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최한영

문재인 후보가 본인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했다고?

2017-03-21 16:58

조회수 : 3,690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문재인 후보는 이번 캠페인에 사용될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했다. 대선후보가 국민들에게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캠프가 21일 발표한 ‘국민이 만드는 대선공약, “내가 대통령이라면” 캠페인’ 자료의 일부입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대국민 정책 공모를 위해 ‘국민이 만드는 대선공약 캠페인’을 시작한다. 내가 대통령이라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문 후보의 휴대전화로 문자만 보내면 된다. 스마트폰이 아니어도 괜찮다. 모든 국민이 사용하는 휴대전화 문자를 사용함으로써 60대 이상 어르신들도 쉽게 참여할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문재인 후보는 이번 캠페인에 사용될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했다. 대선후보가 국민들에게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제 캠프에서는 휴대폰 번호(010-7391-0509)를 공개했습니다.
 
언뜻 보면 문 후보가 자신이 평소 사용하는 휴대폰 번호를 공개한 것으로 보이기 십상이지만 사실은 다릅니다. 문 후보 캠프 전병헌 전략기획본부장은 ‘휴대폰을 후보가 직접 들고다니는 개념인거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건 아니다.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휴대폰에 올라오는 글을 볼 수 있게 한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이어진 ‘후보의 휴대전화 번호라는 것은 상징적인 것인가’는 질문에는 “실제 후보 명의 휴대폰을 개통했다”고 빠져나갔습니다.
 
더구나 해당 핸드폰은 ‘나이에 상관없이 문자로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 캠페인 성격에 맞게(?) 전화 착신금지를 해놓은 상황입니다. 혹여 문 후보의 목소리를 듣고자 해도 해당 휴대폰을 통해서는 불가능합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에 이르는 동안 부지기수로 불통 논란이 일었던 점을 감안했을 때 ‘국민과 소통하는 대선후보’ 이미지를 주고 싶어하는 마음, 십분 이해합니다. 이렇게 해서 좋은 아이디어가 문 후보에게 전달되고 실제 공약과 집권 후 정책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캠프에서는 이날 발표 후 7시간 만에 '국민이 만드는 공약' 제안건수가 1만900건이 접수됐다며 의미를 부여합니다.
 
다만 ‘문재인이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공개했다’는 캠프 측 설명에는 무리가 따라 보입니다. 대선주자 급 인사가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온 국민들에게 공개한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한 일입니다.
 
보여주기식 소통에 목맬 것이 아니라 캠프 내·외에서 누구나와 활발하게 대화한다는 입소문이 나는 것이 더 좋은 효과를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해 12월18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NC백화점 롯데시네마를 방문, 원전 재난을 다룬 영화 '판도라'를 관람하기 전 자신의 휴대전화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정경부 기자
  • 최한영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