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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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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극우 보수세력, 매번 돌아왔다…역사적 실패 반복 말아야"

광복-4·19혁명-87년 민주화까지 실패 전철…"빨리 잊는 기억상실이 원인"

2017-02-09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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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이재명 시장이 "경선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안건에 집중할 때"라고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시장은 지난 7일부터 잇따라 탄핵에 관한 입장을 발표하며 "촛불혁명이 실패로 돌아갈지 모른다는, 탄핵이 기각될지 모른다는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며 "탄핵 반대 집회에 새누리당 의원이 참석하고 여당에서는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기각해도 존중해야 한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봐서 박 대통령의 복귀가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믿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 시장의 이런 행보는 지지층 사이에서 '극우 보수세력의 재등장'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실제로 최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선 후보 지지율이 10% 후반까지 치솟자 출마설까지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도 기각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보수층은 재집결했다. '박근혜 탄핵'을 외친 시민들의 불안감과 탄핵정국을 이끈 야권의 초조함은 상당히 높아진 모양새다.
 
이재명 시장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다급함을 느끼는 것은 경험칙과 무관하지 않다고 강조하고 있다. 1945년 광복과 4·19혁명, 87년 민주화 등 역사적 절호의 기회에 항상 극우 보수세력에게 '과실'을 빼앗겨 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징크스나 우연이 아니다. 책임을 물어야 할 진영이 방심한 사이 청산대상들은 '한껏 움츠렸다가 얼굴을 바꾸며' 생존했다"는 게 이 시장의 인식이다.
 
역사적으로 극우 보수세력의 부활을 대표하는 첫 인물은 일제시대 친일 고문경찰 노덕술이다. 그는 광복되자마자 평양에서 체포됐다가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월남, 일제 문관을 기용하던 미 군정에 들어간다. 일제시대에는 일본에 충성하며 독립군을 때려잡다가 미 군정 아래에서는 반공투사로 금방 얼굴을 바꾼 셈이다. 당시 미 군정의 방침에 따라 노덕술과 김창룡 등은 친일매국에서 반공으로 얼굴을 바꾸고 득세했다.
 
이재윤 민족문제연구소 충남지부 지회장은 "그들뿐만 아니라 윤보선 일가 등 명망가들, 초기 군부 등이 모두 이런 사례였다"며 "심지어 이승만 전 대통령은 이들을 두둔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청산이 되지 않았고 출발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친일매국 세력은 그들을 비호하던 이승만 전 대통령이 4·19혁명으로 물러나자 함께 생명을 마감한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혁명 후 정국을 이끈 장면 정권은 10여차례나 보고된 쿠데타 정보를 낭설로 치부했다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주도로 진행된 5·16 군사정변을 맞으면서 그들도 함께 부활한다. 혁명을 보고 몸을 움츠리며 이승만 하야 때도 침묵한 그들은 유신체제 아래에서도 반공 명맥을 이어갔다. 극우 보수세력은 79년 유신체제가 종말했어도 이내 신군부로 둔갑해 재등장했다는 설명이다.
 
87년 민주화는 군부독재를 끝낼 줄만 알았다. 그리고 30년 넘게 기득권을 놓지 않았던 극우 보수세력도 드디어 권력을 놓게 될 것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승리에 취한 민주진영의 분열한 틈을 타 보수대연합을 비밀리에 추진했고, 3당 합당을 통해 다시 기사회생했다. 그들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힘을 빌려 생명을 연장했다. 이후 문민정부부터 참여정부를 지나 박근혜정부까지 지난 70년 동안 정치권력을 놓지 않은 극우 보수세력들은 더 공고해져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의 뿌리인 새누리당으로까지 이어졌다.
 
이재윤 민족문제연구소 지회장은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모두 이전의 대통령들에 비하면 훌륭한 분들이지만 정권의 탄생을 위해 연정을 하거나 언론, 재벌에 기댄 측면이 있다"며 "집권 이후 개혁성을 잃고 오히려 언론과 재벌의 기득권이 되도록 기회를 준 과오가 있다"고 말했다. 극우 보수세력은 언론, 재벌과의 교배를 통해 생명을 연장했다는 설명이다.
 
재벌평론가인 심정택 경제전문가는 "삼성그룹만 봐도 과거 수차례 불법을 자행했고 권력과 유착해서 살아남았지만 국민들은 삼성이 보여준 경제적 성과만 기억하고 과오는 빨리 잇는 것 같다"며 "이것이 재벌이 70년간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라고 꼬집었다. 재벌이 정치권력과 유착해 기득권으로 생존한 데는 국민의 '기억상실'도 한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7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 후보인 이재명 성남시장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인용을 촉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뉴시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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