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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더봄넷 "가상현실로 현실을 더 행복하게"

(사회적기업가를 말하다)가상현실(AR)에 사회적 의미를 담다…사회적기업 행보 본격화

2017-01-19 14:15

조회수 : 5,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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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로 가는 모든 차편이 동이 났다. '포켓몬'을 포획하려는 게이머들의 발걸음이 이어진 것. 증강현실(AR) 모바일 게임 '포켓몬 고'의 위력은 한적하던 속초를 발 디딜  틈 없는 서울 도심으로 만들었다. '포켓몬 고'는 현실 배경에 3차원 가상물체를 겹쳐 보여주는 AR 기술을 접목한 모바일 게임으로, 닌텐도와 구글 자회사 나이앤틱이 공동으로 개발해 지난해 7월 출시됐다. 전세계 젊은이들이 열광하면서 출시 하루 만에 앱스토어 매출 1위를 기록하는가 하면 80일 만에 5억5000만 다운로드 달성, 하루 최고 매출 1600만달러 등 갖가지 신기록을 쏟아냈다. 지난해 매출은 9억5000만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포켓몬 고의 열풍은 AR을 비롯해 가상현실(VR) 기술의 가능성을 보여준 최고의 사례로 꼽힌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전세계 AR·VR 시장규모는 지난해 52억달러에서 2020년 1620억달러로 30배 이상 급증이 예상된다. 포켓몬 고 열풍 이전인 2012년 이 같은 AR 콘텐츠의 가능성을 예견한 기업이 있다. 세계 최초 AR 콘텐츠 제작전문 소셜벤처 '더봄넷'이다.
 
 
윤지훈 더봄넷 대표.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남궁민관기자] 지난 18일 윤지훈 더봄넷 대표를 만나기 위해 찾은 서울 양천구 해누리타운. 이곳에는 양천구청과 함께일하는재단이 운영 중인 소셜벤처 인큐베이팅센터가 자리해 있다. 소셜벤처를 육성, 사회적기업을 세상에 내놓는 산파 역할을 담당한다. 현재 30여개의 소셜벤처들이 태동을 준비 중이다. 더봄은 AR콘텐츠를 무기로, 2012년 이곳에 터를 잡았다.
 
'더보다'의 명사형 더봄이라는 사명이 비전을 보여준다. AR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를 통해 교육, 문화, 홍보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올해에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교육사업 등 사회공헌활동을 적극 펼칠 예정이. 윤 대표는 "올해 본격적으로 교육사업을 전개할 예정으로, 소셜벤처에서 사회적기업으로 도약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지 못하는 곳을 갈 수 있는 VR의 힘
 
더봄넷은 ▲브로셔, 전단지, 신문, 잡지, 사보 등 홍보물 ▲교과서, 성경 등 교육자료 ▲맞춤 동화 ▲공연의 포스터와 입장권 등에 AR 콘텐츠를 적용하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가령, 스마트폰에 더봄넷의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이를 통해 동화책을 비춰보면 관련 가상물체가 등장해 동화의 내용을 풍성하게 꾸며주는 방식이다. 주요 고객사로는 국민카드, SM엔터테인먼트, 순천정원박람회, 학습만화 마법천자문 등이 있다.
 
그렇다면 소셜미션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할까. 사업 초반 더봄넷이 주목한 소셜미션은 '무지개마을 이야기' 프로젝트다. 도서관에서 폐기대상 도서를 지원하면, 종합복지관과 방과후교실 등에서 어르신과 아이들이 더봄넷의 AR 콘텐츠를 통해 해당 도서를 꾸미는 북아트 과정을 수행한다. 도서의 재활용과 함께 취약계층 관련 교육으로서의 가치도 만들어낼 수 있다. 
 
어르신들과 장애인 등 거동이 불편한 취약계층을 위한 AR 여행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윤 대표는 "재작년 아버지 고향을 찾아 동네를 구석구석 구경하고, 또 동네 어르신들과 이야기도 나누는 등 의미있는 시간을 보냈다"며 자신의 경험에 비춰 "여행사와의 협업을 통해 스토리를 갖춘 여행 AR 콘텐츠를 만드는 사업을 전개, 어르신들과 장애인들이 고향 등 평소 가고 싶었던 곳을 여행한다는 느낌으로 간접경험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고 말했다. 
 
소셜미션의 또 다른 축은 취약계층의 취업기회 확대다. 윤 대표는 "AR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은 쉽지 않지만, 더봄넷은 그동안 공정을 단순화하고 모듈화하는 데에 기술력을 집중해왔다"며 "어르신, 임산부, 장애인 등 취약계층도 손쉽게 AR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했으며, 이들을 대상으로 교육과 취업까지 도울 것"이라고 계획을 설명했다.
 
"얻은 것은 지원금이 아닌 소셜미션에 대한 열정"
 
윤 대표가 소셜벤처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사연 때문이다. 윤 대표는 "대학 졸업 후 금융회사에 취업해 10년을 다녔는데, 업무가 너무 많아 아내는 물론 아이 얼굴을 보기가 힘들더라. 회의감이 들었다"며 "그러던 와중에 교통사고를 당했고, 병상에서 '죽기 전에 꼭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회상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떠올린 일탈이 실행됐다.
 
창업에 대한 열정은 소셜벤처 설립으로 이어졌다. 윤 대표는 "처음 AR기술을 활용한 홍보물을 접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사업을 구상했다"며 "문득 AR기술로 사회적으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하는 고민까지 이어졌고 더봄넷은 그렇게 소셜벤처로 탄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금 입주해 있는 양천구 소셜벤처 인큐베이팅센터의 역할도 컸다. 윤 대표는 "센터에 처음 입주하게 된 계기 중 하나가 지원금 때문이었는데, 센터에서 얻은 것은 지원금이 아닌 소셜미션에 대한 열정"이라며 "센터에 입주한 후 여러 소셜벤처 창업자들과 마주하며 사회적으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에 대한 다양한 고민들을 공유하며 이제는 그저 기업이 아닌 사회적기업으로 성공하고 싶어졌다"고 웃음지었다.
 
소셜미션 측면에서 더봄넷은 올해가 새로운 시작이다. 지금껏 벤처기업으로서 기술과 사업 역량을 다지는 과정이었다면, 올해 이를 기반으로 가시화된 소셜미션들을 수행한다. 윤 대표는 "체계적인 소셜미션 수행을 위해 사람들을 모아야겠다고 생각하고 협회 설립을 추진했는데, 복잡한 과정에 설립이 계속 연기됐다"며 "다행히 원래 속해있던 협회가 최근 국제콘텐츠제작자협회로 바뀌면서 따로 협회를 설립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협회와 함께 취약계층 교육과 관련해 활발한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봄넷의 위인이 살아움직이는 마법스티커놀이세트.사진/더봄넷
 
"삼성·LG도 사회적기업 될 수 있어야"
 
마지막으로 윤 대표는 사회적기업과 영리기업을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기술을 가진 기업이 좋은 사회적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며 "더봄넷 역시 AR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과정에서 소셜미션에 주목, 사회적기업으로서의 길을 걸은 케이스"라고 말했다. 특히 "삼성과 LG 등 대기업들도 그들의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언제든 사회적기업이 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벤처들이 정부 지원금을 목적으로 사회적기업에 진입하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적 시각과 다른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 윤 대표는 "좋은 아이템을 가진 벤처들이 사업 초반 사회적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금을 염두에 두고 사회적기업 진입을 고려하는데 이 역시 나름의 긍정적 의미를 갖는다"며 "단 한 번이라도 자신의 기업이 사회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해보는 기회를 갖는 것만으로도 좋은 가치가 창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 업체들이 지원금을 받은 이후 변질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 더봄넷이 입주해 있는 소셜벤처 인큐베이팅센터와 같이 각 업체들의 소셜미션을 점검하고 지원해줄 집단에 소속시킬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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