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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하

단통법 개정에 얽힌 다섯가지 시선

2017-02-12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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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신지하기자] 단말기유통법이 시행(2014년 10월1일)된 지 2년4개월여의 시간이 흘렀다. 일종의 단말기 정찰제로, 제값 주고 휴대전화를 구입한 소비자들이 '호갱' 소리를 듣지 않게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실효성 논란도 끊이질 않는다. 특히 이동통신사들이 마케팅비용을 크게 줄이면서 결국 기업 배만 부르게 했다는 지적이다. 정부와 이통사(알뜰폰), 제조사, 유통망, 소비자 등 이해관계자 입장도 제각각이다.
 
20대 국회 들어 단통법 개정에 대한 움직임도 가시화됐다. 국민들의 단통법 체감 효과가 미미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시민단체 등에서 가계통신비 인하 요구가 거세진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조기 대선 가능성까지 커지면서 단통법 개정안 논의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이달 열리는 임시국회에서도 개정안 처리는 불투명하다.
 
12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 계류된 단통법 개정안은 총 12건이다. 이중 지원금상한제 폐지·분리공시제 도입 등 5건의 개정안이 법안심사소위에 회부된 상태다. 미방위는 나머지 7건을 오는 16일 열리는 전체회의에 상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을 놓고 여야가 충돌하면서 단통법에 대한 논의가 쉽지 않다. 정부 관계자는 "개정안이 여야의 다른 쟁점 법안들과 함께 묶여 있어 이달 처리는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지원금상한제는 관련 개정안 처리 여부와 관계없이 일몰기한인 오는 10월1일 자동으로 폐지된다. 지원금상한제는 이용자 간 부당한 차별 및 과도한 지원금 경쟁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출시 후 15개월 미만 휴대전화에 대해 33만원 이상 지원할 수 없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통신업계는 지원금상한제가 폐지되더라도 당분간 보조금 경쟁이 과열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일주일간 유지해야 하는 지원금 공시제도와 단통법 핵심 조항인 이용자 차별금지 조항 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통사들이 소비자에게 짧은 기간 파격적 지원 혜택을 제공하는 일종의 스팟성 영업 등의 여지는 과거보다 상당히 확대될 것으로 본다.
 
이통3사는 단통법 시행 전후로 마케팅비를 1조1002억원 아꼈다. 세부적으로 단통법 시행 전인 2012년 3분기부터 2014년 3분기까지 총 마케팅비는 18조7346억원이었다. 반면 2014년 4분기부터 2016년 4분기에는 17조6344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지원금상한제로 이통사 간 출혈경쟁이 완화되면서 마케팅비용을 눈에 띄게 절감할 수 있었고 이는 영업이익 증가로 이어졌다. 실적 수혜를 입은 이통3사는 향후에도 마케팅 경쟁은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가입자들을 위한 '집토끼 사수전략'에 매진해 최근 거세진 통신요금 인하 압박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알뜰폰업계는 지원금상한제 폐지로 가입자 증가세가 둔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통사들이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지원금을 일시적으로 늘리는 등 단통법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고 경계한다. 알뜰폰의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은 이통사 대비 3분의1 수준이다. 이통사와 정면대결이 불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지원금상한제 폐지로 알뜰폰 시장 위축이 우려된다"며 "정부의 추가 보완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지원금상한제를 전반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9월 녹색소비자연대가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상대로 단통법에 대한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민 10명 중 8명이 단통법에 따른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를 체감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금상한제를 폐지하자는 의견은 10명 가운데 4명이다. 최근 휴대폰을 구입한 김모씨(30·회사원)는 "요즘 출시되는 휴대전화 가격이 만만치 않다"며 "지원금상한제가 사라지면 최신 프리미엄폰을 지금보다 싸게 구입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통점에서는 이통사의 장려금(리베이트) 상향 조정으로 수익이 개선될 것을 기대하는 눈치다.
 
단통법 개정안의 핵심 사안 중 하나인 분리공시제 도입에는 이통사와 제조사들이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분리공시제는 이통사와 제조사의 지원금을 따로 분리해 공시하자는 게 핵심. 하지만 제조사는 영업비밀 유출 등을 이유로 반대해 왔다. 이통사는 파트너인 제조사 입장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에게는 단말기 할인 총액이 중요하지, 제조사와 이통사가 각각 얼마씩 할인 부담을 지고 있는지는 크게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국내보다 매출 비중이 높은 해외에서도 동등한 수준의 할인을 지원해야 할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회, 소비자단체 등에서는 소비자가 보조금과 요금할인액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분리공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다. 국회에서는 분리공시제를 찬성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분리공시제 도입으로 이통사의 재원과 장려금이 명확히 구분되면서, 이통사가 스스로 부담하는 20% 요금할인율을 내릴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ICT정책국장은 "단통법 개선에 대한 부분은 정부 입장보다는 국회 논의가 중요하다"며 "시간상 큰 의미가 없어진 지원금상한제 폐지를 제외하고 나머지 법안 처리를 위해 보다 심도 있는 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18일 오전 국회에서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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