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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석

(한국제약 120년)②국가성장동력에서 '거품론' 위기

연이은 기술수출 해지…제약산업 위기를 도약 기회로

2017-01-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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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2015년은 제약업계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한 한해로 꼽힌다. 한미약품이 무려 총 7조원의 신약 기술이전 계약을 터트리며 '신약 잭팟'을 터트렸다. 국내 제약업계도 글로벌 시장에 진출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다. 내수 시장 둔화로 침체기에 빠졌던 제약사들이 공격적인 R&D 투자를 통한 신약 개발에 올인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1년만에 고무적인 분위기가 반전됐다. 한미약품을 비롯해 연이은 기술이전 계약해지 발표로 제약산업은 단숨에 거품론이 일며 침체됐다. 신약 R&D의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도 쏟아졌다. 제약업계가 한단계 도약하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베링거인겔하임은 내성표적 항암신약 '올무티닙'의 한미약품에 권리를 반환했다. 베링거인겔하임은 한미약품과 지난해 한국과 중국을 제외한 전세계 판권 계약을 8500억원 규모에 체결한 바 있다.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에 기술이전한 약 5조원 규모의 당뇨신약 계약도 지난해 12월 일부 해지됐다. 사노피는 3개 당뇨신약 중 1개에 대해 개발을 중단했다. 한미약품은 계약금 약 5000원 중 절반을 반환할 예정이다.  
 
동아에스티는 글로벌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2010년 체결했던 GSK의 5개 전문의약품 국내 공동판매 제휴를 종료한다고 11월 발표했다. 유한양행은 2009년 엔솔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도입한 퇴행성디스크치료제의 임상 2상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하지 못해 개발을 중단했다고 10월 공시했다. 녹십자의 글로벌 프로젝트인 혈우병치료제 '그린진에프'의 미국 임상 중단 소식도 전해졌다. 
 
연이은 악재로 국가 성장동력으로 주목받던 제약산업에 거품론이 일기 시작했다. '신약 잭팟'이 신기루로 추락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한미약품의 '늑장공시'은 차치하고 국내 제약산업의 R&D와 신약개발 수준이 진일보한 것을 평가절하해선 곤란하다고 말한다. 
 
업계에 따르면 2016년 1~6월 78개 상장 제약사의 R&D 투자액은 7371억원으로 전년(6208억원)비 19% 증가했다. 매출액 대비 R&D 투자액은 9.2%로 전년비 0.4%p 상승했다. 업계에선 올해 상장 제약사 R&D 투자액이 전년비 10%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수출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증권가에선 지난해 의약품 수출액은 22억6000만달러(약 2조7100억원)로 전년비 30% 정도 증가한 것으로 추정한다. 올해 수출액은 10% 정도 성장해 25억달러(약 3조원)로 역대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토종신약의 승인은 2006~2010년 5건에서 2011~2015년 10건으로 늘었다. 글로벌에서도 성과를 보이고 있다. 2016년 이전까지 미국 진출에 성공한 토종신약은 3개에 불과했다. 2003년 LG생명과학 항생제 '팩티브', 2013년 한미약품 역류성식도염치료제 '에소메졸', 2014년 동아에스티 항생제 '시벡스트로'다. 
 
지난해에만 3개 토종신약이 미국 진출에 성공했다. 대웅제약 항생제 '메로페넴',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 '램시마', SK케미칼 혈우병치료 바이오신약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승인을 받았다. 120년의 우리나라 제약산업 역사에서 토종 바이오의약품이 연이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쾌거다. 
 
미국은 전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세계 최고의 의약품 허가 기관이다. FDA 시판승인을 받은 의약품은 세계 최고 제품으로 인정받는다. 국내사의 R&D 기술력을 글로벌에서 인정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수용에 머무른 과거와 달리 글로벌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신약후보물질도 다수다. 동아에스티(당뇨병성신경병증치료제), JW중외제약(표적항암제), 부광약품(당뇨병치료제), 에이티젠(유방암치료제), 안트로젠(당뇨족부궤양치료제), 바이로메드(당뇨병성신경병증치료제), 메지온(폰탄수술치료제), 메디포스트(관절염치료제) 등이 글로벌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많은 신약후보물질들 중에서 0.04%만이 최종 허가에 성공할 정도로 성공 가능성은 극히 낮다"며 "신약개발 실패나 계약해지는 글로벌에서도 빈번한 일이다. 일희일비하지 말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R&D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관순 한미약품 대표이사가 2016년 국정감사에 참석해 기술해지 늑장공시 논란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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