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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정

"동반성장위 존재이유 사라졌다"

상생법 국회 상임위 통과…동반위, 법제화 배척하며 몰락 자초

2017-02-23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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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동반성장위원회가 끝내 존폐 기로에 섰다. 적합업종제도의 실효성 강화를 위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하면서다.
 
적합업종제도는 지난 2011년 동반위가 대·중소기업 상생을 명분으로 제조업 82개 품목을 중소기업 영역으로 선정하면서 시작됐다. 동반위가 운영주체로, 기업간 합의를 유도하고 중재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하지만 법적 강제력이 없는 데다, 여론을 의식하던 대기업들마저 지적에 무뎌지자 야권과 시민사회, 중소기업계를 중심으로 법제화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대기업과 정권 눈치를 살피며 이를 거부한 것은 동반위였다. 게다가 위원장직에 친대기업 성향의 인사까지 이어지며 몰락의 길을 자초했다.
 
굴곡도 많았다. '동반성장 전도사'라고 불렸던 정운찬 전 총리가 초대 위원장으로 취임하며 화려한 출발을 알렸지만,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한 정부와 대기업의 반발로 1년3개월 만에 위원장직을 내려놨다. 포스코 이사회의장 출신인 유장희 위원장에 이어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장 출신인 안충영 위원장이 2, 3기 체제를 이끌었다. 규제개혁을 이끌었던 이가 규제강화를 선도해야 하는 아이러니가 연출됐다. 정운찬 초대 위원장마저 "현 동반위는 산업부"라고 비판했을 정도. 동반위 한 위원은 23일 "2대 위원장직부터 친대기업 인사가 선임되면서 위상과 신뢰를 잃었다"며 "중소기업계에서 동반위에 대한 기대를 포기한 지 사실상 오래"라고 말했다.
 
중소기업계의 숙원이던 적합업종 법제화 포기는 결정타였다. 지난 2014년 8월 안충영 위원장은 3기 체제 출범을 알리는 취임식에서 "중소기업적합업종은 법으로 울타리를 치는 것보다 대기업, 중소기업, 공익 대표들이 모여 민간 자율로 합의점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자율합의'를 강조했다. 중소기업계의 한숨 속에, 개혁의 칼을 스스로 내려놨다는 비판이 여기저기에서 쏟아졌다. "한 해 예산의 40%를 전경련에 의존하는 동반위의 태생적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앞서 22일 상생법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면서 동반위의 역할론은 더욱 희미해졌다. 적합업종 선정과 관련해 기한 내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부의 개입을 허용해 강제성을 높이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동반위는 법제화와 직접적 연관이 있는 법안은 아니라며 '동반위 폐지론'에 선을 그었다. 동반위 측은 "적합업종 합의 도출에 1년 이상 논의가 진행될 시 중기청장에게 사업조정 신청을 하도록 내부규정이 2015년 7월 개정됐다"며 "상생법은 적합업종 법제화와 직접 관련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중소기업계는 제도적 법제화에 한발 다가섰다는 입장이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이번 상생법은 단순한 동반위 내부규정을 법 테두리 안으로 포함해 명문화시킨 것"이라며 "법제화로 다가선 것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동반위에 대한 무용론과 폐지론이 끊이질 않았는데, 이번 상생법 통과로 동반위가 설 자리는 더 좁아졌다"고 말했다.
 
다음달 떡국떡,골판지 상자,전통떡·청국장 등 49개 품목이 중기적합업종에서 해제돼 중소기업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사진/뉴시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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