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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표

AI에 구제역까지…축산물 물가 또 비상

한우 수급대란, 자영업자 직격탄

2017-02-13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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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수급이 절반으로 줄어드니 가격이 오를수밖에 없잖나. 완전히 반토막 났다."
 
13일 오후 1시께 찾은 마장동 축산시장의 한 상인은 깊은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구제역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되고 살아 있는 가축의 이동이 금지되자 이 곳은 직격탄을 맞았다. 서울에서 유통되는 소고기의 절반 이상이 거쳐 가는 소위 '마장동 우시장'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지나가는 손님을 두 손으로 헤아릴만큼 한산했다.
 
드문드문 축산물 운반차량이 가게 앞에 멈춰 상하차 작업 중이었지만 운반돼 온 육류를 내리던 한 상인은 "평소 받던 양에 비하면 절반밖에 안된다"며 미간을 찌푸렸다.
 
13일 오후 한산한 마장동 축산물 시장 전경. 사진/이광표기자
 
13일 현재 구제역 발생 5일 만에 도살 처분된 소는 지난 11일 기준으로 벌써 1000 마리를 넘어섰다. 앞서 구제역이 발생한 충북 보은과 경기 연천, 전북 정읍 등 3개 시·군에서 총 14개 농장 1093마리의 소를 도살했다. 전국의 86개 가축시장도 오는 18일까지 전면 폐쇄된다. 그렇게 수급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AI(조류인플렌자)로 신음하던 대한민국이 엎친데 덮친격 구제역 사태까지 확산되며 대혼란에 빠지고 있다. 잇단 가축병 사태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의 몫이다. 영세 자영업자들은 육류 수급 차질에 울상이고 들썩이는 고깃값에 소비자들의 걱정도 태산이다.
 
이날 마장동 축산물 시장 역시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문을 연 가게는 20여곳 남짓에 불과했다.
 
시장에서 만난 상인 박모씨(61)는 "한우의 경우에는 kg당 많게는 2000원, 육우는 1500원, 젖소 고기는 500원 가량이 올랐다고 보면 된다"며 "도매가도 올라 소 한 마리를 팔아도 50∼60만 원은 손해보는 상황이고 물량까지 부족해지고 있는데 마땅한 대책도 없다"고 걱정했다.
 
또 다른 상인 염모씨(55)는 "이대로 가다가는 곧 망한다"며 "오늘은 월요일이라 손님이 적다고 쳐도 지난 주말에도 썰렁했다.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과거에도 그랬듯이 아무리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정부가 이야기해도 구제역이 닥치면 소고기 구매는 줄어든다"며 "단골 손님이라도 있어서 그나마 영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축산시장 인근의 한 정육식당도 점심시간임에도 단 한 테이블의 손님도 못 받은채 썰렁한 모습이었다. 식당 주인 정모씨(60)는 "소고기 값도 오르고 물량도 부족해질 것 같아 직원들까지 동원해 물건을 떼어 놨는데 요즘 같은 분위기에 한우를 먹으러 식당에 오겠나"며 "옆 가게는 주말부터 문을 닫았는데 우리도 사태가 진정될때까지 가게 문을 몇일 닫을까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구제역 발생 이후 대형마트의 풍경도 달라졌다.
 
이날 찾은 서울의 한 대형마트 정육코너 한우 진열대에는 손님이 좀 처럼 멈춰서질 않았고 한우 제품엔 시선조차 주질 않는 모습이었다. 반면 건너편 미국산 소고기 코너에는 손님들로 북쩍였다.
 
미국산 소고기 팩 제품을 한참동안 들었다 놨다를 하던 한 손님은 "구워 먹으면 문제가 없다고 해도 구제역 소식에 불안해서 수입 소고기를 사려 왔다"며 "계속 구제역으로 시끄러우면 수입 소고기도 덩달아 가격이 연초부터 안오르는게 없으니 이제 밥상에 올릴 것도 없다"고 혀를 찼다.
 
실제 구제역 여파로 국내산 소고기의 매출은 줄고 수입 소고기 매출이 껑충 뛰었다.
 
이마트에 따르면 구제역이 최초 발생한 5일부터 9일까지 외국산 쇠고기 매출은 전주보다 12.0% 늘었다. 같은 기간 국내산 쇠고기 매출이 19.6% 줄어든 것과 대조된다. 외국산 돼지고기 매출도 덩달아 올라 증가율 16.7%를 기록했다. 국내산 돼지고기 매출 증가율(5.7%)보다 높은 수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구제역 바이러스 확산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는데 이러다 돼지 구제역까지 발생하게 되면 그야말로 구제역 대란이 올 텐데 걱정이다"라며 "백신 접종이 지난 주말사이 대부분 완료돼 항체가 형성되는 이번 주말 직후가 고비가 될 것 같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한 대형마트 정육코너에서 한우 대신 수입산 소고기 제품 고르기에 여념이 없는 고객들 모습. 사진/이광표 기자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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