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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호

한국기자들은 왜 질문을 안해요?

"질문 좀 받겠습니다"

2017-01-20 16:00

조회수 : 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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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끼리 모이면 뭘할까? 딱히 일반직장이랑 다를 것은 없다. 회의할때도 리더는 열심히 푸쉬하고 열심히 하려는 기자는 혼자 열내고 조용히 지내는 사람은 싹싹 잘 피해다닌다. 사회경험이 적은 기자는 여기저기서 헛발질을 해대지만 그것이 훗날 큰 자양분이 된다.
 
비벼대면 뭐가 됐든 얻는다. 영업이나 기자나 아니면 다른 직종의 어떤 일도 크게 보면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
 
'술잘먹는 사람이 일도 잘하더라'. 술이든 밥이든 일이든 열정만 있으면 대충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
 
우리는 일은 잘하는데 사실 질문을 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초등학교를 지나 중학교를 거쳐 고등학교를 스쳐간 후 대학에서 이 '질문 없음'은 정점을 찍는다. 
 
질문을 한다는 것은 뭔가 유별나거나 있어보이려고 한다는 따가운 눈총이 '손을 드는 순간' 무의식적으로 우리를 감싼다. 아무래도 주입식 교육의 잔재가 아닌가 싶다. 
 
근대화시기부터 내가 교육을 받던 시기까지(지금은 잘 모르겠다) 질문을 한다는 것은 뭔가 어색한 분위기였다. 어쩌면 질문 자체가 없었던게 당연하다. 사회탐구 23번은 ②번이라고 이미 답을 가르쳐주셨으니 질문하는 사람이 바보였다. 
 
질문은 바쁜 수험생들의 시간을 뺏어먹는 '업무방해' 격이었다. 질문이 없는 아이는 대학을 가서도 할리가 없다.
 
오바마가 한국에 왔을땐가? "한국기자들은 왜 질문을 안하나"라는 기사를 외신인지 내신인지에서 보았던 것 같다. 
 
영어를 못해서가 아니라 할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질문 해본 적 없던 학생은 대학에서 질문을 하지 않았고 그대로 기자가 됐으니 질문을 하지 않는게 당연하다. 특히 논리적인 오바마 앞이었으니 그만큼 부담감에 쭈뼛쭈뼛할 수 밖에 없었던 건 당연하다.
 
대학을 다닐때 한국으로 유학을 온 외국인들의 인터뷰를 담은 한 신문기사에서 '한국 학생들은 왜 질문을 안해요?'라는 큼지막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우리는 "으~응 맞어" 하며 고개를 끄덕이지만 외국인의 시선에는 매우 이해하기 힘든 광경이었나보다. 사람 불러다놓고 아무말도 안물어 봤던 오바마 기자회견처럼.
 
또다른 독특한 현상은 백브리핑이다. 
 
멀쩡하게 브리핑 자리에서는 아무말 없다가 왜 꼭 복도에서 현관에서, 심지어 차를 타는 순간에 질문을 집중하는 걸까.
 
가끔 대변인이라는 사람도 "아니 아까 물어보랄땐 안물어보시더니.."라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앞브리핑에서는 국민들에게 공개해서는 안되는 내용이라도 있는 걸까? 존경하는 국민들께 생생하게 전해드리려고 브리핑을 하는 건데 굳이 지라시만 공유하려고 브리핑을 두번이나 하는 것은 의아스럽다.
 
요즘엔 종편 덕분에 앞브리핑, 백브리핑 1분차이로 모두 생중계되는 기현상도 보게 되서 '이거 왜 일을 두번하나' 궁금하기도 하다. 백브리핑이 더 긴박해보이긴 하다. 
 
요즘엔 브리핑자도 알아서 앞브리핑 끝나면 백브리핑 하려고 미리 가서 자세를 가다듬고 있다. 
 
오늘 아침 오바마 퇴임기자회견이 있었다. 미국기자들은 나름 언론자유를 보장한 대통령으로 그를 기억한다. 오바마 때는 할말 다했나보다.
 
트럼프 기자회견때는 기자들이 "왜 나한테는 말할 기회를 안줘!! xxxx"이라며 질문할 기회를 달라고 몇시간을 싸웠다. 
 
오늘은 대한민국의 기자들이 모이는 한국기자협회 총회에 참석했다. 
 
일반 주식회사 주주총회처럼 쥐죽은 듯 조용했다. 사실 시비걸 안건이나 예산, 정책은 없었다. 
 
기자협회장도 자신의 권한을 줄이고 인사추천위원회에 힘을 더 실어주고 기자들을 위한 여러가지 새로운 복지정책을 공개했다. 너무나 완벽한 한해였을까? 아니면 귀찮아서? 어쨌건 적막한 공간에 "질문이요"라는 목소리는 우리에 여전히 낯선 것만은 확실하다.
 
나도 딱히 할말이 없었다. 선생님이 질문하는 법은 안가르쳐주시고 30cm 자로 어떻게 하면 상처안나고 아프게 때릴 수 있을까라는 연구물만 전해주셨다. "xxxx"
 
기자들은 이렇게 총회를 합니다. 기자는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책을 받았는데 들춰보니까 '낮에는 언론인 밤에는 작가'라는 고은 시인의 말이 있습니다. 기자와 작가는 한지붕에 산다는데 마음에 와닿지만 저는 부끄럽네요.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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