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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표

대상그룹 '3세 경영' 임상민 '뜨고' 임세령 '지고'

언니 제치고 임상민 전무 전면에…그룹 장악력 비교 우위

2017-03-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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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대상(001680)그룹의 3세경영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후계구도의 윤곽도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임대홍 대상그룹 창업주가 별세한 직후 그의 손녀들이 가업을 물려받기 위해 경영전면에 나서며 올해가 본격적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대상은 지난해 말 임창욱 명예회장의 두 딸인 임세령, 임상민 상무를 전무로 전격 승진시키며 3세 경영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바 있다. 임 명예회장이 1997년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뒤 전문경영인체제를 유지해왔지만 승진을 기점으로 3세들의 경영보폭이 넓어지게 됐다. 그룹 안팎에선 다시금 오너가 경영의 발판을 만드는 수순으로 해석했다.
 
대상의 후계구도는 최근 몇 년간 줄 곧 안갯속이었다. 한때 삼성가 며느리였던 장녀 임세령 전무가 '출가외인'으로 여겨질때까지만 해도 꾸준히 경영수업을 밟아온 차녀 임상민 전무가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됐다. 실제 임상민 상무는 2009년부터 전략기획팀 차장으로 입사해 꾸준히 경영 수업을 받아 왔다.
 
그러던 중 임세령 전무가 육아에 전념하다 지난 2009년 이혼한 뒤 2012년 대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복귀하고 임상민 전무가 결혼과 함께 미국 지사로 발령이 나며 이때부터 미묘한 경쟁구도가 형성됐다.
 
대상그룹은 후계구도가 거론되는 것에 대해 예민하다. 대상 관계자는 "아직 젊으시고 임 명예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난뒤 전문경영인 체제가 잘 유지되고 있다"며 "벌써 3세경영이 거론되는 것은 이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다시 임상민 전무로 무게 추가 기울며 안개가 걷히는 분위기다. 지난해 말 단행된 조직개편 이후 이 같은 분위기가 더 굳어지고 있다.
 
대상은 조직 개편을 통해 기존 사업을 식품BU(Business Unit)와 소재BU로 각각 분리해 사업 부문별 책임 경영제를 도입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임상민 전무는 책임 경영 시스템 하에서도 식품BU와 소재BU 전략 업무를 모두 맡게 됐다. 핵심 계열사의 각 BU별 전략을 진두지휘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임상민 전무가 두 사업 조직을 모두 아우르며 전사적인 전략을 총괄하는 중책을 맡은 반면 장녀인 임세령 전무는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하는 식품 BU 마케팅만 관할하게 된 셈이다.
 
경영능력 검증이 측면에서도 아직 뚜렷한 성과물이 없는 언니와 비교해 동생은 이미 그룹 내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실제 임상민 전무는 지난 2015년 기획관리본부 부본부장을 역임하며 대상이 17년 만에 라이신(동물사료에 들어가는 필수 아미노산) 사업에 재진출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분 장악력면에서도 임상민 전무가 우위에 있다. 임상민 전무는 2001년 지분 상속과 2005년 지주사 전환, 2009년 지분 추가 매입 등을 거치면서 대상홀딩스 지분을 36.71%나 확보했다. 언니인 임세령 전무와 격차가 16%포인트가 넘는다.
 
그러나 자매간 지분경쟁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해보인다. 일각에선 임세령 전무가 그동안 개인 사업에 치중하면서 회사 경영에 큰 뜻을 비추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았던 만큼 동생인 임상민 전무로의 승계가 임 명예회장의 큰 밑그림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증하듯 최근 임창욱 명예회장은 개인투자회사 'UTC인베스트먼트' 지분 100%를 둘째 딸인 임상민 전무에게 전량 증여하며 힘을 실어줬다.
 
지난해 말 승진과 그룹 전략을 총괄하는 중책을 맡은 것을 기점으로 임상민 전무의 의사결정 권한이 강화되며 신사업 발굴과 블루오션 탐색 첨병 역할을 맡고 있던 개인투자회사 경영권까지 완전히 넘겨준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대상그룹 오너가는 '은둔의 경영'으로 유명했는데 향후 3세 경영은 누가되던 여성 오너가 탄생할 것으로 보이는만큼 변화가 감지된다"며 "그룹의 먹거리가 된 소재사업 등 핵심사업전략을 임상민 전무가 맡게 된 만큼 후계구도의 추는 어느정도 기울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세령 대상 전무(왼쪽)와 임상민 전무. 사진/대상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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