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박민호

대통령 비서실장 구합니다

좋은 사람은 왜 일찍 떠나는가

2017-02-23 16:58

조회수 : 332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요즘 벚꽃대선이라고 난리다. 봄에는 데이트를 즐겨야 하는데 대선에 몰두하려니 사람들이 벌써부터 난리다.
 
5월에 선거하면 쉬는날이 아주 많다. 스케줄 잘짜보자.
 
대선전에 4.16 세월호 사건을 한번 지나갈 것 같다. 아무래도 여러가지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당사자가 되지 않고서 그 슬픔을 위로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난 미련하고 힘이 없어 도와주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그 슬픔을 이해하고자 한다. 감히 이해하고자 한다.
 
다음 대통령은 최소한 지금보다 나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세월호문제를 우선으로 해결해 주실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세월호 사건이 일어나고 한참있다 글을 쓰고 싶어 책을 샀는데 쓰지 못한 이야기가 있어 소개하려고 한다. 
 
공교롭게도 진도해역에서 아주 오래전 뱃길을 잃고 해매는 조난사건이 발생한다. 서울에서 관리를 하던 '최부'라고 하는 관리다. 이는 최부라고 하는 관리가 제주도에 갔다가 다시 올라오는 길에 풍랑을 만나 겪는 이야기다. 제목은 표해록이다. 2만5000원이며 고려대학교 출판부에서 나온거라 아마 서점에서 구하기 힘들 것이다. 
 
최부는 제주사람인데 아버지 상을 치르러 급히 내려간다. 그리고 다시 올라오는 길에 지역의 한 노인이 바람이 쎄니 더 머무르다 가시라고 하지만 최부는 나랏일이 급하다며 배를 구해 상경했다. 결국 진도해역에서 풍랑을 만나 배가 길을 잃고 중국쪽으로 표류하게 된다.
 
표류하는 과정속에서 물도 못마시고 먹을 것도 다 떨어져 모두 죽을 지경이었다. 어느날 밤에는 왠 집채만한 고래가 나타나 모두 쫄아서 떨지도 못하는 상황을 맞이한다. 밤새 비가 흘려 손으로 퍼내고 추위와 배고픔에 엉엉 울며 몇일을 보낸지 모르겠다. 고래와 함께 흘러흘러 결국 중국땅의 어느 작은 곳에 도착한다.
 
여기가 어딘지 모르는 상황에서 옷은 누더기가 되고 목은 말라 바닷물을 퍼마시고 미역만 먹고 지낸다. 왠 산적들이 "요놈 잘걸렸다" 하면서 뒤지게 두들겨 패고 가진것을 다 훔쳐간다. 최부는 그래도 정신을 차리고 선원들의 상처를 치료해주고 걷지 못하는 자는 업어서 도망친다.
 
한번은 납치도 당해서 거꾸러 매달려 두들겨 맞은 적도 있다. 최부는 간신히 탈출해 몽둥이를 주워다가 화적들을 이단옆차기로 물리치며 생존자들을 구해 멀리 도망간다.
 
길을 걷다 걷다 열매도 따먹고 개밥도 주워먹으면서 잘하지도 못하는 중국말로 겨우겨우 북경을 향해 간다. 그 먼거리를 걸으며 선원중 일부는 "그냥 여기서 죽여달라 못가겠다"고 난리를 피운다. 그래도 최부는 업고 가고 끌고 간다.
 
중국의 한 마을사람을 만나 조선에서 온 관리이니 예우를 해달라고 하자 뒤지게 얻어맞고 그나마 가지고 있던 신분증도 다 뺏긴다. 다시한번 우여곡절 끝에 겨우 중국의 관청에 도착해 조선의 누구누구 관리이니 도와달라고 해 겨우 목숨을 구한다.
 
그때는 신분증이 조회가 안되니 직접 붓글씨로 본관은 어디요 무슨 관리직이며 공자와 맹자에 대해 일일이 설명해줘야 중국관리들도 받아들여줬다.
 
이렇게 먼길을 뺑뺑돌아 북경에 도착하고 다시 압록강을 건너 서울로 돌아와 성종을 알현하였다. 성종은 이 이야기를 기록하라고 하며 고생한 최부와 생존자들을 후하게 대접해 주었다. 최부는 책임있는 관리의 모범으로 추대받았으나 얼마못가 세상을 뜬다. 갑자사화로 연산군에게 목이 베인다. 
 
진도에서 일어난 가슴아픈 또 하나의 일이었다.

최부는 대통령감은 아니지만 대통령 곁에 있으면 참 좋을 관리다.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
  • 박민호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