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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호

세상이 공평하면 나같은 사람은 뭐먹고 사냐

손은 눈보다 빠르다

2017-01-22 12:33

조회수 : 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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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숨은 고수를 찾아 숙식을 하며 보고 배운 기술로 마침내 삼한제일의 '타짜'가 된다.
 
편경장은 졸졸 따라다니면서 귀찮게 하는 애송이한테서 쉽게 꺼지지 않는 야수성을 발견하고 기술을 전수해준다. 
 
어느 햇살좋은날 편경장과 조승우는 훈련 겸 한판 고스톱을 치는데 마침 기업총수들이 비리에 얽혀 굴비처럼 줄줄이 끌려들어가는 뉴스를 본다.  
 
'이병철이 되고 싶냐. 정주영이 되고 싶냐'. 꽃을 내리꽂는 편경장은 알 수 없는 말을 내뱉는다. 
 
"세상이 공평하면 나같은 사람은 뭐먹고 사냐". 고수의 패는 짝짝 들어맞는다.
 
굴비처럼 엮여 들어가는 사회비리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한 것 같다. 기업총수가 끌려들어가면 환호를 하고 마침내 좋은 세상 만났다는 듯 가슴한켠이 따뜻하다. 하지만 비리는 얼마지나지 않아 업그레이드 된다. 굳이 비교하자면 우리는 단순히 2만평 감자밭에서 한소쿠리만 겨우 캐냈을 뿐인데도..
 
사실 세상이 공평하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 그리하여 '국시(國是)'도 평등을 목표로 제시하지도 않는다. 
 
우리는 역사책에서 보았듯 선조들 덕에 자유주의와 민주주의 틀에서 살고 있다. 물론 완벽하지는 않지만 계속 진화하고 있음은 명백하다. 이 시스템에서 자본주의와 어색한 동행을 하고 있어 자유와 효율, 공평이라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 명제들이 뒤뚱뒤뚱 발맞춰 나가고 있다. 
 
이것들이 골고루 섞여 성장한 지금의 '복지국가'라는 이름의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멋진 브랜드 옷이지만 왠지 사이즈가 안맞는 듯한 어색함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제대로 가고 있는 듯 한데 뒤가 구리다. 어쨌든 사회시스템은 진화하고 있다. 
 
현재까지 '복지국가'라고 하는 정부의 역할은 '완전한 평등'을 추구하지 않는 것으로 공식화 한다. 완전한 평등은 얼치기 사회주의자들의 망상이다. 
 
20만년동안 인류는 지구위에 살면서 완전한 평등은 실현가능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음을 깨달았다. 영장류도 넘쳐나는 먹이가 있음에도 항상 계급서열을 정한다. 벌들은 투정하지 않고 일을 하지만 수펄은 배짱이를 능가하는 게으름뱅이다. 자연과 공동체와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생명은 식물밖에 없다. 하지만 가끔 식물도 생존에 방해가 되면 서로를 말려죽인다. 
 
완전한 평등을 추구하는 것은 복지국가의 목표가 될 수 없다. 정부의 역할은 각 개인들이 각자 스스로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미시적 효율성을 달성하는 '배분', 물가를 잡는 '경기안정', 사회적 약자를 위해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분배'에 대해서만 접근할 뿐이다. 
 
거기에 더해 복지국가는 누구나 파산할 수 있고 누구나 부랑자가 될 수 있고 누구나 불의의 사고를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구제하기 위한 사회보험 혹은 사회부조의 성격으로 '사회통합'의 개념을 더한다. 
 
경제학에서는 이런 관점을 기계론적 혹은 '값싼 정부'라고 한다. 정부를 단순히 개인들의 집합체로 보는 시각이다. 
 
반면 국민들이 필요한 일은 무엇이든지 다 하는 정부는 유기론적 정부라고 한다. 생명처럼 살아숨쉬는 정부로 스스로 독립적인 목표를 가지고 지향하는 목표가 사익보다 공익이 우선한다.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처럼.
 
유기론적 정부는 농단을 하고 도청을 하고 간첩을 만들며 댓글을 달고 거짓말을 하며 무분별하게 세금을 올리고 언론과 놀아나고 기업인을 협박한다. 유기론적 정부의 최악은 군국주의와 전체주의다. 
 
세상이 불공평한건 당연하다. 사실 공평했던 적은 한번도 없었다.
 
세상이 공평하면 당신은 뭘 먹고 살껀데?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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