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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세월호 인양)'의혹 투성이' 침몰 직접 원인 밝혀질까

대법원도 침몰 원인 의문 제기…'자로' 등 외부충격설도 확산

2017-03-23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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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23일 세월호가 참사 3년만에 인양되면서 침몰 원인에 대한 재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2014년 10월 검경합동수사본부가 수사결과 발표에서 침몰원인으로 지목한 것은 과적과 고박불량, 급격한 변침 등 세가지이다. 그러나 이런 결과는 현물인 세월호를 직접 조사해 나온 것이 아니었다. 당시 수사결과 발표에서도 검경은 “사고원인에 대한 전문적·과학적 정밀감정을 위하여 학계 및 실무계 전문가 11명으로 ‘전문가 자문단’을 구성?운영하는 등 세월호 침몰원인에 대한 과학적 분석 및 시뮬레이션 실시했다”고 밝혔다. 시뮬레이션에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선박플랜트연구소와 서울대 조선공학연구소가 참여했으며, 그 조사결과가 수사와 공판에 반영됐다.
 
검경은 구체적 침몰원인으로 ▲2012년 일본에서 수입된 후 수리·증축에 따른 총톤수의 증가(239톤)와 좌우 불균형 ▲사고당일 최대 화물 적재량(1077톤)의 2배에 달하는 과적(2142톤) ▲선체 복원에 필요한 평형수 등을 1375.8톤 감축 적재 ▲차량·컨테이너를 부실 고박으로 인한 복원성의 심각한 악화 ▲사고해역 통과 시 조타할 의무가 있는 선장이 선실을 이탈하고 근무 항해사와 조타수가 과도하게 변침하는 등의 운항상 과실 등을 들었다.
 
검경은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사고 원인 분석 결과를 인용해 “시뮬레이션 결과, 복원성이 약화된 선박이 과도한 조타로 인하여 횡경사가 크게 발생했고, 횡경사와 선회 원심력으로 인해 일부 화물이 미끄러지며 이동하면서 선박의 경사를 더욱 심화시켰다”고 발표했다. 이는 세월호에 실려있던 화물을 51개 그룹으로 세분화하고 마찰계수와 고박효과를 고려한 유효마찰계수를 적용해, 선박의 경사에 의한 화물의 미끄러짐과 선회 원심력을 반영한 시뮬레이션 수행의 결과였다.
 
검경은 또 대각도 선회에 의한 횡경사와 화물의 이동으로 인해 약 30도의 횡경사가 발생한 후, 화물적재구역(D-Deck)의 측면 문과 선미 램프(차량 출입문)를 통해 초기 침수가 발생했으며, 이후 지속적인 침수가 진행되면서 세월호가 침몰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전문가 자문단이 세월호의 기기 결함 가능성에 대해 검토했지만 주기관을 비롯한 기관실 각종 기기(주발전기, 비상발전기, 배터리 등)에는 이상이 없었으며, 조타장치도 사고 전까지 정상 작동했던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서울대 선박해양성능고도화 연구사업단 시뮬레이션 결과도 비슷했다. 연구사업단은 “한국선급 승인 적재조건 준수시 모든 조타의 경우 횡경사가 10도 내외로 발생하나, 사고 당시 세월호의 평형수 및 화물 적재량에 해당하는 조건으로 운항할 경우 급선회시 횡경사가 최대 30도로 발생 가능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고박된 화물의 이동이 없는 경우 선박 전복이 발생하지 않지만, 고박 불량으로 화물이 이동할 경우 선박의 침수가 발생할 정도의 횡경사가 발생하고, 그 결과 침수에 따른 선박 전복이 발생 가능한 사실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5년 11월 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승무원들에 대한 상고심 판결에서 세월호 침몰원인에 대해 "사고 당시 세월호의 조타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였는지에 관하여 합리적인 의심이 있는 이상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검경의 침몰원인 결과 발표 중 일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세월호 침몰 당시부터 대법원 판결 이후 지금까지 검경이 발표한 세월호 침몰원인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이론이 제기됐다. 대표적인 것이 외부 충격설이다. 지난해 12월 네티즌 수사대 ‘자로’는 9시간에 달하는 인터넷 동영상 ‘세월X’를 통해 세월호의 침몰 원인이 외부 충격에 있다고 주장했다. 자로는 “(사고 당시) 진도 VTS 레이더영상에 나타났던 주황색 괴물체가 있었다”며 “그 괴물체가 컨테이너로 알려졌지만 과연 컨테이너일지 의문”이라며 잠수함 충격설을 제기했다.
 
검경이 지적한 세월호 과적 부분과 관련해서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것이 있다.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지난해 6월 “세월호 침몰 당시 실려 있던 화물량이 철근 410톤을 포함해 총 2215톤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적재승인량 987톤의 두배를 훨씬 넘는 무게다. 특조위 등 일각에서는 철근 중 상당수가 제주해군기지 건설용이라는 의혹을 제기했으나 해군은 부인했다. 과적이 세월호의 주요 침몰원인으로 지목된 이상 이 부분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월호 변호사’로 잘 알려진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도 23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무래도 세월호 선체 자체가 침몰 원인 등을 밝히기 위한 가장 중요한 증거물이 될 것"이라며 "세월호 선체에 대한 정밀한 조사를 통해 침몰 원인을 밝혀야 한다. 미수습자 분들의 수습이 최우선이고 그다음은 증거물로서의 세월호에 대한 철저한 정밀조사,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대법원에서조차도 검찰이 공소장에 기재했던 침몰 원인을 다 믿을 수가 없다고 판결 내린 만큼, 기계 내의 오류라든지 또는 고장 또는 파공이라든지 이런 걸 전체적으로 정밀하게 조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진상규명에 나섰던 대한변호사협회 세월호 특별위원회 진상조사단장 오영중 변호사도 같은 주장을 했다. 오 변호사는 "대법원도 판결에서 일부 침몰 원인에 대해 의문의 여지를 남겼다"며 "현물을 보지 않고 시뮬레이션만 거쳐 나온 결과인 만큼 인양된 세월호에 대한 정밀한 물리적 재조사를 거쳐 외력 의혹 등에 대한 실질적 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세월호 안에 적재됐던 철근 등 적재물이 실제 침몰에 영향을 줬는지와 침몰원인과 관련해 사실을 은폐했던 정부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 백지상태에서 다시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변호사는 이어 "물론 그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미수습자 수습이 최우선"이라며 "지난 21일 공포·시행된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에 따라 위원들을 속히 선임해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선체조사위는 국회 선출 5명, 희생자 가족 대표 선출 3명 등 8명으로 구성되면, 이 가운데 최소 3분의 2 이상인 6명은 선박 및 해양 분야에서 5년 이상 종사한 사람이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와 4.16국민조사위원회, 4.16연대 등은 이날 성명을 내고 정부에 대해 ▲미수습자 수습에 가장 먼저 나설 것 ▲세월호 선체에 대한 추가 손상이 없도록 신속히 조치할 것 ▲세월호 선체 인양, 미수습자 수습과 조사 전 과정에 선체조사위원회 야당·가족추천 위원, 준비단을 참여시킬 것 ▲국회와 차기 대통령 후보는 선체조사위원회가 세월호의 조속한 인양, 제대로 된 수습과 진상규명의 분명한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적극 나서줄 것 등을 촉구했다.
 
2014년 10월6일 조은석 당시 대검찰청 형사부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세월호 침몰사고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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