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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휘

문재인-안철수 '호남 민심' 잡기 격돌

같은 시기에 광주·전남 방문…설 앞두고 야권의 심장부터 공략

2017-01-22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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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성휘기자] 야권 유력 대권주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가 설 연휴를 앞둔 마지막 주말인 22일 야권의 심장인 호남에서 민심 쟁탈전에 나섰다.
 
최근 두 후보의 상황은 대조적이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지난 19일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문 전 대표는 28.1%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1위를 달렸다. 안 전 대표는 7.4%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21.8%)과 이재명 성남시장(9.0%)의 뒤를 이은 4위에 그쳤다. 호남(광주·전라)에서도 문 전 대표는 30.6%로 12.7%의 안 전 대표를 크게 앞섰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5%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문 전 대표는 22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광주·전남 일정을 소화한다. 그는 이번 방문을 통해 ‘대세론 굳히기’에 나서는 한편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지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야권후보임을 강조할 방침이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오후 3시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지지모임 ‘포럼 광주’ 출범식에 참석했다. 방송인 김제동씨의 사회로 진행된 행사에서 문 전 대표는 가벼운 토크콘서트 형식으로 광주 시민들과의 스킨십을 넓혔다.
 
문 전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기적같은 지지를 보내주셨는데 제대로 보답하지 못해서 죄송스럽다”며 머리를 숙이는 한편 “두 번은 실패하지 않겠다. 반드시 호남의 한을 풀어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출범식에 앞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김홍걸 당 국민통합위원장과 1층 김대중홀을 방문해 김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도 했다.
 
23일 오전에는 광주·전남언론포럼 초청토론회에 참석해 각종 정국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 오후에는 전남 나주혁신도시 내 한국전력 본사를 방문해 지역 공약을 발표하고 지역 주민들과 간담회도 진행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22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1층 다목적홀에서 열린 포럼광주출범식 토크콘서트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 자리 수 지지율까지 떨어진 안 전 대표는 호남 민심잡기를 통해 반전을 꾀한다는 심산이다. 2박3일 일정으로 총력전에 나선 그는 이날 오전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이끄는 계엄군의 헬기사격 진실이 드러난 전일빌딩을 찾으며 일정을 시작했다.
 
안 전 대표는 “5·18 당시 발포명령자를 찾는 것은 다음 정부에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며 “이 장소들을 제대로 보존하도록 당이 앞장서서 노력하겠다. 집단 발포는 자위권 발동이 아니라 진압 목적이라는 건 모든 사람이 안다”고 강조했다.
 
오후에는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 스타로 떠오른 같은 당 김경진, 이용주 의원과 함께 ‘강철수와 국민요정들, 정정당당 콘서트’를 펼쳤다. 안 전 대표는 이번 대선에 불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끝까지 돌파하겠다. 제 돌파력은 작년 총선 때 이미 증명했다”며 “지금 현역의원 중에 저만큼 돌파력을 보여주고 성과를 증명한 사람 있느냐”고 반문했다.
 
23일에는 하루 동안 전남 무안, 목포, 신안, 화순, 나주 등 전남 중서부권을 훑는 강행군을 이어간다. 24일에도 지방의원 조찬 간담회, 지역 벤처기업 방문, 문화계 블랙리스트 대상자 간담회, 광주시의회 출입기자 오찬 간담회 등을 차례로 소화할 예정이다.
 
두 후보의 이러한 적극적인 구애는 야권 내에서 호남의 상징성을 감안한 행보다. 지난 2002년 당시 지지율 5%의 노무현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든 ‘노풍’의 진원지는 광주였다.
 
문 전 대표에 있어 호남은 일종의 아킬레스건이다. 지역 내 지지율 1위는 유지하고 있지만 당 지지율(43.5%)에는 크게 못 미친다. 또 지난 20대 총선 유세에서 내놓은 “호남에서 패배시 정계은퇴” 발언은 아직까지도 그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쓰인다. 문 전 대표는 이번 일정을 통해 저자세를 유지하며 지역 내 ‘반문·반노 정서’를 누그러뜨리고, 야권 대표후보로 자리매김한다는 각오다.
 
안 전 대표 역시 호남 공략은 숙제다. 안 전 대표가 지난 20대 총선에서 호남에서 국민의당을 완승시킨 ‘안풍’은 지역의 지지가 바탕이었다. 그러나 1년도 안 돼 그 흔적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일단 안 전 대표는 ‘자강론’을 통해 당을 안정시키고 당 중심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는 뜻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강철수’(강한 안철수)를 다시 강조하는 이유 역시 그러한 차원에서 해석된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가 22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일가정양립지원본부에서 '강철수와 국민요정-대한민국 정정당당 토크쇼'를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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