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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송비용 내려줬더니 사납금 올려?"…서울시 택시회사에 '칼'

택시발전법 시행으로 기사들 근무여건 오히려 악화

2017-03-29 14:58

조회수 : 5,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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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택시기사에게 유류비, 세차비 등 운송비용 부담을 금지한 택시발전법이 정작 현장에서 사납금 인상의 결과를 낳자, 서울시가 행정처분 카드를 꺼내들며 제제에 나섰다. 29일 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서울 등 대도시부터 시행된 택시발전법은 제12조 운송비용전가금지제도를 통해 택시사업자(운수업체)가 기사(운수종사자)에게 택시 구입 및 운행에 드는 비용을 부담하게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택시발전법 시행 이전에는 새차를 구입해 기사에게 배차할 경우 기사들이 하루에 적게는 2000원에서 많게는 1만원까지 내야 했다. 또 일정량의 연료(25~35ℓ)를 기사에게 지급하고 추가 사용분에 대해 유류비로 징수했으며, 세차비용을 회당 1000~2000원 가량 받거나 경미한 교통사고 처리비를 일부 기사에게 부담하게 하는 일이 빚어졌다.
 
택시발전법 시행으로 기사들의 근무 여건 개선이 기대됐으나 유류비, 세차비 등이 없어진 대신 사납금이 올라 근무여건은 오히려 악화됐다. 서울택시운송사업조합과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서울지역본부가 지난 14일 체결한 중앙임금협정에 따르면 연료를 일정량이 아닌 전량 지급하고 1일 사납금(운송수입금)을 12만5500원에서 13만500원으로 5000원 인상했다.
 
월 26일 만근 기준으로 임금은 월 3만6558원 올랐지만 도리어 사납금이 월 13만원 오른 셈이다. 더욱이 연료를 전량 지급하더라도 평균보다 연료를 적게 사용는 기사들은 사납금 부담만 늘어나게 된다. 당시 서울택시운송사업조합은 ‘사납금 인상은 노사 협의 사항’이라는 국토부 유권해석을 근거로 택시발전법에 따라 유류비 등을 추가 부담하니, 사납금을 올려 부담을 나누자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당초 법 취지에 어긋난 사납금 인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력한 유감을 표했다. 서울시는 노사에 공문을 보내 단위사업장에서 중앙임금협정을 그대로 수용할 경우 현장조사를 벌여 운송비용 전가금지로 행정처분을 시행하겠다고 경고했다.
 
서울시는 자체 분석결과 지난 2013년 택시요금 인상 당시 리터당 1100원대였던 LPG 가격이 현재 700원대까지 떨어지는 등 사납금 인상을 납등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사측이 택시발전법에 따라 추가 부담하는 유류비가 약 3000원 수준으로 인금인상분을 더해도 4600원에 불과해 사납금 인상 폭 5000원에 못 미친다는 분석이다. 유류비가 운송원가에서 유류비가 30% 가량을 차지하는 만큼 LPG 가격 인하로 많은 이익을 본 택시회사들이 기사들의 근무여건 개선을 위해 사납금을 동결 내지 인하까지도 검토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서울시는 사납금 인상이 실제 각 회사에서 벌어질 경우 이를 운송비용전가금지제도 위반으로 보고 사업일부정지나 감차명령, 면허취소, 과태료 부과 등의 행정처분을 엄격히 적용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노사간에 맺은 중앙임단협 자체를 관여할 수는 없지만 실제 각 회사에서 사납금을 인상하는 행위는 명백한 택시발전법 위반사항”이라며 “유류비 인하로 택시회사들이 경영상 수익을 봤던 만큼 법 취지에 맞게 종사자들의 처우에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서울역 인근에서 승객을 기다리는 택시. 사진/뉴시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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