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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호

이소라

눈부신 젊음의 흔적⑫

2017-02-19 18:27

조회수 : 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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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tv를 잠깐 봤는데 이소라가 요즘 다시 나온다고 한다. 판타스틱 듀오라고 하는 예능 프로인데 원래 세상에 잘 안나오던 그녀가 6년만에 나온다고 화제다. 세상을 등지고 사는 건 사람 성격 탓인가보다. 
 
오랜만에 나오니까 반갑기는 하다. 그녀는 참 독특한 음악세계를 가지고 있다. 어쨌거나 사람들의 공감을 잘 이끌어낸다. 이소라의 대표적인 곡은 난 행복해와 바람이 분다 정도일 것이다. 
 
둘다 언제 들어도 괜찮은 노래라고 생각한다. 난 예술에 문외한이라서 잘 모르지만 만약 아티스트와 뮤지션을 구분한다면 이소라냐 아니냐 정도 될 것 같다. 그녀는 음악을 하지만 곧 치료도 하는 정성이 갸륵한 사람같다. 그리고 세상을 피해 자기만의 세상에 박혀있어서 좋다. 더럽혀지지 않은 느낌이랄까? 아무튼 그렇다. 
 
여자, 정혜라는 영화의 ost이기도 한 바람이 분다는 들으면 기분이 묘하다. 황정민의 수수한 모습도 김지수의 지금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도 말 그대로 한편의 영화다. 노래도 슬프고 영화도 매우 슬픈 영화다. 
 
여자, 정혜의 하이라이트는 김지수가 칼을 가방에서 뺏다가 벌벌 떨며 다시 집어넣는 장면이다. 이 장면을 보고 울컥하지 않는다면 아마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아닐까 난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여자, 정혜는 아픔을 가진 여자다. 그 아픔을 말할 수 없었던 엄마도 딸과 함께 그렇게 아파하며 먼저 세상을 떠났다.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여자, 정혜는 사랑을 할 수 없었던 여자다. 그 아픔이 치유되지 않아서이다. 다시 사랑하는게 너무 두려워 자기만의 세계에 자기를 가둔 여자다. 
 
여자, 정혜는 그때 칼로 찔렀어야 했다. 하지만 그녀의 팔을 잡아채는 것은 너무도 많았다. 
 
여자, 정혜라는 영화를 보았을때 나는 철없이 술에 취한 학생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술이 깰 때쯤 진로를 선택할때 기자가 되어야지라는 결심을 했다. 
 
내가 직업을 선택한 이유는 2가지다. 데모나 하는 개차반이 할 수 있는게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늦게나마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있게 이끌어주신 스승이 가난한 자 편에 서계셨기 때문이다. 내게는 살면서 존경해야 한다고 느낀 몇 안되는 사람이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진로를 찾다보니 그 직업이 눈에 띄었다.  
 
고작 10여년 전이다. 여자, 정혜를 가끔 보면 내 혼이 그 시절로 돌아간다. 나도 인생을 살아보니 정말 흥분되고 기똥차게 신나던 적이 두번 있었다. 
 
한번은 그 스승과 세상을 탐구하던 때고 또 한번은 바로 지금 불혹을 앞두고 아이와 꿈을 꿀때다. 성공할 가능성이 낮은 건 이때나 그때나 똑같다. 그래도 같이 노를 젓는 사람이 있으니 참 좋다. 지금 이순간도 10여년이 지나면 아주 또렷하게 기억날 것 같다. 
 
그리고 지금 여기가 이제는 마지막이다. 
 
오늘밤에는 비가 온다고 한다.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이렇게 혼자 달라져 있다'
-이소라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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