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권익도

(책읽어주는기자)'놀이' 미래산업 구조 완전히 재편한다

‘토이리즘’ 천위안 지음|송은진 옮김|영인미디어 펴냄

2017-02-02 08:00

조회수 : 4,688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뉴스토마토 권익도기자] #1.“당신의 아이폰6에는 새로운 주머니가 필요합니다!” 네덜란드의 아이폰6 판매 첫날, 통신업체 KPN은 애플스토어 옆에서 이 같은 제목의 이벤트를 진행했다. 전작에 비해 크기가 커진 아이폰 사이즈에 맞춰 구매자들의 주머니를 수선해주는 행사였다. 참신함에 흥미를 느낀 애플마니아들은 부스의 주변 모습을 소셜미디어(SNS)에 공유하며 KPN이란 이름을 네덜란드 전역에 알렸다.
 
#2. 일본 야마하와 크립톤이 공동 제작한 캐릭터 하츠네 미쿠는 현재 일본 최고의 아이돌 가수다. 양갈래 머리에 호리호리한 인상을 한 이 소녀 캐릭터는 홀로그램으로 제작돼 공연 투어도 돌고 있다. 제작된 2007년부터 현재까지 거둬들인 수익만 총 100억엔이 넘는다.
 
중국 경제학자 천위안은 신간 ‘토이리즘’에서 기업들의 이러한 ‘놀이’ 현상에 주목한다. 그에 따르면 과거 가격과 기능에 초점을 맞추던 상품 전략은 소비자의 재미를 끄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이제 소비자들은 흥미와 멋, 정신적 만족감 등을 얻을 수 있는 상품들에 반응하고 열광한다. 그렇지 못한 상품들은 경쟁에서 자연히 도태된다. 저자는 책 속에서 이러한 추세를 ‘토이리즘(toylism)’이란 단어로 설명한다.
 
그가 보기에 토이리즘 시대의 첫 문을 연 기업은 애플이었다. 2007년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센터에서 공개된 아이폰 1세대는 ‘휴대폰의 장난감화’를 알린 상징적 사건이었다.
 
당시 스티브 잡스는 이전까지 다른 휴대폰이 하지 못한 기능들을 선보였다. 엄지를 이용해 아이폰으로 음악을 듣다가 동영상을 봤고 손가락 두 개로 화면을 확대하기도 했다. 대중들은 호기심의 눈으로 바라 보고 환호성을 질렀다.
 
저자는 바로 이 과정 자체가 아이폰을 ‘499달러짜리 장난감’으로 여기게끔 만든 출발점이라 본다. 이후 아이폰은 열광적인 추종자들을 만들어내면서 전통적인 휴대폰시장부터 콘텐츠 산업까지 기존 산업 구조를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상품을 하나의 ‘장난감’으로 간주하는 흐름은 이후 테슬라의 전기차 ‘모델S’에서도 나타났다. 2012년에 출시된 모델S는 기존의 다른 자동차들보다 실용적인 면에서 크게 밀렸다. 충전 인프라와 서비스센터 부족, 안전성 등의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극도로 심플한 디자인과 센서로 작동되는 오디오, 에어컨, 내비게이션 등이 트렌디하고 멋져 보인다는 이유에서였다. 미국과 중국에서 이어진 열렬한 소비 현상은 결국 테슬라를 2013년 1분기 전기차 판매 1위 기업에 올려 놓게 했다.
 
세계 최초의 드론 배달로 연매출이 12% 늘어난 도미노피자나 생수병 겉면에 신문을 인쇄하는 모험을 시도한 일본의 마이니치신문, 기분에 맞춰 밝기가 달라지는 조명기구를 제작한 네덜란드의 휴 등도 일제히 아이폰이 시작한 토이리즘의 흐름을 이어갔다. 소비자의 오감과 흥미를 자극하면서 이들 기업은 새로운 비즈니스를 개척하는 거대한 조류를 형성시켰다.
 
반대로 저자가 상반되는 개념으로 제시하는 것은 ‘툴리즘(Toolism)’이다. 툴리즘은 과거 철저히 상품의 기본적인 기능과 가격에만 집중하던 실용주의 전략이다. 저자는 애플과 테슬라의 부상과 함께 도태된 경쟁업체들이 대체로 이 툴리즘적 사고관에 치우쳐 있었다고 지적한다.
 
가장 대표적인 기업들은 모토로라, 노키아, 블랙베리였다. 이들은 아이폰이 출시되던 무렵까지도 애플을 두려운 경쟁자로 인식하지 않았다. 배터리의 전력 소모, 네트워크 안전성 등의 기술적 측면에서 이들은 애플이 자신들보다 뒤떨어지는 업체라고만 여겼었다.
 
하지만 이는 시대적 오판이었다. 애플이 흥미를 끄는 전략으로 성공할 때 이들의 시장 점유율은 계속해서 줄어들었고 결국은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등에 줄줄이 팔리는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저자는 테슬라 만큼 기술력이 좋았던 비야디나 제너럴모터스 역시 이러한 툴리즘적 사고 때문에 전기차 시장에서 성공할 수 없었다고 분석한다.
 
툴리즘과 토이리즘을 오가며 쏟아내는 다양한 사례 속에서 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결국 ‘장난감 세상’이 도래했다는 것이다. 이미 소비자들은 아이폰 이후 차갑고 냉정한 ‘도구’보다 따뜻하고 친근한 ‘장난감’이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그리고 이러한 대중들의 호기심은 기업들의 변화와 혁신에 대한 갈망과 연구로 이어지고 있다.
 
저자는 “소비자들의 물질적 수요가 풍족해진 상황에서 정신적 수요가 출현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면서 “향후 3년에서 최대 30년까지 이러한 현상이 지속될 것이기에 기업가, 리더, 정책결정자들이 결국 툴리즘을 버리고 혁명적인 사고의 변화에 편승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중국인인 저자의 시각에서 쓰여진 이 책에는 토이리즘을 실천하는 텐센트, 샤오미, 스마티잔 등 다양한 중국 기업들의 사례도 제시돼 있다. 책장을 넘기며 중국 소비자들의 변화된 심리 구조와 기업들의 꿈틀대는 활기를 엿보는 재미도 마주할 수 있다.
 
토이리즘. 사진/영인미디어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 권익도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