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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철

(토마토칼럼)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은 안된다

2017-02-08 06:00

조회수 : 5,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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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권순철기자] 지난 연말 한국정치사에 한 획을 그은 사건이 발생했다. 정통보수당을 자처해온 새누리당이 보수당 분열이라는 역사상 새로운 기록을 썼기 때문이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정치권에서의 속설이 이번에는 정반대가 됐다. 우리나라에서의 보수당은 지난 19458·15 해방이후 재벌, 권력기관, 언론 등 기득권 세력을 대변하면서 단 한 번도 분열하지 않았다. 이승만 정권 당시 한민당을 필두로 박정희 정권의 공화당, 신군부 세력의 민정당, 그리고 민자당, 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에 이르기까지 대선과 총선에서 패했을 때도 다시 당의 전열을 정비해서 명맥을 꿋꿋이 이어왔다.
 
하지만 전대미문의 최순실 게이트에 이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사건으로 보수당은 사분오열됐다.
 
더욱 더 큰 문제는 새누리당이 이번 대선에서 불임정당이 될수도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에서 현재 거론되는 이렇다 할 대선후보는 없다. 다만 여론조사 기관에서 조차 대선후보 반열에 포함시키지 않은 안상수·원유철 의원 등이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의 유력 대선후보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부상하고 있다. 그는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새누리당 골수 지지층으로부터 지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사실 현재 정치권에서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층' 또는 '묻지마 지지층'을 갖고 이는 현역 정치인은 박근혜 대통령이 유일하다.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것도 '콘크리트 지지층'때문이었다.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지층을 이번 대선에서 1015%로 보고 있다. 실제로 골수 보수층은 황교안 대행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10% 이상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황 대행의 대선 출마는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된다. 첫째, 그는 박근혜 정부 하에서의 총리를 지냈다. 당연히 최순실 게이트 관련 책임이 있을 수밖에 없다. 만약 그가 대선에 출마한다면 야당은 정권 심판론을 들고 나오며 그를 압박할 수밖에 없다. 둘째, 그는 앞으로 치러질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해야 할 임무를 부여받고 있다. 대선레이스에서 심판이 선수로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만약 그가 대통령 자리를 유일호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떠넘기고 출마한다면 전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특히 황 대행과 유 부총리는 탄핵을 당한 당사자인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이미 경질 통보를 받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는 현재 안팎으로 위기에 처해 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집권이후 세계경제는 불확실성에 빠져들고 있고, 북한 김정은은 언제든지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렇게 한치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안보와 경제 위기 상황에서 갑작스런 박 대통령의 유고상황으로 인해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그가 대선에 나가겠다고 국정을 내팽개치는 것은 말이 안된다.
 
선관위의 유권해석에 따르면 만약 황 대행이 대선에 출마하려면 대선 30일 전에 공직을 사퇴해야 한다. 그가 대통령에 출마하는 것은 법적인 문제는 없다. 하지만 반기문 전 유엔총장의 불출마로 보수정당에서 그를 부르고, 지지율이 오르는 것은 그가 대통령감 이라서기 보다는 궁지에 몰린 보수진영의 대체제 찾기 일환에 불과하다.
 
정치는 대의명분 싸움이다황교안 대행이 대선에 출마하는 명분을 아무리 찾으려고 해도 못 찾겠다.
 
권순철 정경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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