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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

“타인 향한 공감, 주체사회 첫 걸음”

2017-01-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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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권익도기자] “이 시대의 노동자는 모두 자본에 의해 움직이는 타율 노동자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대리사회’는 이런 부분에 대한 문제제기를 잘 하고 있단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저자님이 생각하시기에 이상적인 사회란 무엇인가요?”
 
대학에서 호텔경영학 전공을 한다는, 또박또박한 목소리의 한 여대생이 질문했다. 책과 자신의 삶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던 저자 김민섭 씨는 차분하고 명료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말씀하신 것과 비슷한 맥락에서 이 시대의 노동은 내가 하기 싫은 것을 남에게 시키는 ‘대리’의 개념이라 봅니다. 그 과정에서 누구나 상황에 따라 갑 혹은 을의 위치에 있을 수 있죠. 하지만 어떤 위치에 있건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감수성은 필요해요. 누구든 그런 감각을 가질 수 있다면 우리는 모두 주체가 될 수 있는 사회를 꿈꿔볼 수 있을 겁니다.”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마이크임팩트스퀘어 13층 강의실에서 열린 김민섭 씨의 저자와의 만남 행사. 김 씨는 주체성이 사라져 버린 우리 사회의 문제와 해법 등에 대한 고민들 나누면서 ‘타인을 향한 공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씨는 8년 동안 지방대 시간제 강사를 하다 그만두고 대리운전을 시작하게 됐던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었다. 생계를 위해 앉았던 타인의 운전석은 주체로서의 자신이 사라지는 공간과도 같았다. 대학에서 “교수님”으로 불리던 호칭은 “아저씨”가 됐고 등받이나 백밀러마저도 조정할 수 없었다. 신체와 언어, 사유가 타인에게 구속된 상태에서 반말, 폭언을 들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러한 ‘대리의 시간’에도 자신을 주체로 대해주는 이들에겐 큰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한 고객은 “선생님의 차라고 생각하시고 편하게 운전해주세요”라며 자신을 주체로 격상시켰고 어떤 이들은 지인과 전화 통화를 하다가도 “대리 오셨어”라는 말로 순수한 존경심을 표하게 했다고 했다.
 
그는 “공감은 타인을 대리인간이 아닌 주체인간으로 드높이게 하는 우리 사회의 출발이자 꼭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단지 노동이란 공간만이 아닌 우리 주변의 모든 곳에서 타인을 주체로 끌어올릴 수 있는 사람이 많아지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연 후 박수정 씨는 “딱딱한 강의보다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따뜻하게 이야기해주셔서 좋았다”며 “특히 서로 주체로 끌어올려주는 사회를 이상적 사회라고 하신 말씀이 가장 공감됐다”고 평했다.
 
'대리사회' 저자 김민섭 씨가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마이크임팩트스퀘어 13층 강의실에서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권익도 기자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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