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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록

'나는 OO이다', 명명되기를 거부한다

[인터뷰] 춘천마임축제 안에서 만난 '이름없는 공연' 신영철 감독

2017-04-06 11:18

조회수 : 8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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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춘천마임축제에서 만난 신영철 감독과의 인터뷰 기사입니다.


출처: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572674


현재 세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의 청중평가단이나 지난해 성황리에 방영을 마친 Mnet <슈퍼스타K2> 대국민 문자 투표 등은 아마추어를 넘어 이제는 프로까지 대중의 선택과 평가를 강요받게 만든다.


공연과 대중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 속에서 춘천마임축제 안에서 '나는 OO이다' 명명하기를 거부하고, 관객을 원치 않는 한 '이름없는 망령'을 만났다.


자유·아마추어 참가팀 중 '이름없는 공연'의 신영철 감독(58)은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각각 '자유', '생명', '평화'라는 주제를 가지고 3부 연작 공연 <1895년 가을>을 춘천 '축제극장몸짓'에서 선보였다.


<1895년 가을>은 100년간의 퇴화를 고백하며 죄스러움으로 다가가, 그리워하는 100년 전 이 지구를 지켜주며 미래의 우리를 위해 노력하던 사람들과의 만남을 '옴니버스 모자이크' 식으로 현실의 거리 위에 그려보는 작품이었다.



 









1895년 가을 ‘이름없는 공연’이 24일 공연 리허설을 하고 있다.
 




 


지난 24일 공연 현장을 찾는가 하면, 이메일 인터뷰 요청과 게시글 인터뷰 요청 등 삼고초려와 같은 인터뷰 요청 속에 당일 오전 10시 30분경 카페 게시글에 대한 답글을 통해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답변에 앞서 신 감독은 "이러한 취재의 결과물이 얼마나 이 작업의 의미를 해체시키는 잘못인지를 그리고 굳이 인터뷰를 해서 알릴 필요가 없는 하찮은 공연임을 인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영철(58) 감독 '이름없는 공연' 신영철(58)감독이 공연을 하고 있다.
 




 


다음은 '이름없는 공연' 신영철 감독(58)과의 '게시글 인터뷰' 전문이다.


- 극단을 창단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름없는 공연'은 극단이 아니라 그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입니다.


거리에서 지나가다가 보게 되는 어떤 사람들의 모습 정도나 버스에 앉아 창가로 보이는 길에 서 있는 어떤 이름 모를 사람들의 행동이나 표정이나 만남, 스침 정도일 뿐입니다.


창단 계기란 말은 전혀 질문이 안 되지만 굳이 답한다면 존재하게 되었으므로 그 존재 의미에 맞게 실천하며 살다가기 위한 노력을 위해서입니다."


- '예기 플라타너스', '이름없는 공연' 각각의 팀 명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예기'는 그 작업자의 아이디이고 플라타너스는 장르의 구속 없이 자유롭게 행하는 표현 형식과 거리에 가로수같이 세상을 향해 공기를 전환시키는 행동의 지칭입니다. '예기 플라타너스'는 예기가 하는 플라타너스 작업의 모음말이었습니다.


'이름없는 공연'은 이름이 없다는, 즉 아무것도 아니며 누구라는 것에 관심가질 가치가 없는 공공공간 안에서의 행동입니다. 즉 명칭이 없고 따라서 명칭의 의미도 없습니다." 


- 10년 동안 '예기 플라타너스'란 이름으로 활동하셨는데, 팀명을 변경한 이유는 어떠한 이유에서였나요?


"이름을 만들고 어떤 것을 한다고 하며 행하는 것이 인간으로서 부질없고 이기적이라 생각하여 그리고 그러한 짓을 하지 않기 위하여 이름을 버렸습니다.


'예기 플라타너스'라고 하여 작업한 10년 동안의 작업은 모두 부끄러운 것이 없으나 이름을 '예기 플라타너스'라고 한 것만이 잘못된 일이었고 부끄러운 작업이어서 팀명을 바꾼 것이 아니라 이름을 버린 것입니다.


'이름없는 공연'은 팀명이 아니라 말 그대로 이름이 없는 이들이 살면서 실존하는 작업입니다."


- 이름을 바꾸고 기존의 극단이 나아가려던 지향점이 달라졌나요?(극의 구성 내용이라던가, 공연을 준비하는 방식 등에서)


"처음부터 기존 극단과는 다른 작업이므로 비교나 같은 굴레 안에서 설명될 부분이 없습니다.


오히려 세상을 사는 사람들의 모습 중 하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지향점이 각기 다르듯이 작업을 하는 이도 다르게 살고자 하는 것뿐입니다.


지향점이라면 나를 버리고 나의 아픔 아닌 세상의 다른 아픔만을 생각하고 그것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를 찾아서 행하는 존재 방식의 지향과 그에 따른 자유로운 실천입니다."


- 이번 춘천마임축제에서 '1895년, 가을'을 주제로 선정한 나름의 이유가 있나요?


"그 내용 안에 담은 이야기를 2011년 5월 축제가 열리는 이 나라 한 도시 춘천에서, 기간 동안 살 수 있을 때 그곳에서 그 시간, 해야 할 가장 옳은 일이라 생각하여 준비하였고 삶의 이유에 어긋나지 않게 행동하기 위해서 이 작업을 골랐습니다." 


- 이번 공연을 통해서 대중들에게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이름없는 공연'은 대중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가 일체 없습니다.


대중은 그 각기가 스스로 우주여서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전달하려 한다면 그것은 개개인 사람의 인격과 권리를 찬탈하는 죄악입니다."


- 공연을 보면 영상 속 메시지와 무대 위 메시지를 결합한 내용이 인상적이었는데, 이러한 공연 방식은 어떻게 구상하게 된 것인가요?


"공연 속 영상은 모두 공연을 기록한 것입니다.


즉 따로 영상을 찍은 것이 아니라 실제 공연을 녹화한 것만으로 공연이 이뤄지는 실제공간에서 기억하는 며칠 전 혹은 어느 해, 어느 곳에서의 존재와 행동의 기억과 시간의 공존입니다.


마지막 날 3부 공연 영상 안에 1,2부공연의 사진과 영상이 포함된 것 역시 그 지나간 시간의 공유와 공존에서의 작업이어서입니다."


- 공연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좀 난해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대중들이 손쉽게 다가서려면 어떤 방식으로 공연을 이해하고 감상하면 될까요? '이름없는 공연'은 관객을 원치 않습니다. 관객에게 드리는 난해함이 그들의 삶을 불편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난해함은 관객만이 가지는 현상입니다.


세상에 대한 무관심, 나 아닌 다른 이에 대한 무관심은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이름없는 공연자'의 행동 안에서 만나게 되므로 난해해지지만 사랑과 관심을 가지고 아픔을 찾아다닌 이들에겐 거기에 등장하는 것들이 자신이 다녀온 곳, 그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며 공유의 공간과 같은 화두의 만남이 이어집니다.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은 부자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 공연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으며 스스로 즐겨 가난을 택하는 사람의 얘기를 난해하게 여기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놀이공원에 갔다 온 사람은 영상 안에 그 놀이공원이 나오면 반갑게 그 추억을 공유합니다."


- 이번 금요일부터 본격적인 춘천마임축제의 하이라이트가 시작되는데 따로 기대하거나 참여하려는 공연이 있나요? 있다면 어떻게 즐기실 생각인가요?


"'이름없는 공연'은 이번 춘천마임축제의 주말 공연에는 참여하지 않습니다."


- 마지막으로 춘천 마임 축제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춘천마임축제의 지향점은 '이름없는 공연'의 작업생태와는 많이 다릅니다. 따라서 다르다는 것으로 바라보며 동행하고, 거기에 간섭하거나 바라는 점은 없습니다."


'이름없는 공연'은 오는 27일 새벽4시 광주 옛 전남 도청 앞에서 5월 연작 38번째 작품 <분꽃>으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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