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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호

비폭력을 대하는 우리들의 자세

명박산성 어디갔나

2017-01-17 16:08

조회수 : 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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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뉴스중에 하나가 바로 홍콩에서 일어난 우산 시위다. 
 
나도 몰랐는데 홍콩에서는 그런 대규모 시위가 역사상 처음이라는 것이다. 하나의 중국이라는 체제아래 놓인 홍콩의 반대가 얼마나 극심했으면 그 잘먹고 잘사는 나라에서도 학생들이 뛰쳐나와 건국이래 처음으로
대대적인 시위를 벌였을까. 그만큼 자유는 포기할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하다는 간절함을 대변한다. 
 
홍콩 우산시위의 마지막은 경찰에게 실컷 두들겨 맞고 끝이 났다. 아마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과 달리 군사정변 같은 뼈아픈 과정을 겪지 못한 '전술의 부재?' 때문이 아닐까 싶다. 
 
민주시민 의식이 대단히 높은 홍콩에서도 평화시위는 그렇게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물론 더 큰 분노와 더 큰 자유시민의식이 되어 돌아오겠지만.
 
한국은 촛불집회가 1000만명이 넘었다. 세계기록이라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무리들과 최가네는 힘없이 스러져가는 듯 보이지만 아직 완전히 꺾인 것은 아닌 듯 보인다. 60, 70, 80년대와 달리 촛불만 들고 광장에 모이다보니 1000만명이 모였다 해도 이들은 도통 말귀를 못알아먹는 듯 하다. 아니 대놓고 무시하는 듯 하다.
 
불과 몇해전까지만 해도 컨테이너로 산성을 쌓고 최루탄만 없다 뿐이지 경찰의 폭력은 무시무시했다. 
 
지금 한국은 폭력이 없는 성숙한 시민의식만으로 '저항불복종'에 성공할 수 있을지 시험대가 된 듯하다. 
 
해먹고 걸린게 너무 많고 스티브잡스 덕분에 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가 너무 확실해 세살 애기가 봐도 대통령은 '탄핵'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탄핵이 가결되지 않으면 정말 이민가는게 더 나을 수도 있고 탄핵이 되도 정치인들은 어른들 말따라 '그놈이 그놈'이라 사실 박 대통령과 최가네만 도려낸 거지 전체적으로는 크게 바뀔 것이 없어 보인다.  
 
언제는 선거로 대통령을 뽑지 않았나. 언제는 이놈 저놈 주변놈 안해먹은 놈이 없었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두가지다. 촛불집회를 보면서 "사회가 이제 좀 바뀌었나"라고 묻는게 아니라 "나도 이제 좀 바뀌었나"라고 물어야 한다.
 
돌아보면 이번 농단사태로 바뀔 것은 다음 대통령일 뿐 우리는 변함없이 그자리에 머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면 1000만 촛불의 의미도 퇴색한다.
 
또 한가지는 좋은 말할때 비폭력으로 끝내자는 시민의식이 만약 그렇지 않은 상황을 만나게 될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이다. 
 
말 그대로 탄핵이 기각될 수도 있고 다음 대통령이 또 해먹을 수도 있다. 악의 무리는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 너무 많기 때문이다. 선한자도 권력맛을 보면 어쩔 수 없다.
 
우리는 70, 80년대 선열의 피로 이룩한 민주국가에 살고 있다. 그 민주주의는 많이 훼손됐다. 언제든지 검은 세력은 권력과 부와 폭력을 맘놓고 동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영화만 봐도 알 수 있다. 
 
폭력을 쓰자는게 아니라 몽둥이를 들고 청와대 앞마당까지 처들어가지 않아도 될 정도로 정말 우리는 성숙한가를 묻고 싶다. 
 
역설적이게도 우리가 기억하는 폭력과 비폭력의 세상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
 
동전의 양면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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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와 네루
 
간디는 영국의 독립영웅이다. 그는 물레를 돌린다. 영국은 인도 직물공들의 실력이 너무 뛰어나 물레 장인들의 엄지 손가락을 모두 잘라버렸다. 그래야 인도 직물을 안사고 영국 직물을 팔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간디는 그래도 여전히 비폭력을 외치며 물레를 돌렸다.
 
같은 시기 네루는 파업항쟁을 주도하며 9회 투옥되는 등 정면으로 영국과 맞섰다. 이후 국민회의를 주도하며 독립된 인도를 이끌며 전쟁도 불사하는 저항을 일으켰다. 인도 물자를 훔쳐가는 영국 기차를 습격하기도 했다.
 
어쨌거나 인도는 독립을 맞았다. 인도가 독립된 이유는 여러가지로 회자된다. 제국주의끼리 땅따먹기 하다
지쳐서 유지비용이 수익보다 커져 발을 뺐다는 설. 폭력저항을 감당 못해 발을 뺐다는 설. 비폭력 운동에 감동하여 자발적으로 독립권을 내줬다는 설. 당신은 누구 말을 믿나
 
킹 목사와 말콤X
 
마틴 루터 킹 목사는 1960년 세계평화의 상징으로 기억하고 있다. 흑인과 백인의 인종갈등에 비폭력으로 맞서며 현재 미국정신의 한 부분을 이루고 있는 위인이다. 단지 후손들이 킹 목사의 유산을 가지고 눈쌀찌푸리는 싸움을 많이 해서 그렇지 그 정신은 여전히 존경받을 가치가 있다. 
 
같은 시기 말콤X도 흑인과 백인의 인종갈등을 해결하고자 했다. 킹 목사는 성경을 읽고 자비를 베풀자고 했지만 말콤X는 두들겨 맞는 흑인이 있으면 한 무리를 끌고가서 그 백인을 아무말 없이 조용히 둘러싸 노려보았다.
 
겁을 집어먹은 백인은 조용히 물러갔다. 버스에서 흑인여성이 뺨을 맞고 내리거나 식당에서 쫓겨나 떨어진 케이크를 주워먹거나 골목에서 두들겨 맞고 있으면 말콤X는 역시 한무리의 친구들과 우르르 달려가 그 백인을 둘러싸 노려보았다.
 
그리고 계속 이런일이 벌어진다면 앞으로 폭력에는 폭력으로 맞서겠음을 경고했다. 얼마후 말콤X는 백인으로부터 총격을 당해 사망했다. 
 
어쨋거나 베트남 전쟁은 끝났고 대학생들도 학교로 돌아갔다. 요즘 트럼프 때문에 인종차별 발언을 자주 보지만 흑인이나 백인이나 그래도 평등한 세상이 된 듯하다. 
 
당신은 누가 베트남 전쟁을 끝냈고 인종차별을 없앴다고 생각하는가.
 
자유는 절대 공짜가 아니다. 민주주의를 거저 먹은 나라는 지구위에서 일본밖에 없다.
 
다시 말하자면 폭력을 쓰자는게 아니라 몽둥이를 들고 청와대까지 처들어가지 않고서는 도통 말귀를 못알아먹는 사람들이 가득한 세상. 과연 이들을 대하는 자세를 어떻게 고쳐먹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우리 스스로에게 묻는 발전적인 고민이다.(방에서 3일동안 고민해볼 가치가 있다.)
 
그건 우리가 아이들에게 남겨줘야 할 유일한 유산이니까. 돈말고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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