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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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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은행권 새 수장들에게 바란다

2017-01-19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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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정초부터 임기를 새로 시작하는 은행권 수장들이 많다. 가장 최근에 기업은행장이 임기를 시작했으며, 당장 신한금융지주 경영진이 교체를 앞두고 있다. 뒤를 이어 순차적으로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농협금융지주 수장들도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고위직 뿐이겠는가. 부서장 이하 직원들도 영업 채비에 정신이 없다. 설 명절 전에는 인사를 마무리 짓고 이후부터 영업을 제대로 시작하겠다는 각오로 은행 지점간, 부서간의 이동 및 승진 인사가 속전속결로 이뤄지고 있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을 새삼 실감케 한다.
 
새 출발하는 은행권이 직면할 올해 금융 산업 전망은 어둡다. 지난해 한 차례 정책금리를 올린 미국에서는 올해 세 차례 추가 인상을 예고한 바 있다. 미국발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국내 시중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 대출 이자 부담으로 신용경색이 심화될 수 있다.
 
최근 급격히 증가한 가계부채는 1300조원을 넘어서면서 경고등이 켜졌다. 이같은 여파로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먼저 어려워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저금리 시대의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대출은 은행의 성장을 이끌어온 원동력이었지만 올해부터는 가장 큰 위험요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최근 은행권에 '비올 때 오히려 우산을 빼앗고 있다'는 말이 다시 나오고 있다. 정작 돈이 필요하지 않을 때 돈을 권유하다가 가장 힘들 때 돈줄 조이고 이자를 올리고 있다는 말이다. 은행권의 탐욕을 비난할 때 늘상 변치 않고 나오는 비유다.
 
저금리 기조에서 예금의 수신금리는 빨리 내리고 대출 금리는 천천히 내리더니, 금리인상기가 시작되자 예금금리는 슬금슬금 올리고 대출금리는 빨리 올리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까지 은행들이 정부의 부동산 규제 대책에 편승해 대출 이익을 챙겼는데 이제는 금리 인상에 앞장 서고 있다는 부정여론이 일고 있다.
 
은행권은 최근 생존과 혁신, 환골탈태를 주문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조기 대선과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등 대내외적 큰 변수가 겹쳤다. 디지털금융이라는 변화를 타고 새로운 경쟁자도 나타난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올 상반기 출범하는데, 은행권의 변화가 불가피 한 상황이다. 새로 선임되는 은행권 수장들에게 생존을 위한 수익이 최대 과제로 보여진다. 본인의 생존을 포함해서 말이다.
 
새 출발선에 선 은행권 수장들이 '더 강한 은행'을 다짐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따뜻한 금융이 아쉬운 것은 괜한 딴지인 걸까. 은행 관계자들은 '비 올 때 우산을 뺏는다'는 말을 굉장히 싫어한다. 금융업 특성을 한 마디로 잘라 표현하기 때문에 드는 거부감일 수도 있지만, 정곡을 찌르는 말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은행권 수장들은 생존과 수익도 중요하겠지만, 어려울 때 따뜻한 금융을 외면한다는 억울한 비난을 '비 오면 같이 우산을 쓰는 은행'으로 바꿔 주기를 바란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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