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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연

유진룡 "대통령에게 블랙리스트 안 된다고 했지만 묵살"

특검팀 참고인 조사…"김기춘 전 실장이 블랙리스트 주도"

2017-01-23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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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광연기자]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실체를 처음 폭로한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장관이 박근혜 대통령이 블랙리스트 실행을 지적하는 자신의 직언을 묵살했다고 밝혔다.
 
유 전 장관은 23일 오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출석 직전 유 장관은 직접 가져온 메모지를 잡고 "블랙리스트는 정부가 예산이나 공공 자산을 가지고 정부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아주 광범위하고 조직적으로 차별하고 핍박한 것"이라며 "블랙리스트는 분명히 있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를 비롯해 동료, 선후배가 목격하고 경험한 사실을 볼 때 김 전 실장이 주도한 것이다. 김 전 실장 취임 이후 이런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김 전 실장은 청와대 수석 회의 등 수시로 블랙리스트 관련 행위를 지시하고 적용을 강요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유 장관은 박 대통령의 블랙리스트 작성·관리 개입 여부에 대해서는 "특검에서 수사 중인 상황이기에 올라가서 말하겠다"라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하지만 "지난 2014년 1월과 7월 박 대통령을 만나 이 문제를 지적하면서 '이렇게(블랙리스트 실행) 하면 정말 큰일 난다'고 말씀드렸지만, 박 대통령은 '묵묵부답'이었다"며 새로운 사실을 공개했다.  
 
또 유 장관은 "블랙리스트를 강요한 김 전 실장을 비롯한 여러 사람이 이제는 다들 자기 일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저는 이 사람들이 굉장히 비겁하다고 생각한다"며 "박근혜 정부가 문화계 인사 차별과 배제를 위해 모든 공권력을 동원한 것은 민주주의 기본 질서 및 헌법 가치 훼손 행위"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형식적으로 블랙리스트와 관련 없는 문체부 간부는 하나도 없다. 블랙리스트 관리를 위해 문체부 내 위원회를 만들었는데 그 위원회에 위원으로 모든 문체부 실·국장들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라며 "특검이 자체 블랙리스트 수사로 성과를 내고 있지만, 실제로 양심에 어긋난 일을 하면서도 파괴 지시를 어기고 특검에 자료를 제출한 문체부 관계자들이 있었기에 이런 성과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유 장관은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처음 폭로한 인물이다. 리스트 작성 배후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실제 작성을 담당한 기관으로 대통령 정무수석실 산하 국민소통비서관실을 지목했다. 당시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은 정무수석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이외에도 유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이 노태강 전 문체부 체육국장을 '나쁜 사람'으로 지목하며 사실상 인사 조치를 지시한 사실과 김 전 실장이 지난 2014년 10월 문체부 1급 공무원 6명의 사표를 받으라고 지시하는 등 부당하게 인사에 개입한 사실을 폭로했다. 2013년 3월 박근혜 정부 초대 문체부 장관에 임명된 유 장관은 청와대와 갈등을 빚으며 2014년 7월 사퇴했다.
 
이미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을 구속한 특검팀의 수사 칼날은 이제 가장 윗선인 박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 특검팀은 유 장관을 상대로 박 대통령이 블랙리스트와 연관됐는지를 비롯해 김 전 실장이 블랙리스트 작성을 직접 지시하고 문체부 인사에 불법적으로 개입했는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존재 등을 폭로한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3일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로 참고인 신분 출석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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