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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어주는기자)“알리바바의 최고 자산, 실수와 실패”

‘마윈의 내부 담화’ 알리바바 그룹 지음|송은진 옮김|스타리치북스 펴냄

2017-03-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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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권익도기자] “돌이켜 생각해 보면 알리바바 창업 멤버 18명은 모두 상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그 자리에 남았고 함께 힘을 모아 큰 일을 해냈습니다. 알리바바의 가장 큰 자산은 지금까지 이룬 업적이 아니라 그동안의 수많은 실패와 실수입니다.”
 
2009년 8월16일.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이 중국 선전에서 열린 한 강연에서 지난날을 회고하며 던진 말이다. 당시 중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던 전자상거래업체를 운영하면서도 그는 자만하지 않았다. 수많은 실패로부터 얻은 경험들이 성공의 밑천이었음을, 앞으로 펼쳐질 실수들에도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임을 끝없이 강조했다.
 
이러한 마 회장의 경영 철학 속엔 그가 살아 온 인생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된 ‘마윈의 내부담화’에는 학창 시절부터 알리바바의 창업가가 되기까지, 그리고 경영한지 10여년이 흐르고서도 한결같이 자신을 ‘실수투성이’이자 ‘평범한 인물’로 소개하는 인간 마 회장의 스토리가 담겨 있다.
 
책은 마 회장이 2007~2009년 사내·외에서 펼친 강연과 연설 17편으로 묶여져 있다. 그는 여러 강연과 연설에서 공통적으로 알리바바를 세우기 전 자신이 겪었던 여러 번의 실패들을 되뇌인다. 대학 입시를 3번이나 치뤄야 했고 대학 졸업 후 월급 92위안(1만5000원)의 영어강사 길을 걷다 5년 만에 그만둬야 했다. 1992년 중국어를 영어로 번역해주는 ‘하이보번역회사’를 차렸지만 적자를 감당하지 못했고 1995년 중국 최초의 인터넷기업 ‘차이나옐로우페이지’를 설립했지만 인터넷이 생소했던 당대에 ‘사기꾼’으로 취급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 회장은 이러한 경험들을 자신의 소중한 자산으로 삼았다. 하이보번역회사는 실패했지만 그는 “보다 겸손하게 누군가를 돕고 살겠다”는 신념을 다듬는 계기로 여겼다. 차이나옐로우페이지의 경험을 통해서는 인터넷의 전체적인 구조와 시장성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매순간의 실패들에서 배운 경험을 엮어 그는 1999년 17명의 동료와 자신의 집에서 ‘알리바바닷컴’을 만들게 된다.
 
“정말 중요한 사업이나 프로젝트를 할 때는 항상 승리하는 장군을 투입하면 안됩니다. 실패를 겪어 본 사람을 내보내세요. 실패를 해본 사람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법입니다.”
 
그렇게 탄생한 알리바바닷컴은 중국 중소기업들과 세계 곳곳의 기업들을 연결하는 기업간거래(B2B) 전자상거래 사이트로 자리 잡게 된다. 이후 2003년 소비자간거래(C2C) 커머스인 ‘타오바오’와 2004년 온라인 결제서비스인 ‘알리페이’, 2008년 기업과 소비자간거래(B2C)인 티몰 등 전자상거래 사업을 총 7개의 영역으로 확장해 나갔다.
 
책에서 마 회장은 규모가 커진 회사를 운영하면서 겪었던 우여곡절에 대해서도 회고한다. 2001년에는 닷컴버블, 2003년에는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사스)의 영향으로 중국 중소기업들의 경영 환경이 어려웠다. 또 글로벌 금융 위기의 여파로 2007년 홍콩 주식시장 상장 당시 40위안에 달했던 알리바바의 주가는 3위안으로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하지만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위기 상황 속에서도 그는 매순간 숨은 기회를 엿보려고 노력했다.
 
“나는 이번 금융 위기를 고맙게 생각합니다. 알리바바의 주가를 3위안까지 떨어뜨려 주지 않았습니까? 농담이 아닙니다. 이제 우리는 다시 차근차근 전진하면 됩니다. 주가가 아무리 떨어져도 직원들끼리 화합하고 친형제처럼 지낸다면 알리바바는 끊임없이 더 나아질 것입니다.”
 
그는 과거 자신의 인생 경험을 되살려 기업의 위기 상황을 사명과 가치관을 재점검하는 기회로 삼았다. 책상 앞에 앉아 떨어지는 주가를 살피기 보다는 “중국 내 중소기업들을 돕고 고용시장을 활성화시키겠다”는 창업 초기 알리바바의 목표를 되새겼다. 그리고 고객을 최우선으로 하는 마인드와 팀의 협력, 투철한 직업정신 등의 가치관을 큰 줄기 삼아 어떠한 위기 상황에도 끄떡없는 단단한 기업으로 만들어 냈다. 마 회장은 책에서 “기업의 사명과 가치관을 직원의 70%가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 알리바바의 가장 큰 강점이며 위기 극복의 노하우”라고 설명한다.
 
책에는 마 회장이 꼽는 알리바바그룹의 성공 요인들도 군데군데 등장한다. 그 중 마 회장은 알리페이의 지불 시스템이 그룹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고 평가한다. 소비자가 타오바오나 알리바바닷컴에서 물건을 사고 지불한 금액은 중간거래자인 알리페이에 예치된다. 이후 물건이 배송되고 소비자의 승인을 거친 뒤에야 알리페이에 있던 돈은 판매자에게 넘어간다. 이러한 ‘신뢰’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로 알리바바그룹은 중국 전역의 온라인 거래를 활성화시키게 됐다.
 
2009년의 연설까지 수록된 책은 알리바바그룹의 오늘날까지 흐름을 한 눈에 파악할 수는 없어 다소 아쉽다. 하지만 알리바바의 사업 모델과 성장과정, 기업문화 등을 살펴보고자 하는 이들이라면 부담 없이 술술 읽어 나갈 수 있다.
 
'마윈의 내부담화'. 사진제공=스타리치북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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