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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호

(해피투모로우)전운 감도는 G2… '환율전쟁' 촉발 위기에 살얼음판

트럼프, 중국과 정면충돌 가능성…국내외 금융시장 대혼란 '경계'

2017-01-23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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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정부의 출범을 계기로 미국은 물론 전세계가 격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정부의 파고로 한반도 정세 또한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번 해피투모로우에서는 미국의 트럼프 정부 출범과 함께 나타날 현상과 위험요인을 진단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18일 뉴스토마토는 중국경제 최고의 분석가인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을 초대해 '성공부자로 가는 길 1% 꿈톡쇼'를 개최했다. 전 교수가 전한 '중국투자의 전망과 성공요인'을 지면을 통해 소개한다.
 
미국 대선을 앞둔 지난해 9월 27일 중국의 환구망(環球網)이 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 두 미국 대통령 후보자에 대한 중국인들의 선호도 조사를 하자 응답자의 83%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며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트럼프가 선거운동 기간 중국에 대한 언급을 자제한 부분도 있었지만 "대통령이 되면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며 파문을 일으킨 점을 고려할 때 의외의 선택이었다. 중국인들은 1990년대 이후 줄곧 인권문제를 제기하는가 하면 '아시아 회귀 정책(Pivot to Asia)'으로 중국을 압박해 온 클린턴보다 트럼프의 '예측불가능성'에 더 높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다수 중국인들의 희망대로 트럼프가 차기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4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 미·중 관계는 지난 79년 수교를 맺은 이래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경제주평을 통해 '2017년 글로벌 10대 트렌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정치 분야에서 가장 눈여겨 봐야 할 이슈는 'G2 리매치'다. 중국에 부정적 입장인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됨에 따라 올해는 미국과 중국간 패권 다툼이 격화될 전망이다. 앞으로 주목해야 할 '글로벌 트렌드'는 미국과 중국(G2)간 패권다툼, 트럼프노믹스의 시작이다.
 
G2의 경쟁은 외교, 경제, 군사 부문의 변화를 예고한다. 지난 2012년 시진핑 정권 출범 이후 중국은 미국과 상호존중·협력공생을 골자로 하는 '신형대국관계'를 추구해 왔다. 하지만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신정부가 출범하면 미국은 중국과의 대등한 관계를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신보수주의 부활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간 외교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제 부문에서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보호무역을 강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글로벌 보호무역주의도 함께 확산될 전망이다. 동북아에서의 군사적 우위를 점하려는 미국과 중국간 대립이 심화되면서 안보 불안정성도 고조될 수 있다. 
 
'하나의 중국' 원칙 건드린 트럼프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트럼프의 전화 한통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트럼프는 대만 차이잉원 총통의 당선축하 전화를 받고 환담을 나누면서 중국을 당혹케 했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하면서 대만과 공식 관계를 단절하고 중국의 일부분으로 인정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받아들여 왔는데 37년 만에 이 관행을 깨는 듯한 행동을 보인 것이다.
 
펜스 부통령은 이 통화에 대해 '찻잔 속의 폭풍'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진화에 나섰지만 정작 트럼프 자신은 트위터에 "미국이 대만에 수십억 달러어치의 군사 장비는 팔면서 나는 축하 전화도 받지 말라는 것이 참 흥미롭다"며 중국의 속을 한 번 더 뒤집어 놓았다.
 
차이잉원과의 전화가 단순한 의전접대가 아니었음은 미국 언론에 의해서도 드러났다. 워싱턴포스트 등은 차이잉원과의 통화가 이미 트럼프 진영에서 몇 개월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돼 오던 것이라고 보도했다. 마침내 트럼프는 최근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하느냐는 물음에 '하나의 중국' 원칙을 포함해 모든 것이 협상 중"이라며 사실상 ‘하나의 중국’ 원칙의 원점 재검토에 들어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처음에는 차이잉원 총통에 대한 비난에만 열을 올리고 트럼프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은 삼갔던 중국도 "'하나의 중국' 원칙은 모든 나라가 중국과 관계를 맺는 전제조건이 된다"며 "중·미 관계의 기본으로 협상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할까
정치와는 다르게 긴밀했던 양국의 경제 분야에서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중국은 지난 달 12일 중국의 시장경제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WTO 가입협정에 따라 중국에 대한 제3국 가격 적용 조항이 끝나야 하지만 미국과 EU가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중국은 또 보유한 미국 국채를 대량 매각하면서 미국의 최대 채권국 자리를 일본에게 넘겨주기도 했다. 
 
중국이 외화유출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국채 매각에 나섰다는 해석도 있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했다는 전망이 만만치 않다. 중국이 미국 국채를 계속해서 매각할 경우 국채를 통한 자금조달 비용이 올라가는 것은 물론 금리정책에 변동성이 확대되고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위상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을 '환율조작국'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시각은 오히려 더욱 강화되고 있다. 트럼프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위안화 환율에 대해 "돌이 굴러 떨어지는 것 같다"며 "달러화 강세로 인해 우리 기업들은 중국 기업들과 경쟁할 수 없고 이는 우리를 죽일 것"이라고 비난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란 슬로건을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인프라투자 활성화, 대규모 감세, 전통 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트럼프노믹스 추진은 단기적으로 미국 경기를 부양시킬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국제금융시장 불안정성 확대, 통상마찰 등 글로벌 리스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점차 증가할 통상 마찰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무역 분쟁에 대비한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마련하고 규제 예상 품목을 별도 관리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향후 외국인 투자자금의 대규모 유출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내 우량기업 발굴 및 상장 유도, 공시제도의 신뢰성 제고 등 주식시장의 효율성 제고 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환율전쟁, 주변국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이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면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재정 확대로 대변되는 트럼프노믹스가 본격 시행된다. 미 연방준비제도도 연내 기준금리를 3차례에 걸쳐 올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모두 달러화 강세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이런 현상은 G2 환율전쟁을 촉발시킬 공산이 크다. 트럼프 당선자는 사실상 중국에 선전포고를 했다. 무역정책을 전담할 국가무역위원회(NTC)를 신설하면서, 초대 위원장에 대중 강경파인 피터 나바로를 지명했다. 
 
나바로는 중국 경제 확장이 미국에 악영향을 준다는 내용을 담은 '중국이 세상을 지배하는 그날'이라는 책을 쓰기도 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은 "나바로는 환율전쟁도 불사할 태세로, 중국 고정환율제를 자율변동환율제로 변경하라는 압력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역시 물러서지 않을 전망이다. 시진핑 주석은 신년사를 통해 '화평굴기(평화롭게 우뚝 선다)'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영토주권과 해양권익을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는 주변국뿐 아니라 미국을 의식한 발언으로 평가된다. 
 
중국 인민은행 산하 외환교역센터는 이달 6일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을 하루 만에 0.92% 내린 달러당 6.8668위안으로 고시한 바 있다. 이는 2005년 7월 중국 당국이 달러 페그제를 폐기하고 관리변동환율제를 도입한 이래 가장 큰 절상폭이다. 중국이 환율전쟁에 불을 댕겼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글로벌 주요 투자은행(IB)은 위안화가 연내 달러당 7위안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역내시장 환율이 최고 달러당 7.65위안까지 오를 것으로 본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관심은 이제 트럼프가 취임 직후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이냐다. 미국 재무부 정책자문위원 출신인 루이스 알렉산더 노무라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도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자는 미국 재무부 규정을 바꿔서라도 취임 첫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문제는 G2 환율전쟁 여파가 한국 금융시장마저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지난해원·달러 환율 변동폭 평균은 10월 5.3원, 11월 5.4원, 12월 4.0원을 각각 기록했다.
 
이에 비해 올해 들어 10일까지 변동폭은 평균 9.1원으로 약 2배에 달했다. 변동률도 2016년 10~12월 0.3~0.4%대를 기록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0.8% 가까이 뛰었다. 미·중 환율전쟁에 대한 우려가 외환시장을 롤러코스터에 올려놓은 것이다.
 
전 소장은 "트럼프 정부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비난했듯이 대규모 무역흑자국에 대해 무역제재와 통화가치 절상 압력을 높일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원화 절상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지난 18일 뉴스토마토 본사 아르떼홀에서 개최된 '성공부자의 길 1% 꿈톡쇼'. 사진/박민호 기자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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