 그런데 기존의 견인포로는 사거리도 짧았고 기동 속도에 제약이 있었다. 하지만 K-55가 전력화되면서 이런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됐다.


여담으로, 육군에서 신축적 방어전투를 강조한 인물들이 바로 이명박정부 때 국방장관을 지낸 김태영과 박근혜정부에서 초대 국방장관에 내정됐다가 물러난 김병관이다. 이들은 군사령관과 한미연합사 부사령관(김병관), 합참의장(김태영) 등을 거치며 작전계획에 신축적 방어전투 개념을 반영하고자 했다. 이들이 이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모두 포병장교 출신으로 연대장 때 K-55가 막 배치된 부대를 지휘한 경험이 있어서다.


하지만 K-55도 문제가 있다. 미국에서 처음 양산된 것부터 50여년, 우리나라가 라이센스를 사서 생산한 것부터 헤아려도 30년이 넘은 노후 장비라는 점이다. 물론 새 부품을 만들고 업그레이드를 하면 되겠지만 육군은 비슷한 시기에 신형 자주포 개발에 착수, 불과 10여년 뒤 K-9을 전력화해버렸다. 그렇다고 이왕 보급한 K-55를 그냥 버리기도 아까워 일부 기능을 개량했는데, 이게 앞서 말한 K-55A1이다.


155mm 자주곡사포(K-9). 사진/육군 홈페이지


K-55 다음으로 전력화된 화포가 바로 기사에 나오는 K-9이다. 1999년부터 양산됐으며, 기본 사거리는 40km다. K-9은 그야말로 90년대 국방기술의 결정체며, 대한민국 포병의 자랑이다. 정말 대단한 무기다. 내가 복무한 OO사단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K-9을 운용하는 OO군단 OO포병여단이 있었다. 가끔 K-9 대대가 K-77 사격지휘장갑차와 K-10 탄약운반차를 대동하고 줄지어 기동하는 모습을 보면 그 위용에 입이 떡 벌어진다. K-9의 전력화로 육군은 신축적 방어전투를 본격적인 전투개념으로 제시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육군은 2020년까지 사단의 전투 종심을 30km까지 늘리는 작전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됐다.


K-9의 장점은 굉장히 많은데, 사격적인 측면에서 일단 전자동 시스템을 도입했기 때문에 자동 방열과 자동 사격제원 산출, 자동 장전이 가능하다. 또 사격 명령을 받으면 정지 상태에서는 30초 이내에 초탄을 쏠 수 있다. 기동 중이더라도 1분 이내에 초탄을 발사할 수 있다. 특히 '15초에 3발'이라는 신속 발사가 가능해서 MRSI(Multiple Rounds Simultaneous Impact) 사격이 가능하다. MRSI는 화포 1문이 시간차를 두고 순차적으로 탄을 쏴서 동일한 시간에 한 지점에 탄착시키는 것인데, K-9은 15초 안에 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게 어마무시하게 대단한 기능인데, K-55 3문이 할 일을 K-9 1문이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즉, K-9 1개 포대(1개 포대는 화포 6문을 운용한다.)가 MRSI 사격을 할 경우 K-55 1개 대대와 똑같은 파괴력을 가진다는 뜻이다. 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사태 때 연평도 해병대 부대에 배치된 화포가 바로 K-9이었다. 북한의 포격을 받고도 생존성을 보장해 북한으로 대응사격을 할 수 있었던 것도 K-9이어서 가능했던 일이다.


 
*이 글은 2011년까지 포병장교로 근무한 경험과 지식을 반영한 것이며, 최신 교리와 작전개념은 자세히 알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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