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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호

투가리

서로 의지하며 사는 사람'人'

2017-02-22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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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좋은 스승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은데 가끔 철없는 어린 아이들을 정말 어린아이들로 대해주며 문학의 아름다움을 선물해주신 은사님을 잊지 못하겠다.
 
전쟁도 겪고 5.18도 겪고 모진 세월 다 보내시느라 몸도 불편하신데 교육현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보내주신 그 분은 아마 퇴직하신지 꽤 되시고도 한참 되셨을 것이다.
 
찾아뵐 용기도 없는 못난 청년.
 
투가리는 무엇일까? 투다리도 아니고 노가리도 아니다. 아름다운 우리 문학작품속에 나오는 말인데 잘안쓰는 말이라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 안쓰는 말은 사라지기 마련이다.
 
투가리는 순대국밥같은 국밥을 먹고 국물을 마실때 그릇을 입에 대고 마시는 경우 그 입에 닿는 그릇의 부분을 투가리라고 부른다. 그릇에 투가리라고 써진 부분은 없고 그냥 입에 대고 국물을 후루룩 마시면 그 부분이 투가리다.
 
투가리가 나오는 문학은 '수난이대'다. 보통 고등어만 기억하는데 아들과 아버지가 국밥을 먹는 장면에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국밥을 더 먹으라고 덜어주는 부분이 나온다. 거기서 아들이 괜찮다고 하며 국밥그릇으로 미는데 그때 투가리가 '탁탁' 부딪혔다라고 표현한다.
 
더주려는 아버지와 아들이 투가리로 서로 아웅다웅하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수능을 보려면 투가리는 몰라도 된다. 스승께서는 투가리의 향토적이고 아름다운 우리말 뜻을 알려주셔서 국밥먹을때는 항상 투가리와 수난이대가 생각난다.
 
인터넷 찾아보니까 투가리라고 하는 식당도 보이는 만큼 아직 사용하는 말이긴 한 것 같다. 수난이대는 1957년 작품이다.
 
아버지는 외나무다리를 만나 어쩔줄을 모른다. 결국 아버지는 아들을 업고 다리를 건너 집으로 간다. 아들은 소리내지 않았지만 눈물로 아버지 등을 적셨다. 아버지도 소리를 내지는 않았지만 아들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둘은 서로 의지하며 살면 된다고 하며 뚜벅뚜벅 발을 맞춰 집으로 걸어나갔다.
 
수난이대서 아버지는 일제 강제징용에 한쪽 팔을 잃고 아들은 6.25로 한쪽 다리를 잃은 내용이다.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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