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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찬

포레카 전 대표 "아직도 최순실이 많이 무섭다"

"최순실 '위에서 조용해지면 귀국하라고 했다'" 증언도

2017-03-14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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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우찬기자]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국정농단 사태를 피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독일에서 머물던 중 측근에게 “위에서 한국이 정리되고 조용해지면 들어오라고 했다“는 증언이 법정에서 나왔다. 김영수 전 포레카 대표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14일 열린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대한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같이 증언했다.
 
김 전 대표는 국정농단 사태가 언론을 통해 부각되던 지난해 10월쯤 최씨와 여러 차례 전화통화를 한 사실이 있다고 증언했다. 증언을 종합하면 최씨가 김 전 대표에게 국내 상황을 물어보면 김 전 대표가 언론 보도를 보고 알게 된 내용을 알려줬다. 이후 김 전 대표는 최씨 조카 이모씨를 통해 부탁을 받고 독일에서 필요한 물품과 1만2000유로(약 1465만원)를 들고 최씨가 있는 독일로 갔다. 김 전 대표는 독일 뮌헨에 있는 한 5성급 호텔에서 최씨를 만났고, 최씨에게 “회장님, 한국 상황이 심각하다. 가급적 한국으로 돌아와서 수습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최씨에게 “뉴스에 나온 내용이 사실이냐. 뭐 받은 게 있느냐”고 물었고, 최씨는 “삼성에서 5억원 지원받은 거 밖에 없다”고 답했다고 증언했다. 특히 김 전 대표는 또 “최씨에게서 ‘위에서 한국이 정리되고 조용해지면 들어오라고 했다’는 말을 들었느냐”는 검찰 신문에 “맞다”고 했다. 최씨가 말한 ‘위’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씨는 직접 신문에 나서 “저는 실제 5~6일 만에 한국에 다시 들어왔고 ‘조용해지면 들어오라고 했다’고 말한 기억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최씨는 김 전 대표에게 삼성 5억원 지원과 관련 “그런 말 한 적 없는데 어떤 이야기를 하면서 내가 그랬느냐”고 물었다. 김 전 대표가 “그렇게 대답했다”고 재차 답하자 최씨는 “서로 착각하는 거 같다. 내가 뜬금없이 5억 이야기를 했는지 의구심이 있다”면서 “그런 기억이 없다. 나중에 다시 잘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표가 검찰 조사를 받을 당시 최씨와 마주치지 않도록 검찰에 요청한 사실도 확인됐다. 김 전 대표는 “검찰 조사 당시 최씨가 2017년 크리스마스에 출소할 것이라며 최씨와 절대 마주치지 말도록 해달라고 말한 사실이 있느냐”는 검찰 측 신문에 “아직도 많이 무섭다”라고 말했다. 또 “수사 검사한테 이같이 말을 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그때까지만 해도 최씨가 많은 일에 관여됐다는 생각을 하지 못 했다”며 “사실 정말 (최씨가) 무서워서 그렇게 말씀드린 것도 있다”고 증언했다. 김 전 대표는 이날 최씨와 최씨의 변호인 측이 반대신문을 할 때 최씨 측을 향해 눈을 마주치지 못 했다. 한편 검찰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증인신청을 철회했다. 최씨 측이 전날 재판에서 신 회장의 검찰 진술조서를 증거로 사용하는 데 동의했기 때문이다.
 
김 전 대표는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등과 함께 포레카 지분 강탈을 시도한 혐의(강요미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날 김 전 대표 증인신문이 끝나고 한상규 컴투게더 대표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한 대표는 포레카 지분 강탈사건에서 '말을 듣지 않으면 판을 다 뒤집고 (나머지) 지분도 받지 못 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최순실씨가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제20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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