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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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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윤리, 그리고 기자상(像)

2017-01-19 17:32

조회수 : 1,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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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려는 얘기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이슈가 달라지는 한국사회에서 참으로 철 지난 얘기다. 다름아닌 기자의 사건 개입은 금기인가, 바꿔말하면 정유라씨 체포 및 보도 과정에서 JTBC의 기자윤리 침해 논란이다.
 
나름 전공 이슈라 여기저기 묻기도 했고, 초고까지 쓰고 지우고 날리고를 반복하다보니 보름은 흐른 듯 하다. 그래도 굳이 쓰려는 이유는 오히려 지금이 논하기에 적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얼개부터 열기엔 나보다 뛰어난 분들이 많이 얘기하셨고, 이 기사를 보면 대략 무엇을 얘기하고 하는가에 대한 도움이 될 듯하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5&aid=0000963312
국민일보 1월4일 <JTBC는 언론윤리를 위배했는가?>
 
요즘 드는 생각은 세상의 변화 속에 기자상(像)도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느 시대인가 촌지와 접대가 횡횡했던 시절, 그 시절엔 우리에게 객관성, 독립성을 갖춘 기자가 필요했을테다. 권력자들이 독점하던 정보는 대다수의 서민에게 왜곡돼 전달되거나 아예 전달되지도 않기 일쑤이던 때일테니.
 
그러한 관점에서 1994년 제정돼 2006년 개정됐다는 한국기자협회의 윤리강령과 실천요강은 시대적 상황을 반영한 일종의 선언적 의미라고 이해된다. JTBC 사례의 사건 개입을 차치하고 더 예민한 윤리강령을 넘나들며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그 어떤 기자도 협회로부터 처벌받았다는 소식은 아직 안 들리기에.
 
http://www.journalist.or.kr/news/section4.html?p_num=4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 및 실천요강>
 
윤리강령이 마지막으로 개정된 2006년은 불과 11년 전이지만 당시엔 스마트폰도 SNS도 낯설던 시절이다. 몇 년 안에 없어진다는 신문은 아직 명맥을 유지하고 새 일간지도 꽤나 나오고 있다. 또 그 시절 가장 센 놈인지 알았던 인터넷은 지금 모바일 앞에 한 수 접었다.
 
지금은 1인 미디어, 팟캐스트 같은 분들이 잘 나가는 시절이다. 네이버로 뉴스를 보는 사람 만큼이나 페이스북 등 SNS로 뉴스를 보는 사람이 많단다. 누구나 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 누구나 이를 가공해 재생산할 수 있다. 지난 촛불집회 당시 한 모바일 생방송에만 수백만명이 접속하고, SNS에는 저마다 모바일로 현장 상황을 기록하고 알렸다.
 
지난달 1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7차 촛불 집회에서 한 가족이 경찰 버스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알리다’는 기자의 본질이다. 어떤 선배가 그랬다. 기자에 변호사, 의사와 같이 사(士)를 쓰지 않고 자(者)를 쓰는 이유는 전문성을 갖추지 않고도, 자격증 없이도 기록해 알리는 사람일 뿐이라고.
 
사관에 비유하는 선배도 있고, 프로인 만큼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는 선배도 있었고 아예 공감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다만, 수많은 이해관계의 충돌와 정보의 홍수 등의 제약 속에서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시대가 바라는 기자상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민들이 기자윤리를 위배(?)했음에도 JTBC 뉴스룸에 계속 지지를 보내고, 아침 저녁으로 각종 팟캐스트를 찾아 듣고, 황금 같은 토요일 밤에 ‘그것이 알고싶다’를 치맥과 함께 보는 이유는 그들이 껍질을 벗고 한 발 들어갔기 때문이다.
 
촛불집회 당시 대부분의 매체들은 멀리 건물 옥상에서 성능 좋은 카메라로 줌을 땡기고 풀샷을 잡았지만, 어떤 매체들은 대열로 들어가 참석한 사람들의 얘기를 하나하나 들었다.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이 지배하는 시대에서 방패 뒤에 숨기보다 현장에 뛰어들어 시민과 함께 호흡하는 기자를 원하는 것 아닐까.
 
말이 많지만, 결국엔 ‘기록해서 알리는 놈’일 뿐인거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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