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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피플)"'세금은 공돈' 인식 안 버리면 '조세정의' 미래 없어"

인생 2막 시작하는 소순무 '온율' 이사장…"세금감시 활동 계획 중"

2017-04-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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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우리나라 조세소송의 거목인 소순무 변호사(66·법무법인 율촌)가 파트너 정년을 맞아 일선에서 퇴임했다. 소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10기이다. 법관으로 20년, 율촌 파트너 변호사로 18년을 활동했다. ‘소득금액변동통지의 처분성을 인정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교보생명 자산재평가 법인세 사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등 우리나라 조세 판례에서의 기념비적 판결들을 여러 건 이끌어내면서 법조계는 물론 학계까지 큰 영향을 미쳤다. 최근 제자격인 율촌 조세그룹 변호사들과 서울대 등 일선 학계에서 교수로 활동 중인 법률가들이 그의 정년을 기념해 ‘현대 조세소송의 좌표’를 헌정했다. 해외에서도 소 변호사의 명성은 익히 알려진 바다. 인터뷰하기 위해 만났을 때 ‘정년’이라는 말을 입에 담기 어색할 정도로 소 변호사는 의욕과 에너지가 넘쳤다. ‘거목’은 그러나 정년을 담담히 받아들인다면서 인생 2막을 설계하고 있었다. 지금은 율촌의 고문과 공익사단법인인 '온율'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 심원(心園) 소순무 변호사를 만나 그가 말하는 ‘조세정의’와 인생 2막의 목표를 들어봤다. 심원은 그의 호로 '마음의 동산'이란 뜻이다.
 
공익사단법인 '온율' 이사장 소순무 변호사. 사진/최기철
 
올해로 법조 경력 38년이다. 그동안의 소회를 묻고 싶다.
 
한 마디로 '섭섭시원'하다. 섭섭이 먼저인 것 같다. 정년이라는 부분은 일정한 나이에 의해서 새로운 단계로 넘어가는 부분으로, 사회적 제도이다. 그러나 개인의 입장에서는 어제와 오늘이 크게 다른 것이 아니다. 또 신체적 정신적으로 '쉬어야겠다' 이런 상황은 아닌 것 같지만 사회적 제도와 필요에 의해서 파트너에서 물러나서 정리하는 단계로 접어 들어가는 것 같다. 섭섭하다는 것은 그런 면이고, 새로운 일을 할 기회를 갖게 된 부분에서는 시원하다.
법관은 20년, 율촌에서는 18년 활동했다. 파트너 정년은 1호이다. 율촌 설립 후 2년 뒤 들어왔는데 율촌이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는다. 우연히 정년과 율촌 창립 20주년이 겹쳐 의미가 깊다고 생각한다. ‘율촌 창립 20년 기념사’ 편찬을 맡아 하고 있다. 오는 7월 하순 쯤 창립기념행사를 하지 않을까 싶다. 로펌사를 펴낸 로펌도 율촌이 1호 아닌가 싶다.
 
조세 분야 일가를 이뤘다. 연구 계기는 무엇인가.
 
과찬이다. 어찌하다 보니 이름이 났다고 할까. 사실 조세는 처음부터 목표로 한 것이 아니다. 고등법원 특별부에 간 것이 1993년, 법관 13년차가 넘어서 조세법을 처음 대했다. 특별부에서는 짧게 근무하고 바로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가게 됐다. 전속연구관이 아닌 공동연구 조세조로 배속이 됐다. 우연한 계기다. 그 때 대법원 조세조 팀장(조장)이 전수안 전 대법관이었다. 그분이 저 보다는 대학 1년 후배인데, 사법시험은 빨리 됐다. 고등법원 근무 때 배석을 같이 했다. 그런 인연으로 “같이 조세조를 하면 어떻겠느냐”고 권유해서 받아들이게 됐다. 그 때 우리 동기가 네명 쯤 같이 갔다. 지내다 보니까 그 동기들이 모두 나가고 저만 남게 됐다. 그때 생각이, 연구관은 1~2년 하고 지방부장으로 가게 된다. 저도 시험이 조금 늦어서 당시 서울지법 부장판사까지만 하고 개업을 하려고 했다. 나이도 있고 해서. 그런데 변수가 생긴 것이다. 대법원 조세사건을 맡아 할 사람이 없어지고 해서 붙들기도 하고 해서 남게 됐고 대법원 재판연구관 조세팀장(조장)을 맡은 것이 지금까지 조세를 하게 된 계기라고 할 수 있다.
 
학문적으로도 깊게 연구를 했다.
 
조세조 연구관으로 총 4년을 있었는데 그 중 2년 반을 팀장으로 근무했다. 그때는 굉장한 위기감을 느꼈다. 팀장이 됐는데 사실상 조세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경력도 짧고. 엄청난 중압감이 있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 때부터 정말 열심히 했다. 그러면서 '이거 전문적으로 공부를 안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상황도 그랬었고. 우리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세법과목이 없었다. 불모지였다. 그래서 세법에 대해 정규적으로 교육을 받기로 결심하고 뒤늦게 경희대 박사과정으로 들어갔다. 당시 이태로 교수님(현 서울대 명예교수)이 외부 지도교수로 도와주셨다. 이태로 선생이 서울대 세법 개척자다. 이분 제자들이 세법연구회를 만들었고 그 후신이 한국세법학회다. 연구관 4년을 마친 것이 97년이다. 인천지법 부천지원 부장이 되고, 박사학위를 받은 것이 99년 8월이다.
 
조세소송도 그때 처음 집필했나
 
박사논문이 연구관 때 했던 조세소송 부분이다. 그때만 해도 조세소송에 관해 실무적으로 접근한 책이 별로 없었다. 그 때 그걸 내가 한번 만들어보자 해서 책을 쓰게 됐다. 그것이 2000년에 나온 책이 '조세소송'이다. 그 이후 조세 관련 소송을 포괄해서 실무서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 조세민사소송, 조세헌법소송까지 넓게 책을 냈다. 책을 내게 된 것도 사실 무모했다. 판사 하면서 책 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 않는가. 그런데 운이 좋게 부천지원 부장 발령을 받았고 집이 목동이어서 가까웠다. 주말은 사실상 모두 반납을 하고 집필활동을 했다. 이후에는 조세를 다룰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퇴직을 결심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무엇인가.
 
법리적인 것과 소송이라는 승부 면에서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 법리적으로는 '중복세무조사는 위법하다'는 판결을 처음 이끌어낸 것이다. 또 하나는 '소득금액변동통지는 처분'이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다.
소송 면에서 오랫동안 하면서 우여곡절을 겪은 것이 교보생명 자산재평가 법인세 사건(약 1300억 원 승소)이다. 7년 이상 걸린 사건이다. 자산재평가 사건 여러 건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우리 생보사만 유일하게 승소했다. 법에 없는 정당사유 이론을 이끌어 내서 결국에는 이겼다. 그 정당사유라는 것은, 소위 생보사들에 대해서는 정책적으로 법인세를 조금 감면해 주면서 2년 내에 상장하라. 상장하지 않으면 추징하겠다는 것이 재평가에 따른 법인세 문제였다.
막상 혜택을 주고 나서 2년 동안 여러 변동사정이 있었는데 정부 관계 당국이 여러 차례 행정지도를 하면서 14년이나 상장을 끌었다. 그러더니 3개월 남기고 상장기한 연장을 불가한다고 통보했다. 그래서 14년 동안이나 유동적인 상태에 있다가 갑자기 연장을 불가한 것은 조세행정 등 여러 측면에서 정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같은 논리로 1심부터 계속 이겨 나가다가 대법원에서 승소가 결국 확정됐다.
이 사건은 법리적으로도 많은 논란이 있었는데 헌재가 "법의 전면 개정으로 효력이 없어진 옛 조세감면규제법 부칙 23조를 근거로 과세 처분한 것은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과 조세법률주의 원칙에 반한다"며 한정위헌을 내리기도 했다. 그 전 대법원은 법이 개정됐더라도 부칙 조항 효력을 인정할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살아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대법원의 논리를 입법권의 영역이라고 봤다.
 
소순무 변호사가 지난달 23일 법무법인 율촌 카페 '여율'에서 열린 정년 기념 논문집 증정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뒤로 보이는 것이 율촌에서 제작한 소 변호사의 기념 흉상이다. 사진/율촌
 
조세정의란 무엇인가.
 
정의(定義)하기 어려운 것이 정의(正義)다. 특히 조세정의(租稅正義)는 더욱 그렇다. 조세는 국민들이 능력에 따라서 국가에 내는 회비와 같은 것이다. 회비를 내는데 두 가지 시각이 있다. 부담을 할 수 있는 소득이 있거나 재산이 많은 계층, 그리고 없는 계층은 항상 생각이 다르다. 세금을 많이 내는 쪽에서는 "내는 사람만 너무 많이 낸다". 취약계층에서는 "너희들이 다 뺏어갔기 때문에 우리가 소득이 없는 것 아니냐" 이런 생각을 한다. 사회가 생기면서 형성된 여러 인식들이 얽히고 섥힌 것이 조세부분이다. 조세정의는 각자 처한 사정에 따라 다르다. “증세복지는 좋지만 내 호주머니는 안 된다”는 것이 납세자 기본적인 생각이다. 서구의 정의와 동양의 정의 관념도 다르다.
 
우선 평등이 문제될 것 같은데.
 
우리 한국사회에서의 평등이라는 것이 묘하다. 똑같아야만 평등하다고 본다. 서로 다른 것을 어떻게 똑같이 취급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그것이 왜곡된 경우가 많다. 다른데도 왜 같아야 하느냐. 납세자들도 세금을 내긴 하지만 각자 다른 사정이 있다. 세제집행의 일관성 때문에 그런 점이 있긴 하지만 그런 관념이 깔린 획일적인 조세입법부터 문제다. 평등관념을 입법부터 실현해야 한다. 쟁송부분에서는 소극적인 정의를 이룰 뿐이다. 적극적인 정의를 부여할 수 없다. 서구에서는 정의 개념이 각 경우마다 쪼개져 적용된다. 우리는 그런 고려 없이 무차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을 정의로 오해하고 있다. 이런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
 
인식 개선에 전제가 되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세금을 내는 사람과 안 내는 사람의 인식이 다르다. 세금을 안 내는 사람은 세금을 '공돈'이라고 본다. 사고 나서 국가가 보상·배상하는 것은 국민들이 낸 세금이다. 세금은 공돈이라는 생각을 조세를 입법하는 사람, 계획하는 사람, 집행하는 사람 모두 하고 있다. 세금은 우리 돈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들이 그리고 우리가 세금을 '우리돈'이라고 생각한다면 훨씬 효율적인 조세입법과 조세행정이 가능할 것이다. 공동사회를 어떻게 유지하고 운영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들을 해야 한다. 세금은 납세자 입장에서는 매우 어렵고 힘들게 내는 돈이다. 우리가 내는 세금이 제대로 쓰인다면 세금 더 낼 국민들 적지 않을 것이다. 국민이 힘들게 낸 세금을 공돈이라고 마구 쓴다면, 우리 조세정의는 미래가 없다. 조세입법에 의한 정의실현으로 관심을 돌려야 한다.
 
조세입법에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조세입법은 여러 이해관계 때문에 매우 복잡하고 그만큼 고려해야 할 부분도 많다. 장기적인 계획 하에 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세법이 너무 자주 바뀐다. 종래에는 정부가 주도했지만 지금은 주도권이 의원입법으로 넘어간 상태여서 그런 것 같다. 특히 특례와 관련해서 그렇다.
조세입법은 살림을 짜는 일이다. 살림하는 사람이 짜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근로소득세 면제비율이 48%까지 올라갔는데, 그것은 연말정산 파동 때문에 그렇다. 37%였는데 경기활성화 한다고 적게 걷고 나머지는 나중에 제대로 걷는다는 발상에서 시작했다. 이런 것은 국회가 반대했어야 한다. 그러나 그대로 진행된 것은 조세입법이 바로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세법까지 다 뜯어고치게 됐다.
조세입법 만큼은 의원 개인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국회부터 이런 인식을 해야 한다. 정부에서 입법하는 것도 오랜 시간 동안 전체적인 스크린을 해야 한다. 단발적인 의원입법은 불가능하다. 국회에서 입법안을 내놓더라도 정당 차원에서 전문가의 정밀한 검토를 반드시 거쳐서 내야 한다. 국회 전체 차원에서도 좋은 법을 만들기 위한 절차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노력이 없다. 국회의 입법기능은 가장 기본적인 기능인데 이것이 너무 뒤떨어져 있다. 그러나 국회는 이런 인식도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전문가 풀도 없고 있는 시스템도 운용을 하지 않고 있다. 체계화와 전문화가 필요하다.
 
종교단체는 세금을 내야 하나.
 
당연히 내야 한다. 세금을 걷지 않는다면 세무당국은 직무유기라는 말을 들어도 싸다. 어느 소득은 귀하고, 어느 소득은 천한가. 스스로 내는 종교인들도 있다. 종교인의 납세를 왜 반대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과세표준도 낮춰 놨는데, 이것도 형평성에 맞지 않다.
기본적인 얘기지만, 많이 버는 사람은 많이 내고, 적게 내는 사람은 적게 내는 것이 맞다. 세금이 회비같은 개념이라고 했지만 동창회비가 아니다. 능력에 따라 내야 하는 것이 맞다. 과연 누가 얼마를 내느냐 하는 부분에서 공통분모를 찾아야 하는데, 지금 인식이 무조건 "세금 안내면 이익"이라는 생각들을 하고 있다. 그 부분을 바꿔가야 한다. 세금의 소중함을 모르고 있다. 공돈이 아니다.
 
지난달 23일 법무법인 율촌의 '여율'카페에서 열린 정년 기념 논문집 증정식에서 소순무 변호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율촌
 
'기부문화'에 대해 얘기해보자. 평소 고민을 많이 한 것으로 안다. 우리 현실은 어떤가.
 
우리나라는 부와 기업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다. 왜곡된 것이다. 미국만 해도 그렇지 않다. 이런 인식이 생기게 된 것은 부자와 기업들의 책임이 크다. 사회적 책임을 다 못해왔다. 착안 일을 안 해왔다. 너무 배려를 않고 무분별하게 기업을 확장하고 하청업체를 쥐어짠 결과다. 기부문화는 거의 말라가고 있다. 빈부차가 큰 미국의 경우 빈부갈등이 그렇게 심하지 않다. 그 이유는 기부문화 때문이다. 빌게 이츠, 마크 저크버그 등 이 사람들이 기부를 한다면 자기 재산을 다 내놓는다. 그러나 우리는 기부한다면 자기 돈 내놓는 사람이 드물다. 이번에 문제된 재단출연금도 회사 돈이다. 감동을 주는 기부가 없다.
 
무조건적 기부만 요구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물론이다. 우리는 거꾸로 가고 있다. 개인기부에서 세제혜택을 확 줄여버렸다. 세금이 할 수 있는 역할과 기부로 충족시켜야 할 부분이 있는데 구분을 안 하고 있다. 특히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사건 때문에 공익법인 설립이 계속 규제쪽으로만 가고 있는데, 이것은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기부 선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유한양행 유일한 박사의 예가 있다. 자기 돈을 내 놓고 뭘 해야 한다. 우리가 그동안 욕심이 너무 지나쳤다. 근로자들도 마찬가지다. 회사가 망하면 어디서 돈을 받나. 이기심이 너무 많다. 법조도 국민으로 불신을 받게 된 이유가 이기심 때문이다. 너무 자기들만 안다. 욕심을 줄여야 한다. 그게 결국은 국가를 지배하는 철학적인 문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차원에서 논의돼야 한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공익법인 설립 위축 우려가 있다.
 
‘공익법인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전문 개정안이 발의돼 계류 중인데 다음과 같은 독소조항은 없어져야 한다. 우선 공익법인 명칭을 쓰려면 3년마다 인증을 받으라는 개정안은 동의하기 어렵다. 잘 감시하다가 못하는 곳을 퇴출시키면 된다. 잘하고 있는데 3년마다 찾아가서 인증을 받으라는 것은 아주 관료적인 발상이요, 지나친 조항이다. 국민공익위원회의 구성도 필요 이상으로 관련 행정조직을 비대하게 만드는 것이다.
관료적인 색채를 빼야 한다. 사회적 감시기능을 활성화 하는 것이 훨씬 효율 적이다. 국가가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다. 정부기구는 한번 만들면 커지면 커졌지 없어지지 않는다. 이것은 공익법인에 대한 지원이 아니라 규제다. 복지 차원에서도 정부 주도가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 국민들이 자꾸 기대려 하기 때문이다. 정부주도의 복지는 축소하고 대신 국민 개개인이 기댈 수 있는 복지가 아니라 참여하는 복지로 가야 한다.
 
국민이 세금을 잘 활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기본적으로 세법은 쉬울 수가 없다. 납세자는 세금을 적게 내려고 하고, 느슨하면 빠져나갈 곳이 많다. 그래서 그물망을 촘촘히 치다보니가 어렵다. 전문가들도 어렵다. 왜곡된, 누더기처럼 돼있는 세법 시스템이 가장 큰 문제다. 장기적으로 간소화 해야 한다.
조세를 떠나서 우리 국민들이 법을 잘 모른다. 결국 민주시민으로서 법소양과 지식에 대한 전달체가 없다. 초중고에서 법이념과 헌법의 구조에 대해 누가 강의하는 것이 맞겠는가. 선생님들이 하시기에는 한계가 있다. 지금은 법이나 세금에 대해서는 많이 알아야 할 수 밖에 없다. 조세의 순기능에 대한 교육의 기회도 없다. 그런 부분부터 교육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세금과 관련해서는 자신이 항상 불리하다고 생각해야 한다. 이런 기본적인 개념도 전문가에 의해 제대로 전달받아야 한다. 효율적인 면에서는 전문 변호사들이 해당과목 선생님을 상대로 교육할 수 있는 기회를 적극 마련하고 이용하게 해야 한다. 교육당국의 문제의식과 노력이 필요하다. 
 
로펌들이 사회적 책무를 스스로 강조하고 있지만 개선 폭은 적다는 비판이 있다.
 
좁혀서 말하면 우리나라의 사법신뢰가 떨어져 있다. 소수독점을 지키기 위해 안주해왔던 기성법조인의 잘못이 크다. 저 자신부터 반성한다. 변호사들이 착한 일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금은 사회가 그런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로펌이라는 부분에서는 급성장을 했는데 결국 로펌의 업무는 처음에는 외국투자자들 매판자본의 앞잡이라는 말도 들었고, 로펌의 의뢰인들이 주로 기업들이기 때문에 로펌은 힘 있는 사람들 편에서는 집단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런 부분들이 로펌의 전체적 이미지를 떨어뜨렸다.
그런 반성에서 로펌들이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서로 힘을 합치기도 한다. 그 중에 하나가 공익법제다. 법률가로서 사회에 기여하는 방법 중에 좋은 법을 만들 수 있도록 감시하고 지원하는 것만큼 의미 있는 것이 없다. 물론 눈에 드러나지 않지만 잘못된 입법으로 생긴 폐해는 다시 되돌리기 힘들다. 그 법으로 수많은 이해관계가 생기기 때문이다. 공익법제는 이런 것을 사전 차단하는 차원에서 필요하다.
 
지난달 23일 소순무 변호사 정년기념 논문집 증정식 후 행사에 참석한 율촌 관계자들과 법조계 주요 인사들이 소 변호사의 정년을 축하하며 기념촬영 하고 있다. 사진/율촌
 
'온율'의 이사장으로 활동 중인데 주력 사업은 무엇인가.
 
온율이 출범 4년째다. 전담 변호사도 2명 두고 있다. 성년후견제, 기초법 연구 등 업무가 빡빡하다. 차별화 된 공익활동, 법률가로서 힘을 낼 수 있는 활동에 집중할 것이다. 그 중 성년후견제가 대표적인 것이다. 이제 고령화 시대다. 가족이 줄고 독거노인은 늘어난다. 누가 그 재산을 관리할 것인가. 결국에는 노령자의 의사결정을 돕고 신상을 보호하는, 의료와는 또 다른 측면에서의 도움이 필요하다.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들 것이다. 효율적으로 가야 한다. 지금 틀을 잘못 만들면 큰 사회적 손해를 부를 것이다.
 
심원이라는 호를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얼마 안됐는데, 제 이름이 어렵다. 한번 듣고 바로 알아 듣는 사람이 없다. '소승무, 승모, 문수, 문순…' 그래서 호를 생각해봤는데 'ㅅ'과 'ㅁ'이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제가 늦게나마 세례를 받았는데 세례명이 '프란체스코' 처럼 어려운 외국 이름은 마음에 안 들고 해서 찾아보다가 '시몬'이 있더라. 두자고 'ㅅ'과 'ㅁ'이 들어갔고. 어감도 그렇고. 마음에 들었다. 호도 그래서 주위 여러분의 의견을 들어서 비슷한 심원으로 정했다. 뜻은 마음의 동산쯤으로 보시면 되겠다.
 
화우 임승순 대표 변호사와 라이벌로 많이 불려왔는데.
 
라이벌이라고 생각한 적 없다. 둘이 잘 지낸다. 임 대표는 나보다 학교는 한해 후배지만 사법연수원은 한 기수 빠르다. 불편할 게 하나도 없다. 임 대표는 1년에 한 서너번 본다. 전 전 대법관과 함께 대법원 재판연구관 조세조에 있었을 때 같이 있었다. 바른 정인진 대표, KCL 이형하 변호사, 윤병각 변호사, 구욱서 전 서울고법원장 이렇게 같이 만난다. '조세조 모임'이라고 해서. 이 분들이 그 무렵에 위 아래로 근무를 같이 했다. 임 대표는 나랑 서로 책도 내고 비슷한 부분이 있지만 잘 지낸다. 임 대표는 참 착한 사람이다.
 
인생 2막 시작이다.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일단 온율 업무를 정착시킬 것이다. 조세입법에 관심이 있지만 적극 나설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장기적으로는 세금감시 활동을 하고 싶다. 납세가자가 자발적으로 할 수 있는 감시 활동 지원, 저는 그것을 '세금CCTV'라는 개념으로 생각하고 있다. '독일납세자연맹' 같은 경우에는 2마르크, 우리 돈으로 1000원만 내면 감시활동을 할 수 있다. 매우 잘 정착돼있고 영향력도 크다. 세금감시가 제대로 되면 우리 사회는 한 단계 더 발전할 것이다. 모든 행정이 예산 없이는 한발자국도 못 움직인다. 그 예산은 세금이다. 모든 납세자가 감시자가 된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세금이 공돈이 아니다'라는 인식을 키울 것이다. 세금감시 활동을 하게 된다면 로펌 힘을 빌리지 않고 독자적으로 하게 될 것이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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