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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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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입니다.
다시 읽는 '세계정부의 기초, UN 사무국 유치'

2017-03-23 16:55

조회수 : 2,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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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성남시장이 호남 발전정책으로 국제연합(UN) 산하 기구 유치를 공약했다.

이재명 시장은 23일 광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UN 산하에 '세계민주주의기구(WDO)'와 '국제인권기구(IHRO)' 등 평화와 인권을 담당하는 기구를 만들고 광주와 전남에 유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인 22일에도 전주를 찾아 "UN 산하 기구로 '국제평화기구(IPO)' 등 평화와 인권을 담당하는 기구를 만들어 전북에 유치하겠다"며 "호남을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의 지구촌 거점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시장이 그간 이색적인 공약을 많이 내놓긴 했지만, 이번 공약을 발표할 때 "왜 UN 기구를 지방에 두려고 하느냐"는 질문이 나왔던 것을 보면, UN 기구를 국내에 유치하겠다는 것은 해당 지역 기자들이 보기에도 느닷없었던 모양이다. 어찌 보면 국제기구 유치는 전형적인 선심성 공약에 해당한다. 실제로 인천 송도를 비롯해 웬만한 대도시에 국제대학원이나 국제기구를 유치하겠다는 공약은 잊을 만하면 나온 단골 메뉴다.

하지만 국제기구, 특히 UN과 관련된 기구를 우리나라에 유치하는 문제는 장기적인 국가전략 차원에서 살펴볼 내용기도 하다. 지난 3월2일 서울대 국가리더십센터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일하는 임채원 박사가 본지에 기고한 시론은 이런 취지를 잘 설명하고 있다. 이에 글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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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정부의 기초, UN 사무국 유치

탄핵 정국이 정점에 이르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정치적 사법으로서 법리의 왜곡이 없다면 3월 초순에는 탄핵인용이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된다. 그러면 본격적인 대선정국이 시작된다. 탄핵심판 결정 이전에는 지난 4년 동안 공익이 아니라 사익 추구에만 골몰하면서 불법과 부패를 조장한 정권에 대한 심판으로, 과거청산이 중요한 정치적 쟁점이 됐다. 그러나 탄핵심판 이후에는 과거청산이 아니라 미래 비전과 정책으로 정치적 쟁점이 옮겨간다. 새로운 시대에는 어떤 정치적 비전이 제시될까? 그 이전에 한 국가를 넘어서 세계적인 차원에서 어떤 미래가 놓여 있는가.

그래서 미국의 국가정보위원회(National Intelligent Council)가 4년마다 발표하는 '글로벌트렌드 보고서'는 주목된다. 미국은 대통령 선거가 4년 마다 열리고 11월에 대통령 당선자가 나온다. 국가정보위원회는 1년 전부터 준비한 보고서를 12월에 당선자에게 보고하고 다음 해 1월에는 백악관 홈페이지에서 일반에 공개한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에게는 '글로벌 트렌드 2035'라는 이름의 6번째 보고서가 제출됐다. 미국에서는 이번 보고서가 가장 잘 만들어졌다는 평가다. '진보의 역설(Paradox of progress)'은 앞으로 20년 동안 2035년까지 전 세계적인 주요 변화들을 전망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미래 전망을 앞으로 5년 동안을 근미래(Near-term future)로, 20년 뒤까지를 먼미래(Distant-term future)로 나눠 다른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근미래에는 다양한 갈등들이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제4차 산업혁명으로 과학기술의 발전은 일자리들이 기계로 대체되어 어느 때보다 고용 조건이 악화될 것이라고 본다. 정보통신기술과 바이오기술 그리고 의료산업에서 획기적 발전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한다. 반면 기후변화는 새로운 재난과 재앙을 예고하고, 이에 대처하는 개별 국가의 노력은 재생에너지 전환 등으로 활발하게 모색될 것이다.

이 보고서가 담고 있는 장점은 오히려 먼미래에 대한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3가지 시나리오가 제시된다. 개별 국가의 군도(Islands), 대륙의 지역별로 나눈 세력권(Orbits), 그리고 글로벌 수준의 변화인 공동체(Communities) 시나리오가 각각 제시됐다. 군도 시나리오에서 눈에 띄는 것은 20년 뒤에는 기계와 인간의 결합으로 오히려 일자리가 늘 것이라는 점이다. 역사적으로 제1차 산업혁명 이후에도 대량 실업이 발생하고 실질임금이 하락해 단기적으로 많은 일자리가 사라졌다. 이에 반발하는 사람들은 기계파괴 운동(Luddite)을 일으켰고, 진보적이고 양심적인 지식인들이 동조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오히려 일자리가 늘어나 자본주의 역사에서 처음으로 완전고용을 국가목표로 제시하게 됐다. 제4차 산업혁명 역시 마찬가지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세력권 시나리오에서는 세계화 추세가 감소하고 개별 국가의 고립주의가 강화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민족주의나 대륙 간 지역 단위로 경제권과 생활권을 축소하려는 경향이 강화될 것이다. 이는 지금 현실적으로 트럼프 당선이나 영국의 브렉시트 그리고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 민족주의가 득세하고 있는 것에서도 확인이 된다.

반면 지구 전체를 다루는 공동체 시나리오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중앙정부의 역할이 감소하는 대신 지방정부와 시민단체, 종교단체 그리고 다국적 기업 등 새로운 주체들이 활발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글로벌 거버넌스에서도 공동체적 협력이 증가할 것이다. 지금까지 거부권 행위자(Veto player)는 주로 강대국들이었지만 앞으로는 거부권 행위의 주체들이 보다 다양화될 것이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러한 글로벌 수준에서 공동체적인 협력은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인 추세라는 점이다.

2035년까지 글로벌 수준에서 공동체적 협력이 중앙정부, 지방정부, 시민단체, 종교단체, 다국적 기업 등에서 확대된다면 지금 국제연합(UN)의 국가별 협력을 뛰어넘는 초보적 형태의 세계정부가 등장할 것이다. 동아시아에서 20년 이내에 등장하게 될 세계정부의 기초는 '서울'을 중심으로 고민할 때다. 그 처음은 UN의 제5 사무국을 우리나라에 유치하는 것으로 시작해 볼 수 있다.

현재 UN 사무국은 미국의 뉴욕과 스위스 제네바, 오스트리아 빈 그리고 케냐의 나이로비에 있고 각각 고유한 기능과 역할이 분담되어 있다. 기후변화와 제4차 산업혁명에 대응 등 새로운 쟁점들에 대비하는 UN 역할을 할 제5사무국은 아시아에서 유치할 조건이 성숙하고 있다. 앞으로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전망되고 이들의 다양한 지구적 쟁점을 조율할 글로벌 기구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존재하는 국가에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마지막 분단국가고, 북한의 핵 개발을 고려한다면 역설적으로 글로벌 시대에 평화문제를 가장 역동적으로 풀 수 있는 곳도 바로 한국이다.

용산 미군기지가 조만간 평택으로 이전한다. 용산은 1882년 임오군란 이후 차례로 청나라와 일본, 미국 군대가 100년 넘게 자리 잡고 있다. 역설적으로 개별 강대국의 군대가 아니라 글로벌 보편주의를 목표로 하는 세계정부의 기초로서, UN 제5 사무국이 용산 어딘가에 들어설 것을 상상해 본다. 탄핵정국 이후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에서는 국가 비전으로서 UN 제5사무국을 유치해 글로벌 공동체 시대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20년을 대비하는 글로벌 공동체에 대한 미래다.

임채원 서울대 국가리더십센터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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