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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어주는기자)‘경제의 눈’으로 세계 역사 톺아보다

‘경제로 읽는 교양 세계사’ 오형규 지음|글담출판 펴냄

2017-01-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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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권익도기자] “세계 경제는 마치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붉은 여왕’처럼 우리에게 끝없이 달리도록 요구하는 듯하다. 숨이 턱에 차도록 달려도 제자리이고, 가만히 있으면 곧 뒤처질 듯하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인류의 발자취를 알아갈수록 그런 두려움은 점점 옅어진다.”(9쪽)
 
오형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은 오늘날 세계 경제가 사람들에게 불안하고 위험한 상태로 인식되고 있다고 본다. 인공지능(AI)과 로봇의 발달은 인류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고 영국의 브렉시트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 당선 등은 경제에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소로 자리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수많은 사건과 소식들에 일각에선 미래의 디스토피아를 예견하는 부정적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오 위원은 이러한 막연한 불안감은 어느 시기건 존재했으며 인류는 항상 변화에 적응하거나 대안을 제시하며 발전적인 미래를 열어왔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러한 흐름을 잘 살피다 보면 우리는 오늘날의 불안감과 공포감을 극복할 열쇠를 쥐게 될 수 있다고 본다.
 
그가 집필한 ‘경제로 읽는 교양세계사’에는 이러한 메시지를 뒷받침하는 방대한 역사적 사례들이 근거로 제시돼 있다. 28년 동안 경제 전문 기자로 활동한 저자가 경제라는 프리즘으로 고대부터 중세, 근대, 현대까지 훑으며 오늘날 우리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인사이트를 끌어낸다.
 
저자가 보기에 대부분의 역사적 변곡점엔 새 시대를 여는 경제적, 기술적 변화가 함께 있었다. 그리고 국가나 기업, 개인이 그 변화에 어떻게 대처했느냐에 따라 세계의 운명은 명확하게 갈렸다.
 
그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성공한 국가들은 변화에 대체로 관용적이고 개방적인 자세를 취했다. 가령 고대의 알렉산드로스 제국은 정복지마다 그리스 화폐와 그리스어 사용을 장려했고 이주, 결혼 정책을 유연하게 펼쳤다. 영토 확장만을 구상하던 당대의 주변국들과 달리 경제와 문화를 통합하면서 후대 ‘헬레니즘’ 탄생에 영향을 줬다.
 
중세의 몽골 제국은 세계사 최초로 동서양을 엮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중국과 이슬람의 실크로드, 초원길을 거미줄처럼 연결해 무역을 활성화했고 다양한 이민족의 문명이 공유됐다. 당대 유럽과 아시아 전역은 이를 토대로 번영을 누릴 수 있었다.
 
15세기 유럽이 시야를 지구 전체로 넓히고 막대한 부를 축적하면서 ‘중화주의’에 취해 있던 중국을 제친 것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반대로 역사적으로 실패한 국가나 경제체제는 대체로 폐쇄적이고 억압적이었다. 중세시대의 유럽 지역은 봉건제도와 절대 권위를 가진 교회 탓에 경제적인 발전이 제약될 수밖에 없었고 근대 경제의 중상주의는 각국의 관세를 높이고 보호무역을 장려해 교역이 위축되고 경제가 침체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19세기 말 제국주의와 민족주의의 바람 속에 보호무역으로 장벽을 높이던 유럽 열강은 결국 제1차 세계대전 발발이라는 결과를 초래했고 국민 개개인의 생산, 소비, 행동을 통제했던 공산주의는 소련의 붕괴와 독일의 통일로 그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나기도 했다.
 
책 중간중간엔 ‘함께 읽는 시사’란 코너를 배치시켜 이러한 역사적 흐름을 오늘날 경제적 이슈로 확장시켜 가기도 한다. 가령 세계 1차 대전 이후 독일의 초인플레이션 현상을 설명할 때는 정치와 경제 정책의 실패로 2008년 초인플레이션을 겪었던 짐바브웨의 사례를 연결 짓는다.
 
또 고대의 실크로드를 설명할 때는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과 연결시켜 설명하기도 한다.
 
“21세기에 들어 실크로드가 되살아나고 있다. 지난 2013년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이른바 '일대일로' 전략을 내놓았다. (중략) 고대의 비단길과 바닷길을 되살리겠다는 것이다.”(66쪽)
 
말미에는 서두에서 언급했던 오늘날 세계 경제의 불안 요인들을 하나씩 들추며 역사적 관점과 세계 전문가들의 견해를 바탕으로 정리하기도 한다.
 
가령 브렉시트의 경우 제프리 삭스 미 컬럼비아대 교수의 주장을 인용, “이민급증, 관료화된 유럽연합(EU)에 불만이 근원적 원인이었기에 고립주의라기보다는 더 나은 세계화의 필요성을 일깨운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또 인공지능 등 신기술의 공포 현상과 관련해서는 산업혁명기의 기계파괴 운동을 사례로 들며 “결국 인간은 변화에 적응하고 신기술과 관련된 수많은 일자리를 만들게 될 것”이라고 낙관한다.
 
하지만 트럼프 후보가 내세우는 ‘고립주의’와 관련해서는 “역사적으로 수많은 국가들은 활기찬 상거래나 자유무역을 통해 이로운 결과를 낳았다”며 “개방성을 잃는 순간 국가는 무너질 수밖에 없기에 트럼프 시대를 맞는 미국이 어떻게 변모될지 주목된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이러한 사례들을 통해 역사가 주는 교훈을 되새겨 미래를 우리 스스로 만들어 가야한다”며 “현 시대의 우리는 앞일을 알 수 없어 두려워하지만 지나온 세계의 역사 과정을 보면 어떤 길을 지향해야 하는지 명확히 보인다”고 말한다.
 
책 '경제로 읽는 교양 세계사'. 사진/글담출판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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