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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사 주총시즌, 경쟁사 CEO 출신 이사진 영입 주목

KB, 전 메트라이프생명 회장·우리, 전 신한금융 사장 등…"검증된 전문가 영입"

2017-03-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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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이번달 금융지주사 주총 시즌을 맞이하면서 사외이사 교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경영진을 견제하면서 주요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사외이사진에 금융지주사 스스로가 경쟁사와 비은행권 CEO 출신을 영입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 지주사들은 그간 '순혈주의'가 강해 타 금융사 CEO를 영입하는 사례가 극히 드물었지만, 영업 환경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빈약한 은행 및 비은행 부문을 보강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경쟁 금융회사 수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한 사례들이 두드러지고 있다. 올해 속속 사외이사 추천을 마친 금융지주사를 보면 경쟁사 CEO 출신은 물론이고 카드, 보험 등 비은행 분야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비은행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엿보인다.
 
KB금융지주는 올해 주총에선 스튜어트 솔로몬 전 메트라이프생명 회장을 새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스튜어트 솔로몬 전 회장은 16년간 생명보험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 경영인이다. 보험업 등 비은행 분야의 이사회 자문기능을 강화하는 차원이다.
 
KB금융(105560)이 최근 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와의 시너지 확대를 강조하고 있는 점과 같은 맥락이다. 지난 2015년 손보업계 4위인 KB손해보험(옛 LIG손해보험)에 이어 이제는 생명보험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KB금융엔 이미 최영휘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이 사외이사로 포진했고, 유석렬 전 삼성카드 사장도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지난 2014년 KB내분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는 주로 교수 출신을 이사진으로 두면서 조직을 수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2년여가 지난 현재는 교수 출신이 3분의 1로 감소한 대신에 다른 금융사의 임원 출신들이 영입되면서 영업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000030)에선 과점주주 추천으로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이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다. 뿐만 아니라 사모펀드 IMM PE의 장동우 사장, 중국 공상은행 출신의 톈즈핑 사외이사 등으로 이사회 구성원이 다양해졌다.
 
우리은행 상황에 정통한 박상용 전 공적자금관리위원장과 보험업에 정통한 노성태 이사회 의장까지 합류하며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금융 전문가들로 이사회가 꾸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은행은 민영화 이후 과점주주 체제로 변화하면서 과점주주들이 추천한 사외이사를 주축으로 이사회가 운영되는데, 각 금융업권을 대표하는 사외이사들도 우리은행의 금융지주사 추진 등 주요의사결정이나 경영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086790)의 경우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를 신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차 교수는 하나은행 사외이사를 역임한 바 있고, 지난 2011년부터 올해 3월까지 6년간 삼성카드 사외이사를 맡고 있어 카드 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다.
 
하나금융 역시 상대적으로 빈약한 카드사업을 강화하는게 숙제다. 카드업계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하나카드를 업계 상위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시너지 확대가 시급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적의 인물이기도 하다. 
 
신한지주(055550)는 새 사외이사로 주재성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영입했다. 오는 3월 조용병 회장 체제로 새롭게 출발할 신한금융지주의 새 사외이사 후보가 됐다. 주재성 전 부원장은 경쟁사인 우리은행의 싱크탱크 역할을 했던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를 2년간 지내기도 했다.
 
주 전 부원장은 지난 2010년 신한사태 당시엔 금감원 은행담당 부원장보, 부원장으로 일하면서 신한사태는 물론이고 직후의 수습과정 등 신한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로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영업환경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경쟁사 CEO 출신을 적극적으로 영입하는데 거침이 없는 모습"이라며 "과거에는 이사진 상당수에 교수진을 영입하면서 거수기라는 지적도 많았지만 오는 주총에서 선임되는 사외이사 면면을 보면 만만치 않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격렬한 토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 금융지주사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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