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박민호

내복만 입고 다니는 사람

닭털 슬리퍼 팝니다

2017-02-23 09:18

조회수 : 1,267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인류의 아주 뜨거운 논쟁이다. 여전히 풀지못한 어려운 난제이다. 남과 여, 패션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넘어 성(性)과 관련한 패러독스한 과제이다.
 
바로 그것은 내복인가 아닌가의 문제다.
 
남성과 여성은 분명히 맞선다. 그것은 내복이다와 그것은 내복이 아니다로.
 
이른바 레깅스 논란인데 두 성은 한치의 양보도 없이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
 
남성들은 레깅스라 쓰고 내복이라 읽는다. 여성들은 레깅스라 쓰고 레깅스라 읽는다. 남성들은 레깅스를 안입는다. 간혹 입는 사람도 봤지만 그런 남성은 호감을 전혀 갖지 못한다. 남성은 레깅스와 내복이 무슨 차이가 있냐고 주장한다. 실제 디자인을 빼고는 내복과 레깅스는 전혀 다르지 않다. 옷 끝에 실로 마감한 자리가 조금 다를 뿐이다.
 
거리에서 레깅스를 입은 여성을 본 남성은 하나같이 민망해한다. 남성은 내복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반면 여성은 그것은 성차별이라며 왜 그렇게 고지식한 생각을 남성들이 하는지 도저히 이해를 못한다. 레깅스를 내복이라고 말하는 것은 모욕으로 생각한다.
 
사실 그렇다. 레깅스가 내복이라면 비키니는 속옷이 된다. 남자들은 비키니를 수영복이라고 인식하지 속옷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레깅스가 내복이 되면 비키니는 속옷이 되고 수영장에서는 속옷만 입고 돌아다니는 꼴인데 결국 남자도 마찬가지가 된다.
 
이런 레깅스 논란은 아마 여성 신체부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옷을 일반거리에서 입고 다녀서 어색한 마음에 유난을 떠는것 같기도 하다. 왜냐면 수영복은 수영장에서만 입지 거리에서 입지 않기 때문이다. 내복도 집에서만 입지 밖에서 보여주기 위해 입지 않는다고 남자들은 인식하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남성들의 인식의 문제다. 비키니 수영복처럼 꽉끼는 하이탑에 핫팬츠를 입고 한여름 한강을 따라 운동하는 여성을 남자들은 수영복을 입고 뛴다고 하지 않는다. 운동복을 입고 뛴다고 한다. 하지만 그 운동복이 때로는 비키니보다 더 야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남자들은 비키니와 속옷과 타이트한 트레이닝복을 구분해서 말한다.
 
그렇다. 남자들은 장소에 따라 옷을 구분하지 상황에 따라 옷을 구분하는 것이 아니었다.
 
서양에서는 레깅스를 아주 자연스럽게 입고 다닌다고 한다. 한 tv프로에서 여성칼럼니스트가 여성들이 y라인을 자신있게 드러내는 레깅스를 과감하게 입자고 주장했다. 한국은 사회적인 시선때문에 아직 윗옷으로 아래를 살짝 가릴 수 있는 레깅스 수준에만 머물러 있다는 주장같다. 
 
그게 잘될지는 모르겠지만 배꼽티보다는 좀 더 오랜시간이 걸릴 것 같다. 다수가 따르면 레깅스가 패션이고 소수가 따르면 내복이 되니 누구편이 더 많아질지 기다리는 수 밖에.
 
요즘에는 구찌인지 프라다인지 갈색 닭털같은 것을 달아놓은 몇백만원짜리 슬리퍼가 잘 팔리는 지 모르겠다. 2016년 핫 아이템으로 대박날것이라고 장담했는데 누구에게는 최신 패션이지만 누구에게는 "왠 슬리퍼에 닭털을 달아놨노?'하고 의문이 들 것이다.
 
왜냐면 동네 문방구에도 비슷한 걸 5000원에 팔기 때문이다. 패션이란 무엇인가.
 
머릿수가 많으면 패션이요 적으면 거적대기가 되는 것인가.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
  • 박민호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