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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근

갈 곳 잃은 후판의 대변신

조선업 침체로 건설용 주목…철강3사, 후판 살리기 안간힘

2017-03-26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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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승근 기자] 전방산업인 조선업의 침체로 수요가 급감한 후판이 생존을 위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기존에는 선박과 해양설비 등 쓰임새가 한정적이었지만 최근에는 건설용으로 가공하거나 독자기술을 더해 고부가 제품으로 재탄생하는 등 판로가 확대되고 있다.
 
26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조선업의 장기침체로 후판은 갈 곳을 잃은 대표적인 과잉공급 품목으로 지목된다. 여기에 내수에서는 값싼 중국산 제품과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보호무역 조치 확산으로 수출시장마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철강 3사 중 후판 판매 비중이 가장 높은 동국제강(001230)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후판 매출은 4906억원으로, 2년 전(9512억원)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후판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도 2014년 3분기 18.6%에서 지난해 3분기 11.8%로 6.8%포인트 낮아졌다. 
 
업계에서는 설비 감축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후판의 경우 발주처가 원하는 크기나 용도가 모두 제각각이어서 단순히 생산량을 낮추는 것만으로는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며 "3사의 경우 더 이상 후판 설비를 통·폐합하고 줄이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대안은 후판의 활용도 다각화로 모아졌다. 업계 맏형인 포스코(005490)는 대형 건축물에 주로 사용되는 BH빔(Built-up H빔) 사업에 주목했다. BH빔은 후판을 크기에 맞게 잘라 용접, 제작하는 H 모양의 철강재로, 일반 대형 RH빔(Rolled H-beam) 대비 5%가량 강재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포스코는 2015년 부산 변압기공장 신축공사에 1000톤, 지난해 7월 일본 시미즈건설에 BH빔 1000톤을 공급했다.
 
현대제철(004020)은 기존 후판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방법으로 신시장 개척에 나섰다. 지난달에는 기존 후판에 비해 강도가 높은 EH7 후판으로 한국선급인증을 취득했다. 최대 두께가 100㎜에 이르며 주로 초대형 컨테이너선에 사용된다. 현대제철은 올 상반기까지 노르웨이-독일(DNVGL)·미국(ABS)·영국(LR)·프랑스(BV) 등 8개 해외 선급협회로부터 인증을 취득할 계획이다.
 
동국제강(001230)은 지난 22일 브라질CSP 제철소에서 생산한 슬래브 입고를 계기로 후판의 품질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최근에는 조선용 후판 판매 비중을 줄이고, 건설 등 비조선용 확대로 방향을 틀었다. 국내에서는 CJ건설 등에 BH빔 제품을 공급 중이며, 제품 사이즈를 키우고 내진 인증을 취득하는 등 건설용 철강재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건설에 이어 자동차용 강판에도 후판 적용 검토에 돌입했다.
 
동국제강이 생산하는 후판 제품들. 사진/뉴스토마토DB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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