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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피의자 : 박근혜, 죄명 : 특가법상 뇌물 등"

"SK·롯데·CJ 아직 피의자 없어"…뇌물혐의는 삼성 건만 적용한 듯

2017-03-27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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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검찰이 27일 법원에 청구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에는 ‘피의자 : 박근혜(전직 대통령)가 기재돼 있다. 그 아래에는 ’죄명 :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 등‘ 혐의가 적시됐다. 검찰과 법원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의 공소장에는 이 외에 범죄 혐의가 더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날까지 확인한 혐의는 총 13가지이다. 특검으로 수사가 넘어가기 전 특수본 1기가 확인한 혐의는 직권남용·강요, 공무상비밀누설, 강요미수 등 8가지이다.
 
특검팀은 여기에서 뇌물수수 등 5가지를 추가로 밝혀냈다. 이 중 뇌물은 그룹 경영 승계 작업 등 현안 해결 대가로 총 433억원을 수수한 혐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의 공범인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독일 법인 운영자금과 최씨 딸 정유라씨 승마훈련 지원비 명목으로 총 213억원을 건네기로 약속한 뒤 실제로 77억9735만원을 지원했다. 특검팀은 이 혐의를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 혐의를 적용해 공범인 이 부회장을 구속 기소했다. 이 부회장은 이와는 별도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2800만원, 미르재단에 125억원, K스포츠재단에 79억원을 각각 지원했다. 이 혐의는 특정범죄가중법상 제3자뇌물 혐의가 적용됐다. 이렇게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삼성으로부터 받은 뇌물액수는 총 433억2800만원이다.
 
검찰은 이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SK나 롯데, CJ 등 재단출연금 지원 대가로 부정한 청탁을 들어줬다는 혐의는 포함시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재단출연금 지원 기업 관련자 중 피의자로 입건 된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롯데를 수사 중”이라고 말해 혐의가 드러날 경우 박 전 대통령은 물론, 이번 사건에 연루된 재벌기업 관계자들이 제3자뇌물 혐의로 추가 구속영장이 청구되거나 적어도 불구속 기소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범죄 소명 등에 상당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밝힌 구속영장 청구 배경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감지됐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신분이나 현재 주거상황 등을 고려할 때 도주 등의 우려가 없기 때문에 구속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분석이 있다. 그러나 검찰은 이에 대해 사안의 중대성과 증거인멸 가능성, 구속된 공범들과의 형평성 부분을 강조했다.
 
영장전담 판사를 역임한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사건이 발생한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났고, 현재 사저에서 두문불출하는 사정을 고려하면 박 전 대통령 측에서는 증거인멸 가능성과 도주 가능성이 없다는 논리로 방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지금까지의 수사 결과와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일반인의 신분으로서 구속된 공범들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보면 구속의 필요성에 더 무게가 실린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영장전담 판사 출신 변호사도 “공범이 있는 경우에는 피의자간 형평성이 구속영장 발부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임면권자에 대한 첫 구속영장을 청구한 김수남 검찰총장은 막판까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김 총장은 지난 21일 박 전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은 뒤 증거와 법리, 신변관계에 대해 지난 주말까지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본 관계자는 영장 청구가 이날 결정됐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김 총장은 이영렬 본부장으로부터 수시로 직접 보고를 받았으며, 특수본 소속 수사팀 의견과 대검찰청 참모 등 검찰수뇌부의 의견도 폭넓게 청취했다. 이 본부장은 특수본 1기 출범 때부터 대검 참모를 거치지 않고 김 총장에게 수사 과정을 직접 보고하도록 돼있다. 검찰 원로들의 조언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그러나 이 가운데에서도 수사팀의 의견을 무엇보다 최우선으로 고려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박 전 대통령 소환조사가 끝난 다음 날인 지난 23일 출근길에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 관한 취재진 질문에 "오로지 법과 원칙,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판단돼야 할 문제"라고 답했다. 최근 대검 간부회의에서 “이번 (국정농단) 사건의 주임검사는 나”라고 했다는 일각의 보도에 대해서는 “그런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1일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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