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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

김훈을 만나다

2017-03-31 15:40

조회수 :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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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화법은 문장과 닮아 있었다. 입에서 나오는 언어들이 탁탁 쳐내려 가는 단문처럼 그러했다. 짧은 어투 속엔 글쓰기에 대한 솔직한 고민이 배어 있었다. “몸이 안좋아 그동안 글쓰기가 저조했다. 노화현상이 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노화…”
 
지난달 6일 ‘공터에서’ 기자간담회에서 만났던 소설가 김훈. 그는 6년 만에 소설을 내게 된 이유를 ‘노화’ 때문이라 했다. 글을 쓰기도 싫었단다. 자꾸 뭐하나 싶어서 그만 쓰자란 생각도 드문드문 들었다고 했다.
 
글을 쓰기 싫었던 이유 속엔 자기 한계를 들여다 봐야하는 괴로움이 숨어 있었다. 조정래나 황석영처럼 스토리에 한 시대의 역사적 구조나 틀 전체를 주물러 넣지 못하는 한계, 명석한 전망이나 희망을 제시하지 못하는 한계. 그것 말고도 모든 문장 하나 하나에 자신은 한계를 느껴 왔다는 말도 덧붙였다.
 
다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가 느낀 한계의 뒷편에는 가혹할 만큼의 장인정신과 집념이 숨어있었다. 문체부터 조사 하나하나까지 신중하게 고르고 필요한 어휘의 맛을 살려내기 위해 밤낮으로 고민한다. 필요할 땐 짬내서 한자어 공부도 한다. 그런 김훈은 스스로 ‘장인적 기법이 없는 한 목표를 향해 갈 수 없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더디지만 꼼꼼하게 그는 올해도 글을 쓰려한다. 세월호 관련 소설을 쓰기 위해 자료를 많이 수집하고 있고 구성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시간은 걸릴 수 있어도 묵묵히. “올해는 닭이 알 낳듯 써보겠다”는 말에 후배기자들은 그를 지지하며 웃음으로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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