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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호

로스쿨이 아껴둔 맛있는 먹거리

2017-01-21 21:12

조회수 : 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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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법을 잘 모른다. 법은 워낙 어렵고 넘기 힘든 큰 산이라 애초에 법과 담을 쌓았다. 그래서 법없이도 잘 살 수 있을 정도다. 
 
'형해화'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때 왜 이렇게 법조인들은 어려운 말을 쓸까 너무 궁금했다. 그냥 껍데기라고 해도 될 것을. 아무튼 고지식한 세계는 내게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요즘 종편을 자주 본다. 잘생긴 변호사 예쁜 변호사 말잘하는 변호사 예리한 변호사, 변호사들이 국정농단 사태를 비롯해 오락프로까지 정말 다방면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예전과 많은 차이를 느낀다.
 
의사, 변호사가 엄청나게 많이 쏟아져 나온다고 한다. 그래서 방심하다가는 월급쟁이 또는 그보다 못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한때 9급 공무원 시험에 변호사가 응시했다는 말이 온나라를 떠들썩 하게 만들 정도로 변호사의 위상이 예전에 비해 많이 떨어지고 있는 것인가?
 
난 개인적으로 사법고시를 없애더라도 장애우나 소년소녀가장같은 사람들을 위해서 조금이라도 문을 열어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세상은 다르게 생각하나 보다. 
 
어찌됐던 변호사가 넘쳐나는 시대다. 한 법조계 교수님으로부터 재밌는 얘기를 들었다. 로스쿨로 변호사가 넘쳐나면 훗날 변호사들의 '실업을 해결하라'는 요구가 커질 것이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우리의 법은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을 위해 먹을거리를 남겨놓았다고 한다. 
 
바로 준법지원인이다. 나는 법에 대해 문외한이라서 책을 찾아보는 수고로움을 더했다. 머리가 지끈할 정도다. 그래도 글을 쓰는 회사에 몸을 담고 있다는 용감함을 앞세워 오류 없이 설명해보겠다. 
 
준법지원인은 오로지 로스쿨 변호사의 실업과 로스쿨 교수들의 퇴직 후를 위해 잠깐 쉬다가는 자리라고 보면 되겠다. 준법지원인에 관한 규정도 여러가지로 법리가 허술하다. 
 
2011년 개정상법의 준법지원인에 관한 규정을 보자. 
 
제542조13 [준법통제기준 및 준법지원인] 제2항 상장회사는 준법통제기준의 준수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하 '준법지원인'이라 한다)을 1명 이상 두어야 한다. 
-->준법지원인은 2011년 상법개정으로 1명 이상 의무적으로 두어야 한다. 자산총액 5000억원 이상이 되는 대기업들이 대상이다. 말그대로 기업이 법을 지키는지 안지키는지 지켜보는게 아니라 법률 지원을 하는 사람이다. "법 잘지키세요"라고 옆에서 말해주는 사람이다. 감사나 감사위원회가 이미 회사에 있다. 준법지원인이 없었다고 법 안지키는 일 없었다. 무엇인가 숟가락 얹은 느낌이다. 
 
제4항 준법지원인 임면은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한다
-->감사는 주주총회 보통결의라서 그나마 투명하게 뽑는 시늉이라도 한다. 감사위원회는 이사회에 소속된 조직으로 사실상 이사들의 명령을 받드는 곳이다. 준법지원인도 이사회에서 뽑는다. 가재는 게편이다.
 
제3항 준법지원인은 준법통제기준의 준수여부를 점검하여 그 결과를 이사회에 보고하여야 한다
-->어떻게 하면 법을 어기지 않을지 '바른생활' 가이드라인을 이사회에 보고한다. 회사의 비리나 유착을 고발하는 역할을 하는게 아니다. 자기를 고용해준 사람에게 '가이드라인'을 보고하는 것이다. 
 
제5항 준법지원인은 다음 각 호의 사람 중에서 임명하여야 한다.
1호 변호사 자격을 가진 사람
2호 [고등교육법] 제2조에 따른 학교에서 법률학을 가르치는 조교수 이상의 직에 5년 이상 근무한 사람
3호 그밖의 법률적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
-->대놓고 변호사, 법학 교수만 가는 한직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는 일이 없다. 로스쿨에서 쏟아져 나오는 변호사를 감당하기 힘들기에 자산 5000억 이상 기업을 흔들어서 만든 법으로 보는 비판적 시각이 많다. 물론 당사자들은 아니라고 한다. 
 
제6항 준법지원인의 임기는 3년으로 하고 준법지원인은 상근으로 한다.
-->자산 5000억이상 대기업에서 3년동안 상근이다. 물론 로스쿨을 갓 졸없한 20대, 30대 젊은 변호사도 가능하다. 그럴 경우 기업의 법무팀소속 50, 60대 변호사와 여러가지로 비교가 될 수도 있다. 모양이 이상해진다. 
 
하이라이트는 제11항이다. 
 
제11항 준법지원인에 관하여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 다만 다른 법률의 규정이 준법지원인의 임기를 제6항보다 단기로 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제6항을 다른 법률에 우선하여 적용한다.
-->3년 상근(월급이 많다)으로 정해놨는데 누가 이의를 제기해서 준법지원인을 없애려 하거나 임기를 줄이려고 하는 시도가 있더라도 '이법을 그법보다 무조건 우선하여 3년 상근직을 보장하도록 하라'라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헌법이 이를 부정해도 못하도록 막아놓은 이중삼중 자물쇠다. 난 법조인이 아니지만 주변에서 하는 말을 들어보면 이 제11항은 정말 법리적으로 수치스러울 정도로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우기기'라고 한다. 
 
'다른 법률의 규정이 준법지원인의 임기를 제6항보다 단기로 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제6항을 다른 법률에 우선하여 적용한다'..한 법조계 교수님의 의견에 따르면 '정말 전무후무한 이기적인 법'이다. 
 
하긴 대통령도 헌법을 걷어차는 세상인데 로스쿨 학생들을 위한 일자리 쯤이야..그것도 청년실업이니까.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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