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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택

박삼구 회장, '금타' 인수자금 마련 어떻게… 대우건설 '승자의 저주' 우려도

“SPC 설립 후 우호 사모펀드 동원 가능성”

2017-01-17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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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타이어(073240)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중국의 타이어업체인 ‘더블스타’가 선정되면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자금마련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한 박 회장이 더블스타가 채권단에 제시한 인수금액 보다 높게 써내면 금호타이어를 되찾아올 수 있지만 문제는 자금 마련이다. 1조원 안팎에 달하는 인수자금을 개인자격으로 어떻게 조달하느냐가 관건이다. 박 회장이 개인 자격으로 1조원가량의 목돈을 조달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2015년 금호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백기사 등을 동원해 7228억원을 투자하며 자체 자금 여력이 바닥난 상태이기 때문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방침이다. 박 회장이 1조원에 달하는 인수자금을 어떤 방식으로 조달할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17일 박 회장은 서울 광화문 금호아시아나그룹 본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히면서 인수 의지를 불태웠다. 이로써 박 회장은 한달 내 우선협상자가 제시한 매각가보다 높은 가격에 권리행사를 알려야 한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보유한 주식은 6636만9000주(지분율 42.01%)다. 지분 가치 6000억원,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총 매각가는 1조원 안팎으로 점쳐진다. 
 
시장에선 박 회장의 1조원 동원 능력이 한계치에 달한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자금 조달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금호산업 인수후 실탄(자금)이 소진됐고, 채권단은 인수 주체에 ’개인’이라는 단서 조항을 포함시켜 박 회장에게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한 상태다. 이는 박 회장 개인 자금으로 금호타이어 인수에 나서야 한다는 것. 채권단은 자금 조달 방안의 적정성 등을 꼼꼼히 따지겠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자금여력이 없는 박 회장이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을 통해 자금을 모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싣고 있다. 앞서 금호산업 인수와 비슷한 방식이다. 다만, 채권단과의 약정에 따라 상환전환우선주(RCPS) 등의 자금조달은 할 수 없다.  
 
박 회장은 100% 지분의 SPC를 설립한 뒤 금호타이어 인수에 관심을 보인 기업들을 대상으로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우선매수권을 쥐고 있는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에 관심을 보인 기업과 손을 잡고, 이들에게 해외 생산공장이나 영업망 등을 제공하거나, 현지 공장 매각하는 조건으로 자금을 융통하는 시나리오다.
 
이와 함께 사모펀드(PEF)가 동원될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의 우호군으로 분류되는 칸서스자산운용이나 NH투자증권 등으로부터 PEF 투자를 받아 자금을 차입하는 방법이다. 
 
또 재무적 투자자(FI)도 나설 수 있다. 화려한 인맥을 자랑하는 박 회장은 사촌동생인 박명구 금호전기 회장과 사돈인 대상그룹 등을 재무적 투자자로 동원해 금호타이어 인수에 참여할 수 있다. 
 
일각에선 박 회장의 금호타이어 인수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금호산업을 인수하면서 금융부담이 커진 상태에서 금호타이어까지 무리하게 인수할 경우 과거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 때처럼 ‘승자의 저주’가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불확실성과 미국발 금리인상 등 악재가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호산업 이후 자금이 바닥난 상황에서 무리하게 인수를 추진하면 제2의 대우건설 사태가 벌어지지 말란법이 없다"며 "업종별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수를 두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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