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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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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죄 수사 정점’ 이재용 피의자 소환…충격에 싸인 삼성

삼성, 긴급체포·영장청구 가능성에 긴장…다른 재벌기업들도 ‘노심초사’

2017-01-1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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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삼성이 특검의 ‘맹공’에 휘청이고 있다.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에 소환된 이재용 부회장이 언제 체포될 지 모르는 초유의 비상 국면에 처했다. 뇌물죄를 겨냥한 특검의 ‘파죽지세’를 지켜보며 다른 재벌 기업도 애태우긴 마찬가지다.
 
이 부회장이 12일 특검 사무실이 있는 서울 대치동 대치빌딩에 도착하기 2시간여 전부터 주차장 안쪽에는 긴 포토라인이 처졌다. 오전 8시49분, 박영수 특검이 먼저 포토라인을 통과해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9시30분, 이 부회장이 나타났을 때는 300여명의 취재진이 몰려 장사진을 이뤘다. ‘박근혜와 재벌총수 뇌물죄 구속’ 등의 피켓을 든 시민단체 회원들이 엉켜 주차장은 곧 아수라장이 됐다. 고성이 오가는 속에서 이 부회장은 포토라인 앞에 서 “좋은 모습을 못 보여드려 국민께 송구스럽고 죄송하다”고 사과한 뒤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이 부회장이 피의자 조사를 받은 것은 2008년 삼성 특검 이후 9년여 만이다. 앞서 지난해 11월13일 검찰 소환조사를 받을 때는 참고인 신분이었다. 그날처럼 이 부회장은 변호사 1명을 대동했다. 검찰 소환 때는 다음날 새벽까지 조사를 받았다. 이날은 더욱이 피의자 신분이라 조사 도중 긴급체포될 상황도 배제하지 못한다. 긴급체포 시 48시간 안에 특검은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일까지 이 부회장은 귀가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삼성 임직원들은 잔뜩 긴장된 상태로 경과를 지켜보고 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혐의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사방에서 옭아매는 모양새다. 이 부회장의 소환에 앞서 지난달 6일 국정조사 청문회 당시 이 부회장의 증언에 대해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특검에서 같은 취지의 진술을 반복한다고 가중 처벌을 받지는 않지만 진술을 바꿀 경우 위증을 자백하는 꼴이 된다. 이 부회장은 또 검찰 소환조사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관련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등이 처리한 일이라 나는 알지 못한다”고 진술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특검은 최 실장을 조사한 뒤 참고인 신분으로 풀어준 반면, 이 부회장은 피의자 신분으로 못박았다. 그 사이 삼성의 최순실씨 일가 지원 내용이 담긴 제2의 최순실 태블릿PC 입수 사실도 공개해 삼성을 압박했다.
 
특검이 구속영장을 청구할지가 관건이다.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기각되면 추후 수사에도 부담이 생기기 때문에 특검도 신중할 수밖에 없다. 이 부회장은 현재 최씨 일가 지원을 직접 지시했거나 이를 묵인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삼성은 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의 강요에 의한 지원일 뿐 대가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삼성 관계자는 “태블릿PC는 대통령 강요에 의해 돈을 낸 정황을 보여줄 뿐 뇌물 혐의를 입증할 물증이 되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특검이 제3자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하진 못하더라도 최소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해 이 부회장 등에 대한 기소는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 각오하는 분위기다. 비상 국면이 전개되면서 그룹의 컨트롤타워는 사실상 마비됐다. 미래전략실이 특검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계열사 상황을 살피지 못하는 형편이다. 인사 지연 등 이미 경영차질이 길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 부회장까지 구속된다면 계열사별 독립경영체제 등 임시방편을 강구해야 한다.
 
특검의 강도 높은 수사에 다른 재벌 기업들도 노심초사하고 있다. SK와 롯데 경영진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진 가운데 SK의 경우 최태원 회장의 사면 과정에서 뇌물 혐의로 연결될 수 있는 추가 정황도 드러났다. 2015년 8월10일 김영태 당시 SK 수펙스 커뮤니케이션위원장이 복역 중이던 최 회장을 접견해 “왕 회장이 귀국을 결정했다. 우리 짐도 많아졌다. 분명하게 숙제를 줬다”고 은어로 대화한 녹취록을 특검이 입수했다. ‘왕 회장’은 대통령, ‘귀국’은 사면, ‘숙제’는 대가를 뜻하는지 들여다보는 중이다. 최 회장은 접견 사흘 뒤인 8월13일 사면이 결정됐다.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한 다른 기업들도 포괄적 뇌물죄 혐의로 안심하기 어렵다. KT의 경우 황창규 회장이 지난해 대통령 독대 직전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간 합병 반대 민원을 넣었다는 새로운 의혹도 제기됐다. 회사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뇌물죄 수사가 정점에 올라 대기업에 대한 여론도 악화 일로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검찰이 보여준 지금까지의 삼성 봐주기를 비판한다”며 “동시에 박영수 특별검사에게 ‘피의자 이재용’의 죄책의 중대성과 증거인멸의 우려에 맞는 통상적인 수사로서, 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계속할 것”을 촉구했다. 대선 후보 중 한명인 이재명 성남시장은 “촛불민심은 박근혜 퇴진과 재벌체제 해체를 요구했다”며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이재용 부회장을 구속하고 부당이득을 환수하는 것이 공정국가 건설의 출발선”이라고 주장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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