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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건설업계, 자성없이 앓는 소리만

2년 새 100만가구 가까이 공급…"자발적 조절 및 총량제 도입 필요"

2017-02-21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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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용현기자] 1순위 마감 단지가 사라지는 등 분양시장 경착률 우려가 커졌다. 이에 건설업계에서는 대출 규제 완화 등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건설사들의 앞을 내다보지 않고 단기 이익을 위한 밀어내기식 과잉공급으로 인한 결과라고 꼬집는다. 자성없이 앓는 소리만 내는 건설업계의 반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1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청약을 접수한 인천 송도 국제도시 한 단지는 단 1개 주택형만 1순위에서 마감했을 뿐 나머지 4개 주택형은 청약통장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2순위에서 겨우 모집 가구수를 채웠다.
 
경기 광주에서 공급된 아파트 역시 2개 주택형이 1순위, 나머지 3개 주택형은 2순위에서 마감됐다. 제주나 대구, 김제 등 다른 지역에서는 모두 미달 단지들이 속출했다.
 
이처럼 청약시장이 빠르게 냉각되는 것은 정부의 11.3 부동산 대책으로 인한 투자수요 감소,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 증가 및 금리의 인상 등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무엇보다 건설사들이 최근 2~3년간 분양물량을 급격히 늘리면서 이미 수요가 대부분 소진된 것도 시장 침체를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전국 분양실적은 52만5467가구에 이른다. 전년 34만4887가구보다 무려 18만여가구가 많을 뿐 아니라 역대 최고 기록이다. 작년 역시 2015년보다는 다소 줄었지만 46만9058가구가 공급됐다. 2년 새 100만가구에 가까운 물량이 시장에 쏟아진 것이다.
 
건설업계의 자발적 물량 조절없이 쏟아낸 대규모 공급으로 인해 시장침체가 더 가속화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들 물량이 속속 공사를 마무리하면서 입주물량도 크게 늘고 있다. 지난 2014년 43만1339가구 수준이던 준공 실적은 2015년 46만153가구로 늘더니 지난해에는 51만4775가구까지 증가했다.
 
시장에서는 공급이 늘면서 자연스레 가격 상승폭이 축소됐고, 분양시장 역시 수요자가 줄면서 청약자가 크게 줄었다.
 
주택업계 관계자는 "주택구입 여력이 되는 수요자들이 대부분 소진됐고, 일부 투자 수요 역시 잠잠해졌다"며 "급격히 그 열기가 식으면서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미달 사태가 나타나는 시장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건설 및 주택업계에서는 실수요자의 주택구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자금 조달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주택 관련 금융규제를 개선해줄 것을 금융위원회나 정부 등 당국에 지속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가 좋을 때 지나치게 많은 물량을 한꺼번에 쏟아내 분양 열기를 지속적으로 이어가지 못하고 침체를 부추긴 만큼 반성이 먼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N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물 들어왔을 때 노젓는다'는 식으로 공급 물량을 일시에 내놓은 영향이 크다. 주택시장이 롤러코스터 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며 "건설업체들의 물량 조절에 대한 자발적 노력이 뒷받침돼야 하고, 정부도 공급 물량 총량제 도입 등 대책 마련을 통해 등락이 반복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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