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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스팩시장, 합병비율 정정공시 이어지는 이유는

"업황 불확실성에 기업가치 변동폭도 덩달아 커진 탓"

2017-03-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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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최근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 SPAC)이 합병 대상 기업들을 고평가했다가 다시 가치를 낮춰 조정해 정정공시를 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단기간 내에 업황 변동폭이 커지면서 벌어지는 현상으로, 투자자들의 유의가 필요해 보인다.
 
올해 들어 3개월간 스팩에 대한 불성실공시법인지정예고는 코스닥 시장에서만 두 차례 이뤄졌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2월9일에는 엔에이치스팩3호, 3월3일에는 엔에이치스팩9호에 대해 불성실공시법인지정예고를 했다.
 
사유는 회사합병결정의 합병비율을 100분의 20이상 변경하는 등 공시를 번복했기 때문이다. 현재 엔에이치스팩3호는 5월 상장을 목표로 고려시멘트와, 엔에이치스팩9호는 6월 상장을 목표로 넷게임즈와 각각 합병을 추진 중이다.
 
엔에이치스팩3호의 경우 고려시멘트와의 합병비율이 종전 1대 2.1754643에서 1대 1.1739980으로 변경됐다. 피합병법인의 주당 평가액은 4451원에서 2402원으로 재추정됐다. 엔에이치스팩9호의 경우에는 넷게임즈와의 합병비율이 종전 1대 50.11000000에서 1대 38.6915000로 변경됐다. 피합병법인의 주당 평가액은 10만220원에서 7만7383원으로 재추정된 상태다.
 
 
스팩상장의 경우 주관사가 직접 가치를 측정하는 일반상장과 달리 회계법인이 피합병법인의 가치를 측정해야 하고, 이 결과에 대해 금융감독원의 감독을 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가치측정 면에서 볼 때는 사실 스팩이 일반상장보다 더 까다롭다"고 전했다.
 
앞서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합병비율이 정해졌음에도 불구하고 합병비율 변경에 따른 정정공시가 잦아진 이유는 업황의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스팩에 대한 불성실공시법인지정예고가 지난해에는 별로 없었다"면서 "올해 들어 중국 사드 문제, 업황 자체의 변동폭 확대 등으로 기업가치가 하락하면서 합병비율이 낮아지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업종의 주가수익비율(PER)이 나빠지면서 그 하락분을 반영하거나 중국과의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을 반영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고려시멘트의 경우 시멘트 업황이 좋지 않다는 점이 합병비율에 영향을 끼쳤다. 시멘트 산업은 전형적인 내수산업이자 품질의 차별성이 뚜렷하지 않아 성장성에 한계가 있는 데다, 최근 주택 신규공급의 과잉 우려,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건설업체의 체감경기 회복 또한 불투명한 상황이다.
 
모바일 게임사인 넷게임즈의 합병비율은 사드 갈등으로 중국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진 데 따른 영향을 받았다. 또 최대주주인 바른손이앤에이가 지난 2015년 3월16일 거래소로부터 최근 사업연도 매출액 30억원 미만의 사유로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바 있다는 점도 잠재적 부담 요소로 꼽힌다. 만약 바른손이앤에이의 실적과 재무구조가 취약해질 경우 넷게임즈의 경영안정성에 저해가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다만 고의적 정정공시는 아니라는 게 거래소의 시각이다. 불성실공시법인지정 제도에는 귀책사유가 상대방에 있을 때는 어쩔 수 없는 경우라 보고 예외를 인정하는 규정이 있다. 이럴 경우 회사 입장에서는 투자자보호 목적으로 합병비율을 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성실공시법인지정예고가 이뤄져도 벌점은 높게 부과되지 않는다. 거래소 공시위원회의 관련 심의기준에는 위반의 동기, 위반의 중요성 항목이 있고, 이에 따라 벌점이나 벌금이 책정된다. 거래소에 따르면 엔에이치스팩3호와 엔에이치스팩9호 모두 벌점은 낮게 책정됐다.
 
스팩은 비상장기업의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설립된 일종의 페이퍼컴퍼니로 3년 내 합병에 실패해도 원금과 연 2%대 안팎의 이자가 보장된다. 또 우량 비상장기업의 인수합병시 주가차익을 추가로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스팩 특성상 투자 판단을 위한 정보가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특히 업황의 변동폭이 클 경우 주의가 요구된다.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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