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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다시 타오른 촛불 "탄핵이 끝 아니다. 박근혜를 구속하라"

서울 광화문 광장 10만 시민 모여…세월호 진상규명 촉구

2017-03-26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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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세월호가 3년만에 수면 위로 떠오른 뒤 첫 주말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이후 2주만에 촛불집회가 다시 열렸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25일 오후 6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21차 범국민행동의 날'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이날 주최 측 추산으로 총 10만여명의 시민이 모여 세월호 침몰 진상규명 촉구와 박 전 대통령의 구속을 촉구했다.
 
이날 사회자로 나선 퇴진행동 최영준 공동상황실장은 “우리는 박 전 대통령의 파면 뿐만 아니라 구속을 원한다.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집으로 돌아간 뒤에도 죄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죄 없는 사람에게 누명을 씌웠느냐”며 “죄를 지었으면 죗값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실장은 이어 “세월호가 드디어 올라왔다. 그동안 못 올라온 것은 박근혜 정부 때문”이라며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되어야 할 첫 사유는 바로 세월호 참사다. 그래서 우리는 신발 끈을 다시 묶고 다시 이 광장에서 시작하려 한다. 박근혜 구속과 세월호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을 위해 다시 달려가자”고 시민 참여를 독려했다.
 
기조발언에 나선 퇴진행동 법률팀장 권영국 변호사는 “드디어 그리고 마침내, 세월호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미수습자를 되찾을 희망이 떠올랐다. 세월호 가족들과 우리 국민들이 기뻐할 일 아니겠느냐”며 “국정농단의 몸통인 박근혜가 내려가자 세월호가 올라왔다. 이게 우연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그동안 세월호가 인양되지 않은 것은) 바로 박근혜가 세월호 인양을 원치 않았기 때문인데 여러분 동의하시느냐”며 “죄를 지은 자는 처벌받아야 한다. 구속사유가 있는 자는 반드시 구속되어야 한다. 이것이 법 앞의 평등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진정으로 국정농단의 진상을 밝히고자 한다면 국정농단과 증거인멸의 몸통인 박근혜를 구속 해야 하며 나아가 법꾸라지 우병우를 구속하고 뇌물을 줬던 다른 재벌 대기업도 반드시 수사해야 한다”면서 “검찰이 또 다시 봐주기 수사로 사건의 진상을 덮는다면 우리 국민이 용서할 수 있겠느냐. 범죄의 몸통이다. 박근혜를 구속하라”고 외쳤다.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겸찰의 물대포에 맞아 의식을 잃은 뒤 후송돼 치료를 받다가 숨진 고 백남기 농민 장녀 백도라지씨도 발언대에 섰다. 백씨는 “박근혜를 탄핵시켜 이 땅의 민주주의가 아직 죽지 않았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바다에 가라앉아 있던 세월호도 3년만에 올라왔다”며 “너무 늦은 감이 있지만 그래도 하나하나 모든 것들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다음주 월요일은 저희 아버지가 쓰러진지 500일이다. 살인 경찰들은 아직 기소가 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저는 믿는다. 민주주의가 바로, 서고 정의가 바로 서고. 죄 지은 자들이 죗값을 치르는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박근혜도 구속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발언대에는 세월호 희생자인 단원고 학생들의 부모들이 연이어 올라 간절한 마음을 전했다. 허다윤양 어머니 박은미씨는 아직 세월호에 있는 미수습자 9명이 가족을 찾아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간절히 기도해달라며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조은화양 어머니 이금희씨도 “촛불을 드는 많은 시민들 때문에 세월호가 올라왔고 미수습자 9명도 찾을 것으로 믿고 있다”며 “우리는 세월호 참사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는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것을 원한다. 그것이 304명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는 것”이라곡 강조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세월호 인양을 기념하는 여러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세월호 인양작업 현장과 미수습자 가족들의 영상편지가 상영됐으며, 세월호 그림과 함께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고 적힌 현수막 애드벌룬도 등장해 시민들의 가슴을 울렸다.
 
시민들은 이날 본집회 이후 오후 8시쯤부터 “탄핵은 시작이다. 박근혜를 구속하라”, “촛불의 명령이다. 박근혜를 구속하라”, “인양은 시작이다. 책임자를 처벌하라”, “7시간 은폐 말라. 박근혜를 구속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명동과 삼청동 총리공관 방향으로 행진했다. 21차 촛불집회는 오후 9시쯤 종료됐으며 세월호 참사 3주기 전날인 내달 15일 대규모 22차 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1차 범국민행동의 날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세월호 진상규명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3차 탄핵무효 국민저항 총궐기 국민대회도 이날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열렸다.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민들은 세월호 인양에 맞서 천안함 용사 7주기 추모 행사를 진행하며 천안함 사건을 부각시켰다.
 
지난 8일 자신의 SNS에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인용이 된다면 목숨을 내놓겠다”고 밝힌 정미홍 전 KBS 아나운서는 이날 발언에서 “천안함 장병들 때문에 오늘 또 눈물을 흘렸다. 억울하게 조국의 바다에 수장된 우리 생떼같은 아들들을 추모하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다짐을 한다”며 “이런 일이 이스라엘이나 일본에 있었다면 어땠겠느냐. 북한의 소행이라는 것이 밝혀진 직후 다 초토화 됐을 것이다. 이렇게 당하고 한번 반격을 못하는 이런 국가안위에 관심이 없는 지도자를 다시 뽑아서는 안 된다. 당하면 두배로 갚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경찰에 따르면, 천안함과 관련돼 유포된 유언비어가 87가지나 된다”며 “경찰이 조처를 취했다고 하지만 계속 유언비어가 퍼졌다. 세월호도 온갖 유언비어 천지였다. 대통령 탄핵도 온갖 허위와 거짓말이 판을 쳤다. 이런 짓을 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알고 있다. 더 이상 당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를 인용한 헌법재판소에 대한 원색적인 비판도 나왔다.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대리인 소속이었던 조원룡 변호사는 이날 공개 발언에서 “헌법재판소 결정문을 정신 차리고 살펴보니 지적할 것이 너무 많다. 뜻있는 분들과 후세에 경종을 울리는 주홍글씨를 영원히 새기도록 탄핵백서를 만들 계획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결정문 중 가장 황당한 부분은 박 전 대통령에게 헌법수호 의지가 없다고 해서 탄핵했다는 부분이다. 그 이유는 검찰, 특검에 수사를 안 받았고 청와대 압수수색 안 받은 것을 근거로 들었다. 그것이 말이나 되느냐. 직무정지 중인 대통령은 압수수색을 거절할 법적 권한이 없다”며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증거를 찾겠다고 검찰이 어제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못했다. 그것을 보더라도 박 대통령 잘못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된 것은 너무나 실력 없는 2류집단이 헌법재판관이 됐기 때문”이라며 “원로법조인에게 물어봐라. 지방 고법원장들 대법관 하라면 몰라도 헌법재판관 하라면 안 간다. 그런 것이 대다수다. 제 두 귀로 똑똑히 들은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허접한 집단이 국가의 존망이 걸린 대통령 탄핵심판을 제대로 할 수 있었겠느냐. 헌법재판소 해산시키고 실력 있는 대법관들 밑에 있는 고등법원에 헌법부를 두자고 제안한다. 그러려면 헌법을 개정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보수 우파 중에 이 내용을 공약으로 삼을 수 있는 올바른 의원을 뽑아 대통령으로 당선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저항운동본부 집회 참여 시민들은 1부 순서가 끝난 뒤 을지로2가부터 명동역, 남대문을 지나 대한문으로 되돌아오며 행진했다.
 
경찰은 이날 촛불집회와 박 전 대통령 지지자 모임 집회간 질서유지와 충돌에 대비해 154개 중대 1만2300여명의 병력을 배치했다.
 
25일 서울 중구 대한문 앞과 서울광장 일대에서 탄기국 주최로 대통령 탄핵무효 국민저항총궐기 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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