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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호

춘천102보

다시쓰는 병영일기①

2017-02-19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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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102보충대는 논산훈련소 같은 곳이다. 강원도 지역으로 자대배치 받는 사람들이 훈련병으로 가는 곳으로 이런 겨울 날씨에는 너무 춥다. 군대를 가면 일기를 쓴다. 물론 검사할때만 쓴다. 쓸내용도 별로 없다. 
 
군대에서 일기를 쓰라는 것은 마음을 수양하라는게 아니라 자살징후가 있나 보려는 것이다. 
 
군인이 자살을 하면 그 소속 분대장, 소대장, 중대장, 대대장, 연대장, 사단장까지 작살나기 때문이다. 북한군에 총을 맞아 죽으면 군인으로써 명예라고 하지만 실제로 나오는 보상은 개값도 안된다. 실제 군견을 사는 비용보다 병사한명이 죽었을때 받는 위로금이 더 적다. 군인아저씨들께는 참 죄송한 말이지만 실제로 군대에서는 적들과 싸워서 죽는것 보다 자살을 막는게 더 급선무다. 
 
나는 2001년 9월25일에 입대했다. 2년2개월 동안 참 많은 일기를 썼던 것 같다. 이제 그 일기를 제대로 된 진짜 일기로 쓰려고 한다. 일기는 솔직해야 하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군대를 갔다왔거나 갈 예정이거나 군대에 관심이 많은 부모님들이나 정치인들에게 많은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남자들은 군대에 대해서 말 안해도 잘 안다. 그리고 남자들만 그 이야기를 공유하는 편이다.지만 세상의 절반인 여성들도 군대의 진실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난 생각한다. 그리고 누군가는 이 참된 기록의 작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판단은 각자 하시라. 
 
아마 도움이라면 죽지않고 살아오는 법 말고는 사실 별로 없을 것이다. 나라를 지켜야하는 것은 의무가 맞는데 생각보다 몸과 마음에 별로 좋지 못한 곳이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군관계자께서 이글을 보신다면 앞으로 건강한 군대, 친구같은 군대, 나라에 충성하는 참 군인을 만드는데 작은 보탬이 되셨으면 바랄게 없겠다.
 
2001년 9월25일 춘천102보는 더웠다. 아버지가 그 앞에서 돼지갈비를 마지막으로 사주시고 작별을 하셨다. 몸 잘 건강히 갔다오라고 하시며 사라지셨다. 훈련병들은 동요하고 눈물을 흘리며 담배를 여러대를 피워댔다. 아버지와 아버지 친구 이렇게 2분만 나를 데려다 주고 나머지 가족들은 각자 지역에서 일을 봤다. 
 
아버지 말씀이 "다른 곳에서는 아버지 손이 닿는데 여기는 손이 닿지 않는 곳이니 걱정이 되는 구나. 꼭 건강히 별일없이 나오거라" 눈물이 왈칵 났다. 아버지 손이 닿지 않는 곳이라고 생각하니 너무 서러웠다. 여기서 죽어서 나가면 정말 개값밖에 안됐기 때문이다. 
 
부모님들이 모두 다 나가고 난 후 분위기는 바로 이상해졌다. 왠 소대장은 민주군대가 어딨냐며 쌍욕을 해댔고 꾸물거리는 한명을 불러내 망신을 주고 '구둣발로 대가리를 확 그냥'이라며 모션을 취했다. 아마 민주정부 이전의 시대를 그리워 하는 듯 했다. 아니면 일부러 겁을 주려고 했거나. 훈련병 첫날은 모두 겁이 없었다. 뭘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꾸부정하게 앉아 있거나 존다. 해볼테면 해보라는 것이다. 그리고 몇일 못가서 정신이 바짝 차려진다. 왜냐면 영창을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민주정부에 군대를 가서 그런지 지독한 폭력은 보지 못했다. 아버지는 군대에서 너무 많이 맞아서 허벅지와 바지가 피에 엉겨서 하나가 됐다던데 다행히 2년2개월 동안 그런일은 없었다. 
 
첫날은 무사히 넘어갔다. 내무반 같은 곳에 앉아 서로 멀뚱멀뚱 쳐다보고 웃다가 하루가 지나갔다. 
 
우리는 번호로 불렸다. 한놈이 저녁에 까불다가 걸려서 병장 조교한테 발로 차여 자빠졌다. 그때부터 모두 침묵했다. 
 
모두 옷을 벗고 상자에 담았다. 집에 부치는 것이다. 어머님들은 이 옷이 담긴 소포를 받으면 우신다고 한다. 아들이 불쌍하기도 하고 사실상 이 소포의 의미는 유품일 수도 있다는 메시지기 때문이다. 
 
춘천의 밤은 너무 어둡고 조용하고 공기만 좋았다. 첫날 잠을 자면서 죽지말자고 다짐했다. 안죽은게 다행이었다. 나중에 자대배치를 받고 알았다. 한국에서는 평균 하루에 한명씩 군인이 훈련중 죽거나 자살을 하거나 자해를 하거나 탈영을 하거나 전우로부터 공격을 당한다고.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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