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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표

중국의 무차별 사드 보복 폭격…산업계도 무방비 상태 '쇼크'

총알받이 된 '롯데' 이어 철강·화학·자동차 등 전방위 보복 확대

2017-03-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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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가 국내 산업계 전방위로 확대대며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중국 내 반한 감정이 날로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 사업을 전개 중인 업종의 피해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사드 리스크가 상당 기간 이슈화될 것으로 보여 재계 전반의 올해 경영전략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중국이 사드 용지를 제공한 롯데그룹이 집중포화를 맞는 가운데 화장품과 여행업계는 물론 철강·화학업계와 자동차, 항공사들까지 보복 대상으로 삼는 등 피해가 심화되고 있다.
 
기업마다 중국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긴급 대책회의를 갖는 등 대응책 마련에 고심 중이지만 정부 차원의 외교 문제와 맞물린 사안인 만큼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롯데그룹은 사드 부지 제공을 이유로 중국 보복 조치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소위 '총알받이'가 된 형국이다.
 
중국이 롯데계열사에 대대적인 '보복성' 행위를 강행하면서 지난달 새롭게 구성된 그룹의 수뇌부들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6일 황각규 가치경영실장을 비롯한 수뇌부들이 긴급 회의를 갖고 정부의 협조를 요구하고 나섰지만 외교 채널이 단절된 정부 역시 마땅한 대책이 없는 상황에 한숨을 짓고 있다.
 
최근 중국은 롯데그룹이 정부와 사드부지 체결 이후 제품 불매운동, 매장 영업정지 등 보복 조치의 초강수를 두고 있다. 이미 중국에서 영업 중인 롯데마트 점포 중 39개점이 소방법 위반 등의 이유로 영업 정지됐다. 중국의 롯데마트가 100여개인 점을 고려하면 적어도 3분의 1가량의 점포가 문을 닫은 셈이다.
 
롯데면세점도 비상이 걸렸다. 중국인 관광객 비중이 절대적인 면세업계 특성상 발등에 불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중국이 15일부터 한국행 여행상품을 본격 제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매출에도 큰 타격이 우려된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뚜렷한 해결방안도 없는 상태라 진행상황을 지켜보기만 하는 등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롯데제과(004990), 롯데주류 등도 불매운동 움직임에 긴장한 눈치이며 중국 현지에서 일부 중국인들이 '처음처럼' 소주 수천병을 중장비로 깔아 부수는 과격시위를 벌일 정도로 반 롯데 감정이 고조되고 있다.
 
롯데그룹이 상장을 추진 중인 호텔롯데 역시 초긴장 상태다. 호텔롯데는 지난달 말 사드 이슈 이후 예약취소가 10건 중 2건 꼴로 발생하는 등 중국의 여행상품 제한 등 입김이 본격화되면서 상황이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롯데 외에도 산업계 전반으로 중국의 보복 조치가 확산되며 이른바 '사드발 쇼크'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동안 '한류' 효과를 톡톡히 누렸던 화장품업계는 사드 보복 소용돌이 속에 실적이 급락하는 등 매출에 직격탄이 예상된다.
 
주요 면세점 매출 비중의 70% 가량에 달하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입국이 막히며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특히 중국 수출과 면세점 매출 비중이 높은 아모레퍼시픽(090430), LG생활건강(051900) 등 대형주들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돼 투자에도 비상이 걸렸다.
 
고성장을 거듭하던 중국 현지 상황의 불확실성도 커졌다. 그간 화장품 기업들은 사드 관련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중국 현지에 판매·유통망을 안정적으로 구축해 놓았기 때문에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입장을 보여왔다. 하지만 사드를 불씨로 중국 내 반한 감정이 커질 경우 K뷰티를 포함한 한국 브랜드 전반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철강ㆍ석유화학업계는 중국의 폴리옥시메틸렌(POM), 폴리실리콘 등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있어 정부차원의 적극 대응을 바라고 있다. 태양광 기초소재인 폴리실리콘은 중국 정부가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 의사를 표명한 후 한국산에 대한 강도 높은 덤핑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산은 이미 반덤핑 관세를 적용받고 있는 상태로 추가적인 관세가 적용될 경우 타격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사실상 중국 시장 비중이 높은 OCI에 대한 표적수사 의도도 비춰진다. 글로벌 톱티어인 OCI는 중국 GCL과 라이벌 관계라는 점에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자동차업계도 숨죽이고 있다. 중국 당국은 최근 전기차 보조금 지급 차량 명단에서도 한국산 배터리 장착 모델을 제외시켰다. 배터리 인증 기준을 현지 생산량 일정 기준 이상 배터리에 한정시켜 한국산을 배제시킨 것이다. 이로 인해 현대자동차는 오는 4월로 예정됐던 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중국 출시를 1년 가량 연기했다. LG화학 배터리를 탑재해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시장으로 성장한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는 가격경쟁력이 중요해 보조금 제외는 치명적이다.
 
항공업계도 지난해 말 부정기편 전세기 운항을 별다른 이유 없이 불허한 이후 최근 15일 이후 한국 관광상품 판매를 금지한 상태이다. 중국 여객 의존도가 높은 청주나 제주 공항 등은 중국여객이 감소했을 때의 타격이 항공사에 비해 더욱 클 전망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정기편 운항 관련해서도 규제에 나설 것이란 이야기가 나오면서 점점 더 관련 규제가 심해지고 있는 흐름이다.
 
또 다른 문제는 최근 중국이 매년 자국 기업 보호주의에 따라 외국 기업에 최대 수백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수단을 더 강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는 점이다. 새 법에는 반독점 행위 적발 시 위법 소득 정산 방법, 과징금 부과 등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우리 산업계 전반에 치명적인 후폭풍이 몰아칠 것이란 부정적 기류도 확산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사드 후폭풍도 걱정이지만 사실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게 더 큰 고민"이라며 "민간차원인 개별 기업 입장이 노출되는 것은 중국을 더 자극할 수 있어 대응책 마련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 로고 앞으로 보이는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 사진/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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